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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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 ‘밀어주기’ 소신? 특혜?

양승택 정통부 장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외국인 대주주 무방” … 기존 정책과 마찰

  • < 김태한 /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freewill@donga.com >

    입력2005-02-01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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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텔레콤 ‘밀어주기’ 소신? 특혜?
    외국인이 대주주인 동기식 컨소시엄도 가능하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거침없는 발언으로 통신업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 그는 요즘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 관련, ‘외국인 대주주 무방론’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외국인이 대주주가 되어 국내 휴대통신사업자들과 직접 경쟁하면 통신시장에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5월18일 유성에서 열린 정보통신부 정책토론회에서 처음 나온 이같은 발언은 업계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국 내 동기식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 외국 사업자에게는 정부 차원의 보증을 약속하고, 동기식 사업의 적임자로 꼽히는 LG텔레콤에 대해서는 결정을 재촉하는 의미로 분석된다. 양장관의 외국인 대주주론은 캐나다 TIW사의 고위 경영진과 면담한 뒤 나온 것으로 알려져 무언가 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TIW는 LG텔레콤과 동기식 사업 참여를 놓고 투자 및 지분 협상을 벌이는 기업이다. 이와 관련 LG텔레콤이 그동안 유지해 온 미온적인 입장을 바꿔 동기식 사업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양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기존 정책을 뒤집거나 통신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민감한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 속뜻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기술에 해박한 전문가로서의 소신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설익은 정책을 남발한다” “특정업체를 편드는 의도가 보인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취임 회견에서는 “출연금을 깎아서라도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말해 전임 안병엽 장관이 포기한 동기사업자 선정작업을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이후에도 “아무도 동기식 사업을 희망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동기사업자가 ‘011’이나 ‘016’ 등 기존 CDMA 사업자들과 대등하게 맞서려면 출연금 부담도 비슷해야 한다” “동기사업자로는 2세대망을 보유한 LG가 바람직하다”는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양장관은 5월 들어서도 ‘비대칭규제’ 강화 방침을 전격 발표해 통신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신시장을 3강 구도로 개편하기 위해 유-무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대해 강력한 차별규제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제3의 유-무선 통신사업자를 위해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임에도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장 외자유치 협상도중 찬물을 뒤집어쓴 꼴이 된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이미 규제받을 만큼 받았는데 새삼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반면 그동안 동기사업의 적임자로 지목되어 온 LG로서는 제3사업자로서의 중심적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점유율에 대한 규제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잠잠하던 특혜 시비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양장관의 취임 직후 업계 주변에는 ‘신임 장관이 특정 그룹과 가깝다’는 소문이 한동안 나돌았다. 이같은 소문에는 양장관 천거에 앞장선 업계 인사가 LG전자(구LG정보통신)와 납품관계로 오랜 인연을 쌓았다는 점, 양장관이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전전자교환기(TDX) 개발단장을 맡으며 이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이 작용했다. 취임 후 발언 가운데도 특정기업 편향적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양장관 스스로는 “동기식 IMT-2000 사업을 위해서는 LG망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맞서려면 LG-파워콤-하나로통신 3개사가 연합해야 한다”며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1979년부터 81년까지 삼성전자의 전신인 한국전자통신의 기술담당 상무로 재직한 양장관의 경력을 들어 LG보다는 삼성전자 쪽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특혜시비가 일면서 양장관 스스로도 발언 수위를 낮추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동기식 컨소시엄을 사업 전에 합병하겠다는 LG텔레콤의 요구와 관련해 처음에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며칠 뒤에는 “컨소시엄 형태가 바람직하다. 외국 기업 대주주도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양장관이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3강 개편이나 비대칭 규제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양장관을 잘 아는 주변인사들일수록 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통신시장 3강 개편론은 양장관이 정보통신대학원 총장 재임시절부터 강조한 내용이다. 양장관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DMA에 대한 애착이다.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시절인 95년 무명 업체인 퀄컴의 CDMA 기술을 디지털 휴대전화 국가 표준으로 도입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에 힘입어 한국은 휴대전화 분야의 강국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CDMA 상용화 이후에는 CDMA 국제컨퍼런스 의장을 맡아 해마다 각국 통신전문가들을 국내로 초청해 이 기술의 세계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LG텔레콤 ‘밀어주기’ 소신? 특혜?
    양장관은 유럽과 미국이 3세대 기술을 놓고 격돌하는 지금까지도 CDMA에서 발전한 동기식이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휴대전화시장의 2강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IMT-2000 기술방식으로 유럽의 비동기식을 택했지만, 여전히 CDMA에 뿌리를 둔 동기식이 훨씬 전망이 좋다고 강조한다. 비동기식에 대해서는 “조기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말한다. 이에 따라 ‘CDMA에 관한 한 확신범’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장관은 취임 전인 올 초 동기식 컨소시엄 구성이 어려움을 겪자 정통부 특사로 미국 퀄컴사를 방문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강 구도 구조조정과 비대칭 규제강화도 따지고 보면 CDMA에 뿌리를 둔 동기식 사업자 등장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에 최대한 유리한 경쟁여건을 보장해 동기식 휴대전화 사업자 주축의 강력한 제3사업자를 만든다는 게 양장관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2세대 CDMA망을 보유한 LG텔레콤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양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의 4세대 CDMA 표준연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의 중국 CDMA 시장 진출과 관련 “중국을 끌어들여 동기식 CDMA에 기반한 세계 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이 정하면 세계 표준이 된다”고 밝혔다.

    양장관의 이러한 신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방향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정통부 실무진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는 취임 직후 기존 휴대전화사업자들이 제공중인 ‘cdma2000 1x’ 서비스를 2.5세대가 아니라 IMT-2000과 같은 3세대 휴대전화로 봐야 한다고 말해 실무진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또 사업희망자가 없으므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며 동기식 출연금을 깎아줄 수 없다던 입장도 뒤집었다. 급기야 정통부는 “한국은 작년부터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실무국장들은 장관의 또 다른 돌출발언으로 행여 과거의 정책 실패를 자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장관의 정책 추진이 신념을 토대로 한 것이라 해도 실현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제3사업자 구상부터가 그렇다. 양장관은 LG텔레콤 컨소시엄이 동기식 사업권을 따낸 뒤 궁극적으로 파워콤`-`하나로통신과 합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3강 개편과 관련,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기식 사업자의 외국인 대주주 방안도 국내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국산장비업체를 보호한다는 당초 명분과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 정통부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지만, 당장 하나로와 LG텔레콤 간 갈등을 풀 묘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익은 방안이 혼란만 부추긴다”며 “무리한 시장 개입보다는 건전한 경쟁환경 확립과 소비자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신념에 찬 양승택 장관이 통신시장의 혼란상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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