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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터 베르너 감독의 영화 ‘에곤 쉴레 : 욕망이 그린 그림’은 28세에 요절한 실레의 전기영화다. 실레가 빈에서 청년 화가로 막 활동을 시작하던 1910년부터 죽음에 이르는 18년까지 삶에 집중한다. 그 짧은 기간 20대 화가의 삶은 여성 4명에 의해 전환점을 맞는다. 그 전환점 모두 시대와 불화를 맺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말하자면 실레의 여성 관계는 멜로드라마적이면서도 동시에 대단히 정치적이다. 먼저 실레는 10대 때부터 여동생의 누드화를 그렸다. 남매는 근친관계라는 구설에 올랐고 부친은 아들을 의심했다. 말하자면 실레의 삶은 늘 근친상간을 염려해야 하는 ‘위반의 대상’이었다. 이런 긴장감은 영화 끝까지 유지된다.
미술학교를 자퇴한 뒤 독자적인 화풍을 열 때 만난 연인은 아프리카 출신의 댄서다. ‘타블로 비방’(tableau vivant·살아 있는 그림이란 뜻으로, 연기자들이 그림처럼 동작을 취하는 것)을 주로 누드로 공연하는 성인클럽의 유색인 여성이다. 실레는 유색인을 놀려대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댄서와 사랑을 나누며 야생의 힘을 그림에 끌어들인다.
실레의 여인 가운데 단 한 명을 꼽자면 단연 발리(Wally)일 것이다. 1911년 스승 클림트를 통해 만난 당시 17세 모델이다. 실레의 유명한 그림은 대개 발리가 모델로 등장한 도발적인 누드화다. 아마 화가의 자화상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당시 신체의 아름다움을 그린 일반 누드화와 달리 발리의 누드화는 자위를 연상케 하는 등 ‘위반’의 성격이 강했다. 발리와 협업하던 때의 반항적이고 성적인 공격성이 실레의 회화적 특성으로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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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마지막 네 번째 여성은 법적 아내였던 에디트다. 이때까지 여성과는 다른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딸이다. 그런데 이 관계도 좀 이상했다. 실레는 에디트 자매 둘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여기서도 근친의 불안이 있다. 실레의 작품은 예술사의 보석으로 남았지만, 화가의 ‘위반’은 당시 판사가 재판정에서 작품을 불태우는 장면에서 보듯 별로 존중받지 못했다. ‘에곤 쉴레 : 욕망이 그린 그림’은 통념과 고독한 싸움을 벌인 청년 화가 실레의 ‘위반의 예술’에 대한 지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