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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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지분 매각설, 교환사채 발행설에 LG엔솔 소액주주들 혼란

LG화학 실적 악화로 사업 구조조정 나서… 신사업 육성 위한 자금 조달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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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6-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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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일까요, 실일까요.”

    6월 21일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이 시장에 퍼진 가운데 교환사채(EB) 발행 가능성까지 제기돼 계산이 복잡해진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 개인투자자들이 지분 매각과 교환사채 발행 중 어느 것이 덜 나쁠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좀처럼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의견 중 하나는 “결국 LG화학만 좋은 일”이라는 지적이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7월 1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7월 1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 검토 중”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6월 21일 고점 대비 10%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주가가 전고점 근처로 가면서 가격 부담이 생긴 가운데 시장에 LG화학의 지분 매각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81.84%)인데, 최근 2조 원 상당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LG화학이 이와 관련해 “3대 신성장동력 투자를 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LG화학의 자금 충당이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일반적으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시장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지분 매각을 통해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호재이지만, ‘보유 지분이 팔 만한 가격에 이르렀다’는 신호도 주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다.

    LG화학처럼 타사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이익을 보는 회사와 손해를 입는 회사가 구분돼 상황이 더 꼬인다. 대주주인 LG화학은 투자 재원이라도 얻지만 LG에너지솔루션 주주들은 고스란히 부정적 요인만 떠안게 된다. 더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하락하면서 대주주인 LG화학 주가가 따라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는 LG화학의 ‘지분 매각 리스크’가 반영됐는데, 이 때문에 LG화학 역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LG화학 시가총액은 6월 22일 기준 50조8900억 원 상당이다.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가치(약 108조96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도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LG화학이 교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공매도 가능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교환사채는 향후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한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다. 교환사채를 구매하면 채권 이자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많이 상승하면 약정 가격의 주식으로 교환해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다만 기관이 교환사채에 투자할 때는 헤지 차원에서 공매도를 함께하기도 한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4월 4일 자사주를 담보로 2조 원 상당의 교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임을 알리자 주가가 급락했다. 발표 당일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다음 날 한국거래소가 SK하이닉스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공매도를 제지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LG화학의 교환사채 발행설에 LG에너지솔루션 소액주주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화학이 올해 초까지 지분 매각에 대해 선을 그어온 점도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LG화학은 그간 한동안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며 주주들을 안심시켜왔다. 윤현석 LG화학 상무는 지난해 7월 27일 콘퍼런스콜에서 “당분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6개월이 지나 보호예수가 풀린 날이었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1월 31일 콘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매각보다 회사 몸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자산 효율화를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 하나씩 파는 LG화학

    시장에서는 한동안 LG화학의 자금 조달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5% 상당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신사업 육성을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재원 마련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사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만큼 자산 매각 추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LG화학은 최근 △친환경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개 분야를 육성해 사업 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다가오면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주력 부문인 석유화학사업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659억 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에도 508억 원 적자를 봤다.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6월 19일 임직원들에게 “범용 사업 중 경쟁력 없는 한계 사업의 구조조정을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막대한 투자 자금 마련은 과제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2차전지 소재 부문에만 1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북 익산에 있는 4000t 규모의 양극재 공장 설비와 부지를 시장에 내놨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사업부는 이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기로 했다. 차 CFO가 앞서 말한 ‘몸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역시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LG화학은 7월 20일 지분 매각과 관련해 다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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