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주식회사의 약속
박영옥 지음/ 프레너미/ 228쪽/ 1만5000원
“약속하면 정해진 시간에 약속장소에 나오는 게 당연한 것처럼, 주식회사에 투자했으면 그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긴급한 일이 발생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면서 약속을 어기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내고서도 주주들과 그 성과를 나누지 않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다.”
‘주식농부’라는 별칭으로 30년간 많은 기업에 투자해온 저자는 그동안 보고 느낀 주식시장의 불합리와 비상식을 지적한다. 저자는 “한국 기업들이 저평가받는 주된 이유가 기업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의 영향 때문”이라며 “대주주의 횡포와 개인투자자가 놓인 불리한 환경은 우리나라 증시의 저평가를 더 견고하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쪽으로 기운 운동장과도 같은 주식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주가 등락에 집중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만 덜어내 투자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투자 수익률은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과 공유라는 주식회사의 약속이 지켜지면 그만큼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국민과 외국인이 한국에, 기업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튼튼해지고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이윤을 내는 것 외에 대주주가 부를 늘릴 방법이 없으므로 경영을 더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성과 공유가 보장되기 때문에 능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기업가가 좀 더 쉽게 자본을 투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식농부의 확신에 찬 얘기다. 그의 말마따나 주식회사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공학이 필요한 시간
이인식 외 지음/ 다산사이언스/ 404쪽/ 1만8000원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인공지능, 자율주행, 5G, 스마트그리드…. 요즘 세상에 모른다고 하면 안 될 것 같고, 안다고 하기엔 설명하기 어려운 과학적 용어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그렇다면 빠른 속도로 바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공알못’(공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공학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 45권에 대한 서평집이 그 길을 안내해준다. ‘1호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기획하고 한국공학한림원이 지원해 20명의 전문가가 관련 글을 썼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백종옥 지음/ 반비/ 239쪽/ 1만8000원
독일 베를린만큼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꾸며진 곳도 드물다.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로 유명한 코라베를리너 거리, 유대인을 실은 화물열차 출발지인 그루네발트역, 동서베를린 사이 국경검문소였던 체크포인트 찰리, 각종 벽화로 현대미술의 보고가 된 베를린 장벽 등 도시 곳곳에서 공공미술로 승화된 역사적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베를린에서 유학한 필자가 각 조형물에 얽힌 역사를 쉽게 풀어내 한 번쯤 방문하고 싶게끔 만든다.
과학은 이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이상욱 지음/ 휴머니스트/ 280쪽/ 1만6000원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상상력은 ‘기존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떠올리는 능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정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상상력을 발휘한 사람 중에는 기존 질서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한 사람이 드물다는 지적이다. 통설에 대해 확실히 이해한 사람이 그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 상상력이 발휘된다는 것. 책은 이를 다양한 과학자들의 연구 과정을 통해 설명한다. 생소한 내용이지만 한양대 인기 강의인 ‘상상력과 과학기술’을 책으로 엮은 것이니 쉽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