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대구시청. 간부회의를 주재한 문희갑 대구시장은 일기예보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기상대가 매일 예보하는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이 실황(實況·실제 기온)보다 1.7~2.8℃ 가량 높은 오보가 빈번하다는 게 그 이유. 잦은 오보 때문에 대구가 아직도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란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가 주는 의문은 두 가지다. 내륙분지 대구는 과연 ‘폭염도시’란 오명을 벗었을까. 그렇다면 그 비결은 대체 뭘까. 외지인들이 대구를 언급할 때 말머리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유난한 ‘대구 더위’. 지난 40년간(1960~99년)의 연중 낮 최고기온을 살피면 대구가 16회의 최고기온을 기록, 전국 제일의 ‘따끈따끈한’ 도시였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고기온 기록(40.0℃·1942년 8월1일)을 보유한 곳 역시 대구다.
하지만 대구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이 최근 완전히 깨졌다. 대구기상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대구지방 여름철 기온경향 분석’ 자료를 보면 1996년 합천 38.4℃(38.3℃·2위), 97년 순천 37.4℃(36.6℃·4위), 98년 제주 37.4℃(35.3℃·2위), 99년 춘천 36.2℃(35.5℃·6위) 등 최근 수년간 연중 낮 최고기온을 모두 다른 지역이 기록했다(괄호 안은 대구의 연중 낮 최고기온과 전국 74개 관측지역 중 대구의 해당 순위). 이는 대구의 여름철(6~8월) 낮 최고기온이 해마다 전국 1, 2위를 다툰 95년 이전과 큰 대조를 이룬다.
특히 경북 영천이 전국 최고(37.3℃)를 기록한 지난해 대구의 최고기온은 35.0℃·25위)에 머물러 해안을 낀 인천(15위)-울산(12위)과 서울(20위)보다도 낮았다. 대구의 여름철 낮 평균 최고기온도 96년 29.8, 97년 30.6, 98년 27.8, 99년 28.6℃로 낮아졌다(90~95년까지는 대구의 평균 최고기온이 4차례나 전국 1위). 수치상 대구의 여름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대구시 이진훈 환경녹지국장은 그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과 적극적인 도심공원 조성의 결과다. 대구시가 도시녹화사업으로 열악한 기후조건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지속적인 나무심기 사업이 기온을 하강시켰다는 시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주간동아’ 취재팀이 대구를 찾은 지난 5월23일은 이슬비가 내렸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19.9℃. 반소매차림으론 서늘함마저 느껴져 대구의 기온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기엔 부적합한 날씨였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심고 가꾼 수많은 나무들은 분명 대구 환경의 급변을 방증했다. 최근 수년간 집중 조성한 녹지공간들은 “대구가 달라졌다”는 출향인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대상.
옛 대구시경 부지에 조성한 국채보상기념공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1만3000평의 금싸라기 땅은 느티나무, 대왕참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 숲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의 심각한 가뭄 때문인 듯, 새로 심은 나무들에 비닐튜브로 만든 자동 물 공급주머니를 단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내일(5월24일) 부산시 관계자가 견학을 온다. 울산시-하남시 등 도시녹화사업과 관련해 이곳을 찾은 다른 지자체도 많다. 경북대 조경학과는 이곳에서 현장교육을 한다.” 박원길 국채보상공원관리사무소장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노인층이 주로 찾는 경상감영공원(옛 중앙공원) 일대도 온통 푸른 빛이다. 공원 내부뿐 아니라 공원 입구의 광장도 숲으로 변모해 시민 쉼터가 되었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대로 주변에도 느티나무 등이 빽빽하다. 지난 99년부터 추진중인 녹도(가로수 터널)화 사업도 국채보상로, 달구벌대로 등 시내 중심도로 19.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대구시가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96년. 묘하게도 대구의 여름 낮 최고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무렵과 일치한다.
이때부터 5년간 시내 전역에 심은 나무만 400만 그루(2000년 말 기준). 올해에도 100만 그루를 더 식수한다. 녹지 예산 중 나무심기 예산만 전체 시 예산의 3% 가량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식수한 나무 대다수가 묘목이 아니라 수령 20년 안팎의 성목(成木)이며, 심은 뒤 가급적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 이는 급속도로 줄어드는 도심 녹지공간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한 식목일(4월5일)보다 한 달 앞선 경칩을 전후해 식목행사를 갖는 것도 지역 실정에 맞는 식목을 위한 것.
