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라는 것이 있다. 부자들의 투자·소비가 늘어나면 저소득층의 소득도 따라서 증가하는 효과다. 부자들이 소비를 하면 그에 따라 생산량이 늘어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한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낙수효과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시행했다. 재벌, 대기업, 부자가 돈을 많이 벌면 다른 사람들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로 부자들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부자들은 큰돈을 번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 부자만 더욱 부자가 됐을 뿐이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단지 부자만을 위한 경제정책을 시행했다고 비난받았다.
부자는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이 있는 부자에게는 일하는 게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일을 해야 돈을 번다. 그래서 일이 필수다. 퇴직해 잠시 일을 안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일하지 않는다고 굶어 죽는 건 아니다. 요즘은 한국도 복지 제도가 잘 돼 있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게 해준다. 그러나 정말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먹고살 게 아니라면 일을 해 돈을 벌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규제를 만든다. 사업할 때 따라야 하는 규제, 지켜야 하는 절차를 계속 만들고 이런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보통 직장인은 그런 규제가 불합리하고 과도하다 생각해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이 망하고, 자기 일자리가 사라진다. 정부가 아무리 이상한 규제를 해도, 그 규제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어도 규제를 지키려 한다. 여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에 최대한 정부의 규제 방향에 맞추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는 다르다. 몇십억, 몇백억 자산을 가진 부자는 일하는 게 필수가 아니다. 이 정도 자산이 있는 부자는 매일 골프 치고 여행 다니고 술 마시면서 살아도 된다. 하지만 인생을 그런 것만 하면서 보내기는 좀 그렇다. 흥미가 있고 관심이 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일하고 싶을 때 자산가는 어디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업체를 만든다. 몇십억 자산이 있는 상태에서 월급 200만~300만 원을 더 벌려고 취직하지는 않는다. 이때 자산가는 자기 사업체를 만드는 게 옵션이다.
일반 사람들이 사업체를 만들면 보통 자영업자가 된다. 자기 혼자 일하거나, 아니면 알바 몇 명을 두는 수준이다. 하지만 자산가가 사업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자산가가 스스로 설거지하고, 장보러 다니고, 청소하면서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못해도 몇 명은 고용하는 사업체를 만든다. 식당을 하더라도 10여 명은 고용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사업을 해도 많은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작한다. 최소 몇억 원으로 일을 시작하고, 몇십억 원을 투자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기서 부자들의 큰돈이 사회로 나온다.
반면 투자는 다르다. 10명을 고용하는 레스토랑을 만들면 1년에 십억 원대 돈이 지출된다. 그 돈으로 10명이 일자리를 구하고 인테리어업체, 식자재업체 등이 돈을 번다. 1년 골프비 4000만 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건 분명히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19세기는 아직 가난한 사회였기에 부자의 소비가 중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부자의 소비가 그리 큰 효과가 없다. 부자의 투자가 중요하다. 낙수효과는 부자의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부자는 투자로 일을 하는 게 선택사항이다. 부자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매일 골프나 치러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과 돈으로 뭔가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는 삶이다. 그런데 한국은 사업 관련 규제가 굉장히 강한 나라다. 특히 처벌 규정이 세다. 다른 나라에서는 과태료 등으로 끝날 문제가 형사처벌되곤 한다. 사업 관련 규제를 잘 지키지 않으면 고의 과실이 없어도 경찰서에 불려가고, 전과자가 되고, 감옥에 간다.
보통 사람은 어쨌든 먹고살기 위해 그런 규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부자는 아니다. 사업을 하고 싶기는 한데, 굳이 관공서에 불려가고 경찰이 찾아오고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업을 해야 할까. 그래도 꼭 하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자의 결론은 “에이, 그냥 골프 치면서 여행이나 다니며 살자”다.
어떤 사람은 부자가 사업을 해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 사업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라고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니다. 보통 사업의 90%가 망하는데, 부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인 중 몇십억 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말아먹은 사람이 2명 있다. 그 돈은 몇 년 동안 몇십 명이 월급을 받고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사용됐다. 부자가 사업을 새로 시작해 더 큰 부자가 되기도 하지만, 몇십억 원을 말아먹는 경우가 더 많다. 부자는 이렇게 몇십억 원을 말아먹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그냥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한 셈이다. 이게 진정한 낙수효과다.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부자가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나라, 규제가 많은 나라, 사업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나라에서는 부자가 제대로 투자를 할 수가 없다. 돈은 있는데 투자를 하기 힘드니 그냥 놀고 쉰다. 돈을 금융상품, 주식, 부동산에 넣어둔 채 위험한 사업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부자의 재산은 더 늘어난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
부자에게는 일할까, 그냥 놀고 먹을까가 선택사항이다. 따라서 부자로 하여금 자기 돈을 들여 사업하고 일하게 하려면 사업 관련 규제를 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자는 사업을 시작하는 대신 골프나 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아간다. 부자들의 돈을 빼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부자들의 돈이 사회에 풀리고, 그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작동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부자들이 투자해야 낙수효과가 커진다. [GettyImages]
부자들은 일이 선택사항
지금은 이 낙수효과에 대한 비판이 많다. 낙수효과는 19세기 말 처음 제시된 이론이다. 자본주의가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낙수효과가 작동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경험에서 보듯이 현대 경제에서는 부자의 소득이 증가하면 그냥 부자의 소득만 증가할 뿐이다.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150개국 경제를 분석해 부유층의 소득 비율이 1% 증가하면 경제성장이 0.08% 감소한다고 봤다. 부자의 소득이 증가한다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이 따라서 증가하는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낙수효과는 틀린 이론이었다. 따라서 부자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 필요는 없다.부자는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이 있는 부자에게는 일하는 게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일을 해야 돈을 번다. 그래서 일이 필수다. 퇴직해 잠시 일을 안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 일하지 않는다고 굶어 죽는 건 아니다. 요즘은 한국도 복지 제도가 잘 돼 있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게 해준다. 그러나 정말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먹고살 게 아니라면 일을 해 돈을 벌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대해 이런저런 규제를 만든다. 사업할 때 따라야 하는 규제, 지켜야 하는 절차를 계속 만들고 이런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보통 직장인은 그런 규제가 불합리하고 과도하다 생각해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이 망하고, 자기 일자리가 사라진다. 정부가 아무리 이상한 규제를 해도, 그 규제에 도무지 공감할 수 없어도 규제를 지키려 한다. 여기에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에 최대한 정부의 규제 방향에 맞추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는 다르다. 몇십억, 몇백억 자산을 가진 부자는 일하는 게 필수가 아니다. 이 정도 자산이 있는 부자는 매일 골프 치고 여행 다니고 술 마시면서 살아도 된다. 하지만 인생을 그런 것만 하면서 보내기는 좀 그렇다. 흥미가 있고 관심이 가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일하고 싶을 때 자산가는 어디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업체를 만든다. 몇십억 자산이 있는 상태에서 월급 200만~300만 원을 더 벌려고 취직하지는 않는다. 이때 자산가는 자기 사업체를 만드는 게 옵션이다.
