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선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발표 과제를 한다. 원하는 발표 콘셉트와 수업 주제, 기본 PPT 템플릿을 입력하면 새로운 템플릿을 만들어준다. 저녁엔 9월 초 일감으로 받은 영상을 편집한다. 시한은 한 달이었지만, 강 씨는 3일 만에 초안을 넘겼다. 역시 AI 기반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한 덕분이다.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미드저니’에 ‘AI를 활용하는 대학생’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하자 나온 사진. [윤채원 기자]
20대 대학생, 주 3회 이상 AI 쓴다
이번 달 재고 보고서를 쓰라니까 챗GPT로 뚝딱 분석하는 신입사원, 외국어 회화 실력을 높이려고 AI ‘스픽’과 연습하는 취업준비생…. 교수 강의를 깨알같이 받아 적고, 깔끔한 PPT 템플릿을 찾아 발품 팔았던 이들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20대 대학생과 신입사원은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AI 친화적인 성장기를 보냈다. 이들은 AI 서비스가 없는 학교나 회사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대학 생활은 AI 전과 후로 나뉜다. 챗GPT 출시 이후 표절이나 저작권 문제가 종종 발생해 대학에선 AI 감별 프로그램을 돌리기도 한다. 과제에서 챗GPT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면 과제를 모두 0점 처리하겠다는 수업도 생겼다. 기자가 만난 대학생들은 “아직도 챗GPT에 보고서를 써달라고 한다면 하수”라며 각종 AI 활용법을 소개했다.
대학생 이모 씨(26)는 학교 과제를 할 때면 포털 대신 검색엔진 ‘퍼플렉시티’를 사용한다. 챗GPT처럼 검색창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정보 출처까지 표시해주는 서비스다. 오픈AI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서비스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매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씨는 “구글이나 포털에선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까지 스크롤을 계속 내려야 하지만, 지금은 핵심 내용만 먼저 볼 수 있다. 한두 시간 걸릴 일이 10~20분 내외로 처리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팀원들끼리 자료 조사를 해오면 AI ‘감마’를 사용해 발표 PPT까지 AI에 맡길 수 있다. 감마는 발표 주제를 입력하면 개요와 내용, 이미지 등을 1분 만에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서비스다. 팀원들과 동시 작업도 가능하다. 대학생 김모 씨(25)는 “새내기 때만 해도 원하는 템플릿을 찾을 때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다 만들 수 있다”며 흡족해했다.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조사에 따르면 20대 4명 중 1명, 30대는 18%가 AI 서비스를 주 2~3회 이상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클로바노트’ ‘다글라’ ‘스픽’ 등 주요 AI 서비스의 1~8월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0%였다.
요즘 취업 필수 스펙인 외국어 회화에서도 AI가 빠질 수 없다. 영어학습 앱 ‘스픽’은 상황별로 영어 표현을 설명하고 예시 문장도 읽어준다.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발음과 문법까지 교정한다. 스픽 관계자는 “마케팅과 홍보 행사 대부분을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며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젊은 고객이 최신 AI 기술에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막내 필수품, 챗GPT
대학생 시절부터 생성형AI 서비스를 경험한 신입사원은 현업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한다. 2년 전 챗GPT로 면접을 연습하던 신입사원 김모 씨(27)는 “회사에서도 숨 쉬듯이 AI를 쓴다”고 말했다. 그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판매량을 예측하거나 재고 수준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신입사원이라 데이터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추가 검토용으로 그만한 툴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챗GPT에 사용 방법을 물어보면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30 회사원은 생성형 AI의 가장 편리한 점으로 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회사에서 막내인 안모 씨(27)는 사진이나 영상 작업을 할 때면 디자인 프로그램에 내장된 AI 서비스를 사용한다. 대학생 땐 사진을 수정할 때마다 일일이 자료를 찾고 합성해야 했다면, 요즘은 단순한 사진 합성과 보정은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 안 씨는 “예전엔 자료 찾기 30분, 디자인 10분이었다면, AI를 사용하면서 검색 시간이 1분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30분을 추가로 확보했으니 피드백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초안을 빨리 가져온다고 상사에게 칭찬받는 건 덤이다.
기자가 만난 2030세대 AI 사용자들은 AI 서비스를 ‘새벽배송’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그 매력을 모르지만, 한 번 이상 사용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서비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안 씨는 “‘AI를 쓰는 사람’이라는 부러움 섞인 시선도 받을 수 있고,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라는 호칭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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