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영 기자]
발로 뛰며 등기부등본 보는 법부터 배워
사무용 부동산중개 스타트업 ‘알스퀘어’의 이용균(36) 대표는 7년 만에 직원 2명의 자본잠식 상태 회사를 직원 170명, 연매출 400억 원 회사로 일으켜 세웠다. 최근 4년 사이 본엔젤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야후재팬캐피탈 등으로부터 50억 원 이상 투자도 이끌어냈다. 이 대표는 “부동산의 ‘부’자도 몰랐지만 차별화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20대 후반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스물세 살에 컨설팅회사에 입사해 6년을 일했다. 일은 즐거웠지만 100세 시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언젠가 창업하리라 막연하게 생각하던 찰나, 지인의 회사를 넘겨받게 됐다. 나이가 더 들어 사업하는 것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경험을 쌓아야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부동산, 그것도 사무용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
“부동산은 의식주 영역 가운데 하나로, 미래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 블록체인 같은 사업 아이템은 시류에 따라 뜨고 지기 때문에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또 주거용 부동산은 기존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다수 있어 틈새시장을 찾아야 했다. 한국은 기업 간 사무용 부동산중개 같은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을 외국계 자산관리회사가 독점하고 있었고, 정보 비대칭이 심해 노력만 하면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빌딩 정보를 취합하고, 건물주와 접촉하는 등 데이터화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사업 성공의 열쇠였다. 또 정보를 밀도 있게 수집해야 했는데, 초창기에는 모든 빌딩을 일일이 찾아들어가 관리인과 건물주를 만났다. 주말에는 업무를 마치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우리끼리는 ‘건물을 탄다’고 표현하는데, 발품을 팔아 정보를 취합했다. 한 번은 클라이언트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사흘 안에 계약할 수 있는 전용면적 450㎡ 사무실을 찾아달라고 했다. 연말이라 어수선할 때였는데 저녁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테헤란로의 거의 모든 빌딩 정보를 수집했고 결국 사흘 안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2012년 1월 대표 취임 이후 성사시킨 첫 거래는 무엇인가.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까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다 받았다. 첫 거래는 아는 분이 소개해준 기업이었는데, 서울 마포 혹은 서울역 인근에 사무실을 찾았다. 피로해소제 한 박스 사들고 일대 부동산중개사사무소를 다 돌았다. 등기부등본 보는 법도 모르던 때라 친분을 쌓은 복덕방 아저씨들이 ABC부터 일일이 알려줬다. 결국 적당한 사무실을 찾아 소개했는데 계약서를 쓸 때도 복덕방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다.(웃음) 나 자신의 한계도 느꼈지만 업계의 한계도 직시할 수 있어 사업을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알스퀘어는 현재 전국 9만여 개의 빌딩 정보와 3만여 개의 임대(공실) 정보를 확보하고, 이에 상응하는 고객 정보도 갖추고 있다. 고객사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삼성, LG, 현대, 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사와 하나금융투자, 신한은행, 우리종합금융,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보험사 지사, 그리고 국민연금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공공기관 지사를 위한 사무실을 중개했다. 초창기에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의뢰를 승낙했지만 지금은 전용면적 150㎡ 이하 의뢰는 받지 않는다.
기업들이 어떤 사무실을 선호하는지 궁금하다.
“보통 다섯 가지 임차 조건을 본다. 지역, 금액, 면적, 내·외관, 회사가 원하는 특별 세부 조건 순이다. 세부 조건은 업종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회사는 우선적으로 개별 냉난방기 사용이 가능한지를 본다. 공휴일, 주말 등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에 관계없이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하고 냉난방도 독자적으로 사용하길 원한다. 또 젊은 스타트업의 경우 오픈 천장, 에폭시 바닥 등 카페 같은 느낌의 사무실을 선호한다.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는 없나.
“전에 어떤 기업이 해당 사무실이나 건물을 사용했는지 따지는 오너가 상당히 많다. 젊은 오너일수록 오히려 더 따진다. 게임사업의 경우 ‘한 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사무실은 카카오가 초창기에 사용하던 곳’이라고 하면 임대료에 관계없이 들어가기도 하더라. 또 로펌은 건물 안에 언론사가 있다고 하면 들어가지 않는다. 보험사의 경우 콜센터 직원의 이직이 잦기 때문에 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인 사무실을 찾는다. 역에서 도보로 5분 이상 떨어진 곳은 채용 자체가 힘들다고 한다. 업종마다 업무와 관련된 세부 조건이 다 있다.”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어디였나.
