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3년이 저물어간다. 기후위기, 전쟁, 지진 같은 각종 재난에 세계적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지구촌 전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서 국내 복지소외계층과 세계 재난국가를 돕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11월 29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체육관(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제21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다. 전 세계 어려운 이웃을 보살펴온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와 재단법인 국제위러브유(회장 장길자·이하 위러브유)가 개최했다.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고 어우러져 열창과 환호로 격려 및 감동을 주고받은 이번 콘서트는 묵묵히 힘든 시간을 버텨온 지구촌 모두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이자 힘찬 응원이었다.

이날, 화창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옷깃을 여밀 정도로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행사장을 찾는 발길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행사 시작까지 한참 남았는데도 삼삼오오 줄을 서는가 싶더니 단시간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대기 줄 곳곳에는 웃음소리와 얘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4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콘서트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리라. 관객들은 “많이 기다렸는데 이렇게 참석하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잠실학생체육관에는 플로어까지 관객이 꽉 들어차 약 6000명이 운집했다.

“나와 이웃 돌아보며 남을 돕는 인생 최고 시간”

오후 6시 배우 겸 가수 김성환의 사회로 1부 기금전달식 막이 올랐다. 매회 지구촌 곳곳 어려운 이웃을 도와온 위러브유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국내 다문화가정과 복지소외가정 141가구, 해외 7개 재난국에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 지원을 약속했다. 해외 지원에는 지진·홍수 피해를 입은 모로코와 리비아, 지구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국 통가, 투발루, 동티모르, 바누아투, 사모아가 포함됐다. 이번 행사가 기후위기 경각심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위러브유는 콘서트를 통해 심장병과 난치병 등으로 고통받는 어린이에게 의료비를 지원했고, 국내외 다문화가정과 복지소외가정에 생계비를 전달했다. 요르단, 칠레, 모잠비크, 캄보디아 등 물 부족, 빈곤, 재해로 고통받는 22개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게 하자, 어머니의 사랑으로’ 이 슬로건이 위러브유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 말로 개회사를 이어간 장길자 회장은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온정의 손길이 지구촌 이웃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희망이 되고 있다”며 “저무는 한 해를 나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남을 돕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삶의 기쁨이요, 인생 최고 시간”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어용바타르 작닥 주한 몽골 대리대사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휴머니즘은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난, 질병, 빈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평화롭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위러브유의 활동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아셈 압델말릭 리비아 참사관은 “지구촌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행사에 함께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오랜 시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의 사랑으로 희망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여 “그 강력한 사랑의 힘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리라 믿는다. 여러분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도 송칸 루앙무닌턴 라오스 대사,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벨라루스 대사, 모하마드 무스타파 유마 알문타페키 이라크 대사대리를 포함해 에콰도르, 네팔, 방글라데시, 튀르키예, 시에라리온, 앙골라의 주한 외교관과 가족들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콘서트의 수혜국인 통가와 바누아투에서는 유엔 주재 대사들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와 의미를 더했다. 빌리미 바잉가 톤 통가 대사는 “위러브유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오도 테비 바누아투 대사는 자국에 대한 위러브유의 첫 지원에 심심한 감사를 전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또한 각국 대사와 외교관, 각계각층이 국제 사회의 난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소하기 위한 협력의 장이 됐다. “인류는 지진·홍수 등 많은 재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 안드레이 체르네츠키 벨라루스 대사는 위러브유의 지원이 “재정적 도움뿐 아니라 인도주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응원가 ‘위러브유’

2부 사랑의 콘서트는 사회를 맡은 김병찬 아나운서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궂은 날씨에도 콘서트에 참석한 관객들을 향해 “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마음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오늘 같은 날씨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를 하기 좋은 날”이라며 다른 이들을 돕고자 모인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전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동요 메들리에 이어 성악가, 가수들의 열창이 펼쳐졌다. 화답하는 관객들의 열정이 어우러지면서 행사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때로는 환호와 함성으로, 때로는 은은한 불빛의 향연으로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어우러져 감동을 더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세계 3대 테너와 협연한 소프라노 박미혜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독일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최연소 수석졸업에 빛나는 소프라노 강민성, 이탈리아에서 수학한 후 다수의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오유석과 테너 윤승환까지 성악가들의 화려한 무대는 공연의 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우아한 무대 의상과 풍성한 음량으로 관객을 압도한 박미혜 교수의 ‘그리운 금강산’을 시작으로 강민성의 ‘아름다운 나라’, 오유석·윤승환의 ‘볼라레(Volare)’와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등이 흥겨운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무대를 내려온 후에도 지구촌 가족을 응원하는 사랑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박미혜 교수는 “전 세계가 함께 행복하고 함께 따뜻해지는 날까지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작은 힘이지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강민성은 “많은 사람이 많은 나라를 돕기 위해 함께했다. 앞으로도 이런 활동들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페라와 대중가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남성 듀엣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 오유석과 윤승환도 “희망이 세상 곳곳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면서 “노래하는 마음과 봉사하는 마음은 같다”며 음악을 통해 위로와 따뜻함을 전하는 콘서트의 의의를 더했다.

