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물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개천에 하얀 양칫물이 둥둥 떠다니던 가난한 시절의 풍광은 없다. 그 대신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주택가 골목으로 퇴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요즘의 달동네 풍광이다. 월사금을 내지 못한 친구가 담임선생님에게 꿀밤을 얻어맞은 뒤 뒤편에 서 있는 교실이 아니라, 다양한 피부색과 머리색을 가진 학생들이 선생님이 들려주는 충무공 이순신의 위업을 듣거나 머리를 파묻은 채 잠에 취해 있는 교실 모습이 이 시대 청소년에겐 더 친숙하다.
완득이는 삼촌과 시골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변강쇠 깔창’을 파는 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옥탑방에서 산다. 그는 현관에서 이름을 부르면 들릴 만큼 가까이 사는 이동주 담임선생님(김윤석 분)의 지나친 보살핌이 귀찮기만 하다. 기초생활수급자 학생에게 지급되는 즉석밥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빼앗아 먹는 담임선생님이 하필 바로 앞집 옥탑방에 사는 것이다.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완득이(유아인 분)는 동네 작은 교회를 찾아가 이렇게 섬뜩한 내용의 기도를 노골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이동주 선생님이 교회도 열심히 다니는 까닭에 완득이의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실 것 같지도 않다.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고,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완득이는 교실에 있으나 마나 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잊힌 존재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동주 선생님은 ‘얌마’라는 호를 붙여 “얌마 도완득”이라고 부르며 그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어느 날 완득이는 이동주 선생님으로부터 여태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계시고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사실과 함께. 완득이는 교회에서 만난 핫산의 권유로 킥복싱을 시작한다.
영화는 완득이가 인간적인 스승을 만나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며,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성실하게 성장한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품새가 탁월하다. 수업시간에 자습이나 시키고 보급품으로 지급된 즉석밥이나 빼앗아 먹는 담임선생님이지만, 따스한 보살핌이 담긴 날카로운 독설로 학생들에게 현실을 일깨워준다. 한국에서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다 보면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미워할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리얼하고 드라마틱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평생 춤밖에 모르는 장애인이지만, 자신보다 모자라고 아픈 사람을 동생으로 받아들이고 자식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아버지, 완득이와 아버지 사이에서 윤활유 구실을 하는 삼촌, 그리고 완득이를 잊지 못하는 필리핀인 어머니의 모습을 ‘비련’이라거나 ‘신파’라는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상큼하게 가족영화로 엮어놓았다.
예민한 성격에 좌충우돌 충돌하는 이웃사촌 옆집 아저씨(김상호 분), 이동주 선생님과 멜로 라인을 엮어갈 호정 누나(박효주 분)는 현대판 달동네의 따스함을 전하는 메신저 구실을 충분히 해낸다. “자매님…” 하고 웃으며 다가오는 집채만 한 덩치의 핫산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함께 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친근한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 중간에 슬쩍슬쩍 끼어든 러브 라인은 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는 완득이와 전교 1등 정윤하(강별 분) 커플, 그리고 이동주 선생님과 호정 누나 커플의 러브 라인은 풋풋한 청소년의 사랑은 물론, 사랑 표현에 어눌한 중년의 늦사랑도 함께 보여줘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2011년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살며시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도 만들고, 잔잔한 미소도 머금게 하는 1시간 50분짜리 생활 영화. 이 잔잔한 이웃의 에피소드를 필름에 풀어낸 이는 이한 감독이다. 전작 ‘연애소설’ ‘청춘만화’ ‘내 사랑’에서 잔잔하게 떨리는 사랑 이야기를 주로 들려줬던 이 감독은 ‘완득이’에서는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현대인의 삶을 유쾌하고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완득이를 연기한 유아인은 삐딱하지만 선한 열여덟 청춘의 모습을 잘 연기해냈다. ‘타짜’ ‘추격자’ ‘황해’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던 김윤석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이주노동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지녔으되 능글맞은 면도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감칠맛 나게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옆집 아저씨로 등장하는 김상호는 말할 것도 없고, 원작에 없는 러브 라인의 주인공 호정 역을 맡은 박효주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특히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된 이자스민은 열여섯 살인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17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어머니역을 맡아 자식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영화 ‘완득이’는 2008년에 출간돼 첫해 20만 부가 팔려나가고 지금까지 7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동명의 원작 소설 ‘완득이’를 영화화한 것으로, ‘도가니’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앞서 개봉한 ‘소설의 영화화’ 붐을 이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시나리오 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품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베스트셀러인 경우에는 완성도까지 높으므로 소설을 모티프로 한 영화가 여럿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원작 소설의 판매 촉진으로도 이어져 문화 각 분야의 고른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 ‘완득이’는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착해서 관객이 외면할까 걱정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아주 재밌는 영화다. 밝고 유쾌하며 재미난 성장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나와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완득이는 삼촌과 시골장터를 떠돌아다니며 ‘변강쇠 깔창’을 파는 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옥탑방에서 산다. 그는 현관에서 이름을 부르면 들릴 만큼 가까이 사는 이동주 담임선생님(김윤석 분)의 지나친 보살핌이 귀찮기만 하다. 기초생활수급자 학생에게 지급되는 즉석밥을 마치 자기 것인 양 빼앗아 먹는 담임선생님이 하필 바로 앞집 옥탑방에 사는 것이다.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완득이(유아인 분)는 동네 작은 교회를 찾아가 이렇게 섬뜩한 내용의 기도를 노골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이동주 선생님이 교회도 열심히 다니는 까닭에 완득이의 기도를 하느님이 들어주실 것 같지도 않다. 친구도 없이 혼자 지내고,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완득이는 교실에 있으나 마나 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잊힌 존재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동주 선생님은 ‘얌마’라는 호를 붙여 “얌마 도완득”이라고 부르며 그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어느 날 완득이는 이동주 선생님으로부터 여태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계시고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사실과 함께. 완득이는 교회에서 만난 핫산의 권유로 킥복싱을 시작한다.