이뿐 아니다. 대구시는 경북대 치대, 동산의료원 등 도심 건물 126개의 담장을 헐고 분수와 정원을 만들었다. 또 공원 조성에도 나서 96년 302개이던 도심공원(소공원 포함)을 현재 421개로 늘려 서울 다음으로 많다. 자연히 녹지면적은 5년 전보다 37.3%, 가로수는 57%나 증가했다. 이는 시민 19명당 1그루꼴로 전국 최고 수준. 서울(40명당 1그루)과 부산(44명당 1그루)보다 가로수가 월등히 많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른 하천’인 신천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맑은 물을 날마다 10만 t씩 방류해 1년 내내 흐르게 한 하천 유지용수 통수(通水)를 97년 단행한 것도 기온하강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매연이 전혀 없는 천연가스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LPG 청소차를 보급해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을 크게 줄인 것 또한 기온하강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학자들은 이런 대구시의 자체 평가에 힘을 보탠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기상학)팀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논문 ‘대구시 최근 난후기(5~10월) 기온분석과 공원녹지의 효과’에 따르면 도시가 과밀화할수록 녹지가 줄어 국지적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도시 열(熱)섬’이 심화하는데, 이때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 고온현상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식물이 자신이 흡수한 수분을 증발시키는 증산작용으로 대기 중의 열을 빼앗아 없앤다는 것. 20년생 느티나무 1그루가 한여름에 24시간 방출하는 수증기량이 200ℓ에 달하고, 이 수분의 증발은 50kg의 석탄을 태워 방출한 열량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김교수는 “특히 기온하강을 위해서는 변두리보다 도심에 나무가 많아야 하는데, 대구시의 녹화사업은 도심 위주로 적절히 이뤄졌다”며 “시가 추진한 국지적 도시환경 변화가 기온하강의 주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도시녹화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구시 녹지과 김영식 사무관은 “현재 쓰이지 않는 담배인삼공사 대구연초제조창 부지와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공원부지로 지정했다.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부지를 매입해 도심 숲을 조성할 것”이라 밝힌다.
이런 친환경적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대구시를 화석연료 대신 지속적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도시인 솔라시티(Solar City)로 지정하였다. 솔라시티는 세계 12개 도시가 선정될 예정이며 현재까지는 8개 도시만 지정되었다.
대구시는 나무심기 사업과 함께 오는 2006년을 목표로 총 에너지 사용량의 2%까지 첨단 대체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는 ‘솔라시티 5개년 계획’이 구체화하면 대구의 최고기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에 대해 환경단체 일각에선 의구심을 표한다. 비판의 핵심은 나무심기와 기온하강 간 상관관계에 대해 좀더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나무의 증산작용이 기온하강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지만, 예전보다 늘어난 에너지 소비량과 도심 콘크리트화 비율 등 기온상승 인자를 고려하지 않고 녹지만으로 기온하강을 설명하는 건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나무심기 취지엔 공감하지만, 도시 전체의 기온관리계획이 없어 나무를 적재적소에 식수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대구의 여름 기온은 앞으로 더 내려갈까. “나무심기가 기온하강의 간접원인이란 분석엔 동감한다. 하지만 기상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구의 기온하강 추세가 계속될지 섣불리 단정하긴 힘들다”(대구기상대 김종현 예보사).
그렇다면 이제 어느 지역이 ‘폭염 도시’의 바통을 이어받을까. 이에 대해서도 기상대측은 “최근 몇 년간 전국 여러 도시에서 연중 최고기온이 나타나 특정지역이 유난히 무덥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아직 기온하강에 대한 대구시민 체감도를 분석한 바는 없다. 이와 관련해 계명대 김수봉 교수(조경학)는 지난 5월23일 10년 이상 대구에 거주한 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시민 체감환경’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는 오는 6월 말 발표할 예정으로 아직은 미지수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랜 더위와 유례없이 침체한 지역경제 상황에 수년 전부터 ‘지치고 열받아온’ 대구시민들이 결코 ‘시원한 대구’를 마다할 리 없다는 당연한 예상이다. 그리고 현실은 그 예상을 더욱 뒷받침해 준다. 2001년 5월22일 현재 대구의 올해 최고기온은 31.6℃(5월19일). 강릉(35.1℃), 울진(33.9℃), 홍천(33.2℃) 등에 이어 12번째다.