일반 사람들이 사업체를 만들면 보통 자영업자가 된다. 자기 혼자 일하거나, 아니면 알바 몇 명을 두는 수준이다. 하지만 자산가가 사업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자산가가 스스로 설거지하고, 장보러 다니고, 청소하면서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못해도 몇 명은 고용하는 사업체를 만든다. 식당을 하더라도 10여 명은 고용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사업을 해도 많은 사람을 고용해 일을 시작한다. 최소 몇억 원으로 일을 시작하고, 몇십억 원을 투자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기서 부자들의 큰돈이 사회로 나온다.
부자들의 투자 활성화해야
낙수효과는 부자들의 소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이 소비한다고 얼마나 큰돈이 나오겠나. 일주일에 3번씩 골프를 치러 다닌다 해도 한 달이면 12번, 1년이면 144번 정도다. 한 번 나갈 때 골프비로 30만 원을 쓸 경우 연 4320만 원이다. 국내 경제에서 약 4000만 원을 더 소비해봤자 별 효과가 없다. 부자가 매일 소갈비를 먹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굶다가 매일 소갈비를 먹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 돼지갈비, 불고기를 먹다가 소갈비를 먹으면 소갈비 매출은 늘지만 돼지갈비 매출은 줄어든다.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반면 투자는 다르다. 10명을 고용하는 레스토랑을 만들면 1년에 십억 원대 돈이 지출된다. 그 돈으로 10명이 일자리를 구하고 인테리어업체, 식자재업체 등이 돈을 번다. 1년 골프비 4000만 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건 분명히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19세기는 아직 가난한 사회였기에 부자의 소비가 중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부자의 소비가 그리 큰 효과가 없다. 부자의 투자가 중요하다. 낙수효과는 부자의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부자는 투자로 일을 하는 게 선택사항이다. 부자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매일 골프나 치러 다니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과 돈으로 뭔가에 투자하고 사업을 하는 삶이다. 그런데 한국은 사업 관련 규제가 굉장히 강한 나라다. 특히 처벌 규정이 세다. 다른 나라에서는 과태료 등으로 끝날 문제가 형사처벌되곤 한다. 사업 관련 규제를 잘 지키지 않으면 고의 과실이 없어도 경찰서에 불려가고, 전과자가 되고, 감옥에 간다.
보통 사람은 어쨌든 먹고살기 위해 그런 규제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부자는 아니다. 사업을 하고 싶기는 한데, 굳이 관공서에 불려가고 경찰이 찾아오고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업을 해야 할까. 그래도 꼭 하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자의 결론은 “에이, 그냥 골프 치면서 여행이나 다니며 살자”다.
어떤 사람은 부자가 사업을 해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 사업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부자라고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니다. 보통 사업의 90%가 망하는데, 부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인 중 몇십억 원을 들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말아먹은 사람이 2명 있다. 그 돈은 몇 년 동안 몇십 명이 월급을 받고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사용됐다. 부자가 사업을 새로 시작해 더 큰 부자가 되기도 하지만, 몇십억 원을 말아먹는 경우가 더 많다. 부자는 이렇게 몇십억 원을 말아먹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그냥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한 셈이다. 이게 진정한 낙수효과다.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부자가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나라, 규제가 많은 나라, 사업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나라에서는 부자가 제대로 투자를 할 수가 없다. 돈은 있는데 투자를 하기 힘드니 그냥 놀고 쉰다. 돈을 금융상품, 주식, 부동산에 넣어둔 채 위험한 사업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부자의 재산은 더 늘어난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
선진국일수록 낙수효과 힘들어
이명박 정부 때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당시 중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소기업보호 업종을 지정하고, 부자들은 커피숍, 빵집 등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부자들이 새로운 사업 투자를 하지 못하니 낙수효과도 없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낙수효과가 일어나기 힘들다. 소수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 세계적으로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부자에게는 일할까, 그냥 놀고 먹을까가 선택사항이다. 따라서 부자로 하여금 자기 돈을 들여 사업하고 일하게 하려면 사업 관련 규제를 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자는 사업을 시작하는 대신 골프나 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아간다. 부자들의 돈을 빼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부자들의 돈이 사회에 풀리고, 그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작동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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