영화는 완득이가 인간적인 스승을 만나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며,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 성실하게 성장한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품새가 탁월하다. 수업시간에 자습이나 시키고 보급품으로 지급된 즉석밥이나 빼앗아 먹는 담임선생님이지만, 따스한 보살핌이 담긴 날카로운 독설로 학생들에게 현실을 일깨워준다. 한국에서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 교육을 받다 보면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미워할 수 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리얼하고 드라마틱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평생 춤밖에 모르는 장애인이지만, 자신보다 모자라고 아픈 사람을 동생으로 받아들이고 자식이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아버지, 완득이와 아버지 사이에서 윤활유 구실을 하는 삼촌, 그리고 완득이를 잊지 못하는 필리핀인 어머니의 모습을 ‘비련’이라거나 ‘신파’라는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상큼하게 가족영화로 엮어놓았다.
예민한 성격에 좌충우돌 충돌하는 이웃사촌 옆집 아저씨(김상호 분), 이동주 선생님과 멜로 라인을 엮어갈 호정 누나(박효주 분)는 현대판 달동네의 따스함을 전하는 메신저 구실을 충분히 해낸다. “자매님…” 하고 웃으며 다가오는 집채만 한 덩치의 핫산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함께 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친근한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 중간에 슬쩍슬쩍 끼어든 러브 라인은 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는 완득이와 전교 1등 정윤하(강별 분) 커플, 그리고 이동주 선생님과 호정 누나 커플의 러브 라인은 풋풋한 청소년의 사랑은 물론, 사랑 표현에 어눌한 중년의 늦사랑도 함께 보여줘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2011년 한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살며시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도 만들고, 잔잔한 미소도 머금게 하는 1시간 50분짜리 생활 영화. 이 잔잔한 이웃의 에피소드를 필름에 풀어낸 이는 이한 감독이다. 전작 ‘연애소설’ ‘청춘만화’ ‘내 사랑’에서 잔잔하게 떨리는 사랑 이야기를 주로 들려줬던 이 감독은 ‘완득이’에서는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현대인의 삶을 유쾌하고 솔직 담백하게 풀어냈다.
완득이를 연기한 유아인은 삐딱하지만 선한 열여덟 청춘의 모습을 잘 연기해냈다. ‘타짜’ ‘추격자’ ‘황해’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던 김윤석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이주노동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지녔으되 능글맞은 면도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감칠맛 나게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옆집 아저씨로 등장하는 김상호는 말할 것도 없고, 원작에 없는 러브 라인의 주인공 호정 역을 맡은 박효주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특히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된 이자스민은 열여섯 살인 사춘기 아들을 키우며 17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어머니역을 맡아 자식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
영화 ‘완득이’는 2008년에 출간돼 첫해 20만 부가 팔려나가고 지금까지 7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동명의 원작 소설 ‘완득이’를 영화화한 것으로, ‘도가니’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앞서 개봉한 ‘소설의 영화화’ 붐을 이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시나리오 개발에 들이는 시간과 품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베스트셀러인 경우에는 완성도까지 높으므로 소설을 모티프로 한 영화가 여럿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원작 소설의 판매 촉진으로도 이어져 문화 각 분야의 고른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영화 ‘완득이’는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착해서 관객이 외면할까 걱정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아주 재밌는 영화다. 밝고 유쾌하며 재미난 성장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나와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