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는 시장을 대표하는 다양한 지수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국내 ETF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월 말 기준 2조9000억 원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최근 들어 ETF 인기가 더욱 치솟은 것은 추종 지수나 편입 종목에 따라 주식뿐 아니라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군에 투자가 가능한 데다, 우량 빅테크 종목으로 구성된 상품들도 등장해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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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에 투자한 ETF 일제히 호실적
올 한 해 ETF 수익률 상단에 포진한 상품들도 미국 빅테크 종목에 투자한 것이 상당수였다. 올해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으로 혁신을 이끌며 나스닥시장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연초 이후 주가가 220%가량 뛴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180%), 테슬라(100%), 아마존(75%), MS(59%), 알파벳(56%), 애플(46%) 등이 상승을 지속하며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올해 수익률 1위를 차지한 ‘KODEX 미국FANG플러스(H)’는 AI와 반도체, 메타버스, 전기차, 플랫폼 기업 등 다양한 혁신 분야의 글로벌 대표 기업 10개에 균형 투자하는 상품이다(표 참조).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테슬라, MS, 엔비디아, 스노우플레이크, 브로드컴 등을 동일 가중 방식에 따라 종목당 10% 내외로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1만76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올해 11월 30일 기준 3만575원까지 올라 수익률이 73.72%에 달했다.
수익률 55.47%로 5위를 차지한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도 미국 나스닥 상장 거대 멀티플랫폼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MS, 애플,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브로드컴, 어도브, 시스코 등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반도체, 친환경을 테마로 한 ETF 상품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은 8130원이던 주가가 1만3055원까지 올라 60.58% 수익률로 4위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종목 중 반도체에 속하는 기업으로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으로 구성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원화 환산)’ 일간 변동률의 2배수로 연동돼 운용되며 인텔, AMD,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엔비디아 등을 담고 있다.
회복 국면 접어드는 반도체 ETF도 질주
삼성전자, 리노공업, DB하이텍, 한미반도체, 솔브레인 등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핵심 기업에 투자하는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7위)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 기업 등 반도체 세부 섹터 4개 대표 기업에 각 20%씩 투자하는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8위), 미국에 상장된 대형 반도체 기업 2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미국반도체MV’(11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톱10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Fn반도체TOP10’(20위)도 각각 50.66%, 50.44%, 46.31%, 43.36%를 기록하며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올해 수익률 6위를 차지한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ETF로는 가장 고수익을 올렸다. 팔라듐은 구리, 니켈, 백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가솔린 차량의 매연을 정화하는 촉매제에 필수 원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유럽·중국을 중심으로 한 배기가스 규제 등 친환경정책과 함께 치솟던 수요가 전기차 전환, 글로벌 경제 둔화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는 연 54.98% 수익률을 보인 반면, 상승에 베팅하는 ‘KBSTAR 팔라듐선물(H)’는 -47.06% 수익률로 약 800개 ETF 상품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9위를 차지한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는 저탄소경제 전환 관련 종목이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종목을 발굴해 운용하는 상품으로 48.08% 수익률을 거뒀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LG화학,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을 비롯해 27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10위를 기록한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는 미국 시장 내 반도체 섹터 종목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에 30%, 국내 채권에 70%에 투자해 변동성을 낮춘 상품으로 47.10% 수익률을 올렸다.
그렇다면 올해 고공 행진한 미국 시장과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 수익률은 내년에도 계속될까.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올해 주도 지수나 섹터 종목의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혁명을 발판 삼은 M7(Magnificent 7: 서부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 속 일곱 총잡이처럼 미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애플·MS·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 등 7개 종목) 관련 종목과 나스닥 지수는 미국 대선 전까지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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