이 에피소드가 주는 의문은 두 가지다. 내륙분지 대구는 과연 ‘폭염도시’란 오명을 벗었을까. 그렇다면 그 비결은 대체 뭘까. 외지인들이 대구를 언급할 때 말머리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유난한 ‘대구 더위’. 지난 40년간(1960~99년)의 연중 낮 최고기온을 살피면 대구가 16회의 최고기온을 기록, 전국 제일의 ‘따끈따끈한’ 도시였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고기온 기록(40.0℃·1942년 8월1일)을 보유한 곳 역시 대구다.
하지만 대구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이 최근 완전히 깨졌다. 대구기상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대구지방 여름철 기온경향 분석’ 자료를 보면 1996년 합천 38.4℃(38.3℃·2위), 97년 순천 37.4℃(36.6℃·4위), 98년 제주 37.4℃(35.3℃·2위), 99년 춘천 36.2℃(35.5℃·6위) 등 최근 수년간 연중 낮 최고기온을 모두 다른 지역이 기록했다(괄호 안은 대구의 연중 낮 최고기온과 전국 74개 관측지역 중 대구의 해당 순위). 이는 대구의 여름철(6~8월) 낮 최고기온이 해마다 전국 1, 2위를 다툰 95년 이전과 큰 대조를 이룬다.
특히 경북 영천이 전국 최고(37.3℃)를 기록한 지난해 대구의 최고기온은 35.0℃·25위)에 머물러 해안을 낀 인천(15위)-울산(12위)과 서울(20위)보다도 낮았다. 대구의 여름철 낮 평균 최고기온도 96년 29.8, 97년 30.6, 98년 27.8, 99년 28.6℃로 낮아졌다(90~95년까지는 대구의 평균 최고기온이 4차례나 전국 1위). 수치상 대구의 여름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대구시 이진훈 환경녹지국장은 그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과 적극적인 도심공원 조성의 결과다. 대구시가 도시녹화사업으로 열악한 기후조건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지속적인 나무심기 사업이 기온을 하강시켰다는 시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주간동아’ 취재팀이 대구를 찾은 지난 5월23일은 이슬비가 내렸다.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19.9℃. 반소매차림으론 서늘함마저 느껴져 대구의 기온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기엔 부적합한 날씨였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심고 가꾼 수많은 나무들은 분명 대구 환경의 급변을 방증했다. 최근 수년간 집중 조성한 녹지공간들은 “대구가 달라졌다”는 출향인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대상.
옛 대구시경 부지에 조성한 국채보상기념공원.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1만3000평의 금싸라기 땅은 느티나무, 대왕참나무, 양버즘나무 등이 군락을 이룬 숲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의 심각한 가뭄 때문인 듯, 새로 심은 나무들에 비닐튜브로 만든 자동 물 공급주머니를 단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내일(5월24일) 부산시 관계자가 견학을 온다. 울산시-하남시 등 도시녹화사업과 관련해 이곳을 찾은 다른 지자체도 많다. 경북대 조경학과는 이곳에서 현장교육을 한다.” 박원길 국채보상공원관리사무소장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노인층이 주로 찾는 경상감영공원(옛 중앙공원) 일대도 온통 푸른 빛이다. 공원 내부뿐 아니라 공원 입구의 광장도 숲으로 변모해 시민 쉼터가 되었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대로 주변에도 느티나무 등이 빽빽하다. 지난 99년부터 추진중인 녹도(가로수 터널)화 사업도 국채보상로, 달구벌대로 등 시내 중심도로 19.7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대구시가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대대적인 나무심기 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96년. 묘하게도 대구의 여름 낮 최고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무렵과 일치한다.
이때부터 5년간 시내 전역에 심은 나무만 400만 그루(2000년 말 기준). 올해에도 100만 그루를 더 식수한다. 녹지 예산 중 나무심기 예산만 전체 시 예산의 3% 가량에 달한다. 특이한 것은 식수한 나무 대다수가 묘목이 아니라 수령 20년 안팎의 성목(成木)이며, 심은 뒤 가급적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 이는 급속도로 줄어드는 도심 녹지공간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한 식목일(4월5일)보다 한 달 앞선 경칩을 전후해 식목행사를 갖는 것도 지역 실정에 맞는 식목을 위한 것.
