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비관적인 보고서의 영향으로 SK하이닉스(왼쪽, 삼) 성전자 주가가 급락했다. [뉴시스]
HBM 공급 과잉 전망
앞서 모건스탠리는 8월 20일 보고서 ‘고점에 대비하라(Preparing for Peak)’를 통해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했다”며 “반도체 주가 정점론”을 제기한 바 있다. 반도체 사이클은 ‘비관→의심→긍정→환희’를 오가는데 이 주기가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환희 단계로, 곧 환희 단계의 정점이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후속 격인 이번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와 TSMC는 ‘AI(인공지능) 수혜주’로 평가한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비관론을 폈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공급 과잉으로,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 D램은 스마트폰·개인용 컴퓨터(PC) 수요 감소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범용 D램 가격이 올해 4분기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메모리 기업들의 HBM 공급량이 250억Gb(기가비트)에 달해 수요량 150억Gb를 66.7%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HBM3E 양산 시작도 공급 과잉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현재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3E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모간서울, SK하이닉스 대규모 매도
하지만 한국 반도체업계는 주문형 메모리 반도체인 HBM은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만큼 공급 과잉 우려가 적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2025년 HBM 물량 완판”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모건스탠리가 국내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본 것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우황제 작가는 “HBM은 범용 D램을 쌓아서 만드는 제품으로, 충분히 공급 과잉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최근 스마트폰과 PC 수요 감소로 전통 반도체는 상승 사이클이 시작되지도 못한 상황인데, AI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주춤하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연이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 작가는 “향후 AI 시장이 성장한다는 점은 자명하지만, 전기차의 이차전지처럼 반도체 시장 또한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빅테크의 AI 투자 감소 또한 HBM 공급 과잉의 근거”라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주요 빅테크 기업 10곳의 전년 대비 AI 투자율이 올해 52%에서 내년 8%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빅테크 기업 13곳의 투자 증가율을 올해 33.7%, 내년 13.4%로 예측했다. 한편 모건스탠리가 이번 보고서를 내기 직전인 9월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인 모간서울은 100만 주가 넘는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모간서울의 SK하이닉스 매도 체결량은 101만1719주로, 당일 종가 기준으로는 1647억 원 규모다. 같은날 JP모건과 맥쿼리도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50만462주, 20만9411주 매도했다. 모간서울과 비교해 훨씬 적은 물량이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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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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