가수들의 무대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잊혀진 계절’의 가수 이용을 시작으로 서정적인 발라드의 귀재 이승훈, 완숙미가 돋보이는 김종환과 리아킴, 재간 넘치는 무대 매너의 김성환과 윤태규, 폭발하는 ‘환희’의 정수라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15회째 참여하고 있다는 윤태규는 “어려운 시기에 용기 잃지 말고 항상 힘내라”며 지구촌 가족을 응원했고, 이승훈은 “최근에 만든 노랫말 중에 ‘오늘 날이 참 좋다. 기분 참 좋다. 이런 날도 있구나’라는 가사가 있다”며 “이처럼 우리에게도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리아킴도 “봉사는 누군가를 안타깝게 생각해 돕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며 “위러브유”를 외쳤다.

관객들도 저마다 뿌듯함과 보람을 나타내며 뜻깊은 시간에 동참한 소감을 밝혔다. 윤용오 전 헌법재판소 이사관은 “오늘 행사가 암울한 지구촌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위러브유가 어머니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지구촌의 힘든 이웃을 위해 모든 걸 내놓고 헌신하는 참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가족이 다 함께 참여했다는 김문경 씨(45)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꼈으면 한다”며 “그렇게 봉사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활짝 웃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따라 위러브유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김동우 씨(27)는 “내가 자란 것처럼 위러브유도 더 많은 취약계층과 나라들을 지원하며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다. 참여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고 뿌듯해했다.

지구촌 가족을 돌보는 위러브유의 손길은 쉬지 않는다. 20회를 넘어 새로운 20회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이날의 콘서트처럼 꾸준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도움을, 필요한 때 내미는 위러브유의 사랑은 그야말로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세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사랑이 온 세상에 가 닿는 그날까지 위러브유가 부르는 사랑의 응원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 열어가는 ‘위러브유’

<sub>유엔 DGC(공보국) 협력단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는 30년 가까이 국내외에서 복지활동을 펼쳐온 국제복지단체다. 65개국 15만5000여 명 회원이 긴급구호와 난민 지원, 물·위생 보장, 빈곤·기아 해소, 건강·보건, 교육 지원, 환경보전, 세계시민교육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봉사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을 망라한 ‘세이브더월드(Save the World)’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의 밝은 미래와 국제사회 최대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14개국 16개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국제 문제 해소에도 적극 협력한다. 각국 대사와 외교관이 참여하는 ‘글로벌 복지교류 간담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긴급구호·생명구호를 주제로 한 ‘세이브더월드 국제포럼’을 열어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사랑을 온 세상에’라는 표어처럼 세계인을 한 가족으로 여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한국을 포함한 29개국에 방역품과 식료품, 생필품을 지원해 세계적 위기 극복에 힘썼다. 국내에서는 포항 지진, 세월호 침몰, 대구 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등 국가적 재난에 맞서 일상 회복을 돕는 한편, 미국·온두라스 허리케인, 에콰도르 홍수, 네팔 지진, 모잠비크 사이클론 등 각국 재해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구호활동을 펼쳤다. 분쟁과 내전으로 위기에 내몰린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국내 실향민, 기후재난으로 고통받는 기후난민을 돕는 일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4월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국내 산불 이재민,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민 등 24개국 취약계층을 지원했다. 6월에는 필리핀에서도 걷기대회를 열어 민도로 지역 기름 유출 피해민 100가구에 성금을 전달했다. 나무를 심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맘스가든(Mom’s Garden)’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미국, 페루, 네팔, 케냐 등 각국에 나무 3만1000여 그루를 식재하며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이 활동은 삭막한 도시환경 미화에도 기여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달 다양한 챌린지로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즐겁게 실천하는 ‘클린액션 캠페인’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생명나눔의 고귀한 가치를 전파하는 ‘헌혈하나둘운동’도 11월 현재 64개국에서 653회를 개최해 11만5179명이 참여했다. 기증한 혈액량은 2039만5600㎖로, 5만989명이 건강한 혈액을 기증했다. 전혈(全血)의 경우 1명의 헌혈로 3명을 살릴 수 있어, 이 채혈 인원은 전 세계 15만2967명을 살린 성과와도 같다. 특히 위러브유의 헌혈은 ‘자발적 무상헌혈’ 확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가장 안전한 혈액 제공 방법이 자발적 무상헌혈이기 때문이다.

헌혈을 포함해 그동안 위러브유가 펼쳐온 다각적인 봉사는 4285회에 달하며, 세계 84개국을 지원했다. 참여한 연인원은 93만222명에 달한다. 이런 이타적 행보에 대한민국 훈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도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8회)과 라이프타임상, 캄보디아 국왕 훈장, 에콰도르 국회 훈장 등 다수의 상을 수여했다.</s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