“지난해 히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블루홀)’이었다. 게임이 성공하면서 2만3000㎡(약 7000평)가량의 사무실을 찾았다. 기존 건물에서는 찾기 힘들었고, 새로 지은 건물을 통째로 빌려야 했다. 수소문 끝에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새로 들어선 알파돔타워에 통임대로 들어갔다. 일반 기업은 거의 비슷한데, 건수로 보면 금융·보험사가 지사가 상당히 많은 편이라 1년에 200건가량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기업하는 사람들 터 중요하게 생각해”
최근 스타트업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 공간을 찾는다. 알스퀘어에서는 2016년 사무실 인테리어 사업도 시작해 고객사 요구에 맞게 공간 디자인도 설계해주고 있다. [사진 제공 · 알스퀘어]
“부쩍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수록 우리는 이득이다. 경기가 안 좋을 때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임차료와 인건비다. 최근 몇 해 동안 원자력, 중공업, 조선업, 엔지니어링 관련 기업에서 서울 사무소를 대폭 줄였고, 이전 중개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사무실 이전 문의를 해오기 때문에 회사 직원보다 우리가 먼저 구조조정 소식을 아는 경우가 많다.”
최근 ‘위워크’ 등 공유오피스가 많이 늘었는데 경쟁 상대 아닌가.
“아니다. 오히려 동업자 관계다. 공유오피스 운영 기업에서 임차 기업을 찾고자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온다. 사실 공유오피스 때문에 재미를 좀 봤다. 그쪽도 사무실 임대를 하기 전 사무 공간 마련과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했다. 알스퀘어에서 2016년부터 사무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어 요구에 맞게 공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경쟁자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업계에서 알스퀘어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무용 부동산중개 정보가 공유되지 않던 폐쇄적인 시장을 데이터화했고, 수집한 정보까지 온라인을 통해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다시 찾는 고객사 수가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 평판이 긍정적이라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
“대학생 대부분이 그렇듯 대기업에 취직해 안정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우연찮게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고, 일하는 과정에서 프로페셔널 서비스 쪽 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찾아왔다.”
20대 후반에 하는 창업을 주변에서 응원했을 것 같지 않은데.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부모는 보통 자식이 꾸준히 회사에 다니길 원하지 않나. 또 부동산이라고 하면 대학 졸업한 젊은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집에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무용 부동산중개를 기존 복덕방 형식으로 했다면 부모님의 상심이 컸을 것이다. 낙후된 산업 영역을 효율화하는 작업을 보고 인정하신 것 같다.”
반대 무릅쓰고 창업, 건물주가 돈 안 주기도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2012년 사무용 부동산시장의 정보가 데이터화되지 않은 것에 착안해 서비스 사업을 시작, 7년 만에 매출 400억 원을 달성했다. [지호영 기자]
“사람과 돈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 1년은 컨설팅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직원 월급을 줬다. 일은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사람을 채용하지도 못하고 악순환이었다. 심지어 2013년 초 한 건물주가 중개비를 주지 않았다. 직원 15명의 몇 달치 월급이었는데 막막했다. 소송할 돈이 없고 소송해봐야 득 볼 것도 없어 회사 사정을 알리는 편지를 써 건물주 집으로 찾아갔다. 일부라도 달라고 사정해 반년 만에 받아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중개비 안 주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편지를 읽고 불쌍해 줬다고 하더라.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하던 때라 억울하지만 참았다.”
2013년 본엔젤스 3억 원, 2014년 소프트뱅크벤처스 15억 원, 2016년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야후재팬캐피탈 40억 원 등 총 58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당시 영업을 단순, 무식하게 했는데 인터넷 뉴스를 보고 어떤 기업이 투자 유치를 받았다고 하면 사무실을 확장할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돌려 ‘사무실을 알아봐주겠다’는 식으로 영업했다. 그 회사 가운데 하나가 본엔젤스였다.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사무실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만나면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사무실을 알아봐주겠다고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장 대표가 ‘사무실은 됐고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야후재팬캐피탈도 그런 식으로 접촉해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기업들도 소개받아 사무실 중개도 꽤 했다.”
투자를 받으면 좋은 면도 있으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따를 것 같다.
“투자 받고 지분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감사 역할을 한다. 큰 의사결정은 투자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약이 따른다. 그런 것들이 나쁘지는 않다. 건강하면서도 윤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7년 만에 업계 1위가 된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소비자들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에 대해 ‘물건 몇 개 보여주고 노력 없이 큰돈 받아간다’고 생각한다. 사무용 부동산공인중개사도 과거에는 자료가 엉성하고, 하는 일에 비해 수수료도 지나치게 높았다. 그런 부조리한 면을 개선하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 정보를 최대한 확보했고, 그것을 공개하면서 고객 신뢰를 쌓았으며, 수수료율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직원들에게도 계약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기존 고객과 재계약을 해오는지 살폈고, 그에 따라 매출 공헌도를 평가했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은.
“창업 전 세운 ‘회사를 망하지 않게 키우자’는 개인적인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하지만 회사의 목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올해 안으로 예비심사청구를 통해 기업 상장을 할 계획이다. 현재 직접임대는 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 미쓰이부동산처럼 직접임대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