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해도 필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두어 곳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다. 그러다 국내 쇼핑몰에서 찾기 어려운 해외 상품들은 아마존을 통해 사기 시작했다. 일부 상품은 한국 쇼핑몰에서 사는 것보다 값이 싸기도 해 해외 구매대행으로도 눈을 돌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알리익스프레스와 쉬인, 테무 등 중국 쇼핑몰을 이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국내 쇼핑몰에 없는 다양한 상품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데다 배송도 상당히 빠르기 때문이다.
해외 쇼핑몰에서 상품을 자주 직구(직접구매)하는 이가 비단 필자만은 아니다. 올해 1~3분기 국내 소비자의 해외 직구 액수는 4조7928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9800억 원)에 비해 20% 증가한 수치다. 해외 직구 규모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중국 쇼핑몰의 약진이다. 1~3분기 해외 직구에서 중국 쇼핑몰을 통한 구매 비중은 46.4%로 2조2217억 원에 달했다. 미국 쇼핑몰(29.1%)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 중국 이커머스의 인기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국 업체를 통한 해외 직구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할 때, 미국 업체를 통한 구매액은 9.7% 감소했다. 10월 기준 국내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613만 명으로 쿠팡(2846만 명)과 11번가(816만 명)에 이은 3위다.
글로벌 이커머스를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 바람이 거세다. 올해 기준 미국 내 테무, 쉬인 이용자 수를 합하면 1억1000만 명으로, 아마존의 90% 수준에 달한다. 미국 내 중국 쇼핑몰 이용자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급증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MZ세대의 중국 이커머스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미국 10대를 상대로 브랜드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쉬인이 아마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약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먼저 감지됐다.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측면에서 SNS와 이커머스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중국 대표 쇼츠폼인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해 미국 스냅챗을 앞질렀다. 한국의 틱톡 사용자 수는 아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보다 적지만 올해 9월 기준 사용자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국내 SNS 사용자가 틱톡에 한 번 접속할 때 시청 시간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른 매체보다 길었고, 각종 반응 지표(좋아요, 팔로, 상품 구매 등)도 적극적이었다. 향후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더 성장할 가능성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장이 뒤늦게 열린 중국 이커머스, SNS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약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빅테크가 중국보다 먼저 자리 잡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말이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터넷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스마트폰 열풍 속에 뒤늦게 개막한 중국 인터넷 시장에선 기업과 소비자 모두 모바일 환경이 기본값이 됐다.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중국 인터넷 서비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중국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최첨단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국제 영향력을 높이고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자국 인터넷 서비스를 인프라 표준으로 보급하고 있다.
셋째, 중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문화와 규제,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메이드 인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이나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가령 알리바바그룹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 지분 34.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알리바바는 11번가 인수를 적극 추진한 데 이어 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 인수도 검토한 바 있다.
국내 알리 이용자 수, 쿠팡·11번가 이은 3위
3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글로벌 이커머스를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 바람이 거세다. 올해 기준 미국 내 테무, 쉬인 이용자 수를 합하면 1억1000만 명으로, 아마존의 90% 수준에 달한다. 미국 내 중국 쇼핑몰 이용자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급증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MZ세대의 중국 이커머스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미국 10대를 상대로 브랜드 선호도를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쉬인이 아마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이커머스의 약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먼저 감지됐다.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측면에서 SNS와 이커머스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중국 대표 쇼츠폼인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해 미국 스냅챗을 앞질렀다. 한국의 틱톡 사용자 수는 아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보다 적지만 올해 9월 기준 사용자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미디어·검색포털 리포트 2023’에 따르면 국내 SNS 사용자가 틱톡에 한 번 접속할 때 시청 시간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른 매체보다 길었고, 각종 반응 지표(좋아요, 팔로, 상품 구매 등)도 적극적이었다. 향후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더 성장할 가능성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로고. [틱톡 제공]
첫째,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터넷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스마트폰 열풍 속에 뒤늦게 개막한 중국 인터넷 시장에선 기업과 소비자 모두 모바일 환경이 기본값이 됐다.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과 디지털 콘텐츠 소비,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중국 인터넷 서비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중국 정부가 디지털 인프라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최첨단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국제 영향력을 높이고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 자국 인터넷 서비스를 인프라 표준으로 보급하고 있다.
셋째, 중국 인터넷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문화와 규제,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해 ‘메이드 인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이나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가령 알리바바그룹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카카오페이 지분 34.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알리바바는 11번가 인수를 적극 추진한 데 이어 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 인수도 검토한 바 있다.
美·中 공룡 인터넷 기업에 동시 대응해야
중국 인터넷 기업의 굴기는 한국 시장에서 성적표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테무, 쉬인은 국내 쇼핑몰에서 찾기 어려운 다양한 제품을 값싼 가격에 제공하며 한국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탄탄한 글로벌 배송 네트워크를 갖춰 해외 직구 수요를 발 빠르게 충족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선 AI 기반의 상품 추천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으로 소비자에 어필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와 소설미디어 서비스 업체는 중국 기업 공세에 대응해 어떻게 내수시장 경쟁력을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 미국은 물론, 중국 인터넷 기업까지 두 마리 공룡을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