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홍원식 교수(철학)는 도올이 일으킨 동양철학 돌풍을 ‘활극’으로 묘사했다(출판저널 3월20일자). 선과 악, 생과 사가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하게 펼쳐지는 동양철학 활극을 우리 국민이 즐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쟁은 활극처럼 진행되었다. 활극의 시작은 99년 김경일 교수(상명대 중문학)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교수는 뿌리깊은 유교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원조 격인 ‘공자’를 죽인 것이다. 어쨌든 ‘공자가 죽어야…’는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최병철), ‘인터넷 시대 공자 바로 알기’(이창걸)와 같은 비판서의 탄생을 유도했고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지난해 10월 TV 강연 ‘도올의 논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도올도 김경일 교수의 시각을 이렇게 비판했다. “공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유교의 일부 폐단을 유교 전체로 확대 해석한 결과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도올의 논어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EBS TV 강연 ‘노자와 21세기’가 이경숙씨의 ‘노자를 웃긴 남자’와 한판 대결했고(물론 이씨의 책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 ‘도올의 논어 이야기’는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씨다’(변상섭),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이기동),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서병후) 등에서 정면 도전을 받았다.
이처럼 ‘죽이고 살리기’ 논쟁을 계속하는 사이 정작 살아난 것은 동양학이다. ‘노자와 21세기’ ‘도올 논어’와 함께 ‘금강경강해’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김용옥)가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모두 저자의 이름 값이라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20년 전 출간한 모로하시 데츠지의 ‘공자 노자 석가’가 지난 2월 한국어판으로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권에 오른 것은 이제 도올을 넘어선 동양학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 결과 특정인을 겨냥한 비판서가 아닌, 저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동양고전 출판이 줄을 이으면서 동양학 연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이우재의 논어 읽기’가 대표적인 예다. 사회운동가로 알려진 이우재씨가 논어 해설서를 쓴 배경에는 논어를 공부하다 느낀 답답함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나라에 나온 논어 해설서가 대부분 주자(朱子)의 ‘논어집주’를 기본으로 한 것인데다, 역사적-사회과학적 관점이 결여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책 앞머리에 춘추-전국시대의 사회경제사를 먼저 설명하고 본문을 시작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관련 서적 잇달아 ‘베스트 셀러’ 인기 실감
평전 형식의 ‘맹자가 살아 있다면’을 쓴 중견 소설가 조성기씨는 “공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또 중국사상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맹자에 대한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의 논어가 추상적으로 쓰여 다양한 해석논쟁이 벌어지는 반면,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현실에 적용한 것이어서 구체성을 띠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오히려 접근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죽은 공자의 인기에 힘입어 노자, 맹자, 주자(얼마 전 대만학자 진영첩의 ‘주자강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까지 부활한 셈이다. 물론 동양학 특수는 출판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철저히 외면한 동양사상 강좌에 수강자가 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단 밖 철학강좌에 주부들이 몰린다. 심지어 신세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한자’가 떠오르면서 현대판 ‘서당’에 다니는 학생들도 늘었다.
홍원식 교수는 이런 특수에 대해 “국민의 동양철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요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지적 허영심일 뿐”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장학자들은 모처럼 활성화한 동양철학과 현실의 만남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한 연구적 성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병삼 교수(성심외국어대)가 21세기, 한국, 정치학이라는 관점에서 쓴 ‘논어’ 해설서가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도올논쟁의 성과를 독자(또는 시청자)의 시야를 넓힌 것에서 찾는다.
“학자들이 고전해석을 놓고 신문지상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벌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비로소 ‘해석의 다양성’을 알게 된 거죠. 과거 학자들의 전유물인 고급 지식에 일반인도 한 발짝 다가설 기회가 생긴 겁니다.”
지난해 10월 TV 강연 ‘도올의 논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도올도 김경일 교수의 시각을 이렇게 비판했다. “공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유교의 일부 폐단을 유교 전체로 확대 해석한 결과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도올의 논어 또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EBS TV 강연 ‘노자와 21세기’가 이경숙씨의 ‘노자를 웃긴 남자’와 한판 대결했고(물론 이씨의 책에 대해서도 많은 지적과 비판이 쏟아졌다), ‘도올의 논어 이야기’는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씨다’(변상섭),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이기동),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서병후) 등에서 정면 도전을 받았다.
이처럼 ‘죽이고 살리기’ 논쟁을 계속하는 사이 정작 살아난 것은 동양학이다. ‘노자와 21세기’ ‘도올 논어’와 함께 ‘금강경강해’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김용옥)가 덩달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모두 저자의 이름 값이라 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20년 전 출간한 모로하시 데츠지의 ‘공자 노자 석가’가 지난 2월 한국어판으로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권에 오른 것은 이제 도올을 넘어선 동양학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 결과 특정인을 겨냥한 비판서가 아닌, 저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동양고전 출판이 줄을 이으면서 동양학 연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이우재의 논어 읽기’가 대표적인 예다. 사회운동가로 알려진 이우재씨가 논어 해설서를 쓴 배경에는 논어를 공부하다 느낀 답답함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 나라에 나온 논어 해설서가 대부분 주자(朱子)의 ‘논어집주’를 기본으로 한 것인데다, 역사적-사회과학적 관점이 결여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책 앞머리에 춘추-전국시대의 사회경제사를 먼저 설명하고 본문을 시작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관련 서적 잇달아 ‘베스트 셀러’ 인기 실감
평전 형식의 ‘맹자가 살아 있다면’을 쓴 중견 소설가 조성기씨는 “공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또 중국사상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맹자에 대한 이해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의 논어가 추상적으로 쓰여 다양한 해석논쟁이 벌어지는 반면,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현실에 적용한 것이어서 구체성을 띠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오히려 접근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죽은 공자의 인기에 힘입어 노자, 맹자, 주자(얼마 전 대만학자 진영첩의 ‘주자강의’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까지 부활한 셈이다. 물론 동양학 특수는 출판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생들이 철저히 외면한 동양사상 강좌에 수강자가 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단 밖 철학강좌에 주부들이 몰린다. 심지어 신세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한자’가 떠오르면서 현대판 ‘서당’에 다니는 학생들도 늘었다.
홍원식 교수는 이런 특수에 대해 “국민의 동양철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요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지적 허영심일 뿐”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장학자들은 모처럼 활성화한 동양철학과 현실의 만남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한 연구적 성과로 이끌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병삼 교수(성심외국어대)가 21세기, 한국, 정치학이라는 관점에서 쓴 ‘논어’ 해설서가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도올논쟁의 성과를 독자(또는 시청자)의 시야를 넓힌 것에서 찾는다.
“학자들이 고전해석을 놓고 신문지상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벌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비로소 ‘해석의 다양성’을 알게 된 거죠. 과거 학자들의 전유물인 고급 지식에 일반인도 한 발짝 다가설 기회가 생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