이뿐 아니다. 대구시는 경북대 치대, 동산의료원 등 도심 건물 126개의 담장을 헐고 분수와 정원을 만들었다. 또 공원 조성에도 나서 96년 302개이던 도심공원(소공원 포함)을 현재 421개로 늘려 서울 다음으로 많다. 자연히 녹지면적은 5년 전보다 37.3%, 가로수는 57%나 증가했다. 이는 시민 19명당 1그루꼴로 전국 최고 수준. 서울(40명당 1그루)과 부산(44명당 1그루)보다 가로수가 월등히 많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른 하천’인 신천에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맑은 물을 날마다 10만 t씩 방류해 1년 내내 흐르게 한 하천 유지용수 통수(通水)를 97년 단행한 것도 기온하강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매연이 전혀 없는 천연가스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LPG 청소차를 보급해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을 크게 줄인 것 또한 기온하강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학자들은 이런 대구시의 자체 평가에 힘을 보탠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기상학)팀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논문 ‘대구시 최근 난후기(5~10월) 기온분석과 공원녹지의 효과’에 따르면 도시가 과밀화할수록 녹지가 줄어 국지적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도시 열(熱)섬’이 심화하는데, 이때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 고온현상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식물이 자신이 흡수한 수분을 증발시키는 증산작용으로 대기 중의 열을 빼앗아 없앤다는 것. 20년생 느티나무 1그루가 한여름에 24시간 방출하는 수증기량이 200ℓ에 달하고, 이 수분의 증발은 50kg의 석탄을 태워 방출한 열량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김교수는 “특히 기온하강을 위해서는 변두리보다 도심에 나무가 많아야 하는데, 대구시의 녹화사업은 도심 위주로 적절히 이뤄졌다”며 “시가 추진한 국지적 도시환경 변화가 기온하강의 주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도시녹화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구시 녹지과 김영식 사무관은 “현재 쓰이지 않는 담배인삼공사 대구연초제조창 부지와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공원부지로 지정했다.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부지를 매입해 도심 숲을 조성할 것”이라 밝힌다.
이런 친환경적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대구시를 화석연료 대신 지속적이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도시인 솔라시티(Solar City)로 지정하였다. 솔라시티는 세계 12개 도시가 선정될 예정이며 현재까지는 8개 도시만 지정되었다.
대구시는 나무심기 사업과 함께 오는 2006년을 목표로 총 에너지 사용량의 2%까지 첨단 대체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는 ‘솔라시티 5개년 계획’이 구체화하면 대구의 최고기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에 대해 환경단체 일각에선 의구심을 표한다. 비판의 핵심은 나무심기와 기온하강 간 상관관계에 대해 좀더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나무의 증산작용이 기온하강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지만, 예전보다 늘어난 에너지 소비량과 도심 콘크리트화 비율 등 기온상승 인자를 고려하지 않고 녹지만으로 기온하강을 설명하는 건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나무심기 취지엔 공감하지만, 도시 전체의 기온관리계획이 없어 나무를 적재적소에 식수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대구의 여름 기온은 앞으로 더 내려갈까. “나무심기가 기온하강의 간접원인이란 분석엔 동감한다. 하지만 기상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구의 기온하강 추세가 계속될지 섣불리 단정하긴 힘들다”(대구기상대 김종현 예보사).
그렇다면 이제 어느 지역이 ‘폭염 도시’의 바통을 이어받을까. 이에 대해서도 기상대측은 “최근 몇 년간 전국 여러 도시에서 연중 최고기온이 나타나 특정지역이 유난히 무덥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아직 기온하강에 대한 대구시민 체감도를 분석한 바는 없다. 이와 관련해 계명대 김수봉 교수(조경학)는 지난 5월23일 10년 이상 대구에 거주한 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시민 체감환경’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는 오는 6월 말 발표할 예정으로 아직은 미지수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랜 더위와 유례없이 침체한 지역경제 상황에 수년 전부터 ‘지치고 열받아온’ 대구시민들이 결코 ‘시원한 대구’를 마다할 리 없다는 당연한 예상이다. 그리고 현실은 그 예상을 더욱 뒷받침해 준다. 2001년 5월22일 현재 대구의 올해 최고기온은 31.6℃(5월19일). 강릉(35.1℃), 울진(33.9℃), 홍천(33.2℃) 등에 이어 12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