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사이의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은 어느 겨울 밤, 개성직할시 판문군 일대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가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수개월 전부터 갱도진지 개폐로 전쟁 위협을 압박하던 그간의 행동패턴 때문에 군당국은 이를 ‘매우 특별한 징후’로 해석하는 데 실패한다. 쇠처럼 무거운 구름과 안개가 잔뜩 낀 날씨 탓에 전방 초소와 항공정찰자산이 특이 동향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고, 수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진행한 북한 측 전방 포병부대 통신망의 광케이블 유선화 작업 때문에 정보당국 역시 감청을 통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데 실패한다.
새벽 3시.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가 서울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한다. 군은 전방에 배치한 K-9 자주포와 MLRS(다연장로켓포)로 북한 측 갱도진지 격파에 나섰지만, 산봉우리 뒤편에 자리한 진지를 타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합참이 긴급히 하달한 F-15K 전투기 출격 명령. 육군의 AN-TPQ 레이더는 청와대를 향해 포탄을 날리는 방사포 11기의 위치 좌표를 포착해 송신하지만, 이를 전달할 합동지휘통제체계의 오류 탓에 일부를 누락해 F-15K에 전달하지 못한다. 살아남은 방사포가 서울을 유린하는 사이, 곳곳에서 벌어진 시스템 오류 때문에 예상과 달리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사령부와 전선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오류가 발생해 효과적인 대응 공격이 불가능해지는 이러한 상황이 과연 기우에 불과할까. 문자를 10개 보내면 하나는 도착하지 않는 휴대전화가 있다면 과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특히 그 휴대전화가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정보를 보내는 장비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바로 이러한 우려가 8월 중순 열린 한미 연합 을지프리엄가디언(UFG) 연습 당시 사실로 드러났다. 합참과 각군 간의 C4I체계를 통해 오간 데이터의 전송 성공률이 90% 이하로 확인된 것이다.
잠시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C4I란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를 합친 군사용어로, 우리말로는 흔히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라고 옮긴다. 전체 전장에서 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컴퓨터로 통합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다시 육해공군의 각종 공격용 무기체계에 배분함으로써 통합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한국군이 보유한 모든 눈과 귀를 모든 주먹과 다리로 이어주는 신경망인 셈이다. 육해공군 전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최고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 Centric Warfare)은 세계 주요 국가 군대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전투력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한국군의 전장 C4I체계는 합동참모본부가 기존 시스템을 개량해 구축한 합동지휘통제체계 KJCCS(Korea Joint Command Control System)를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육군의 ATCIS, 해군의 KNCCS, 공군의 AFCCS 등 각군 C4I체계를 연동해 전체 전장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다시 말해 공군의 무인항공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무궁화 위성에서 수집한 정보를 KJCCS를 거쳐 육군의 자주포나 MLRS,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실시간 연결하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은 UFG 기간이던 8월 16~18일, 19~22일, 23~26일 세 차례에 걸쳐 각군 C4I에서 KJCCS로 데이터를 전송해 성공률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초기에 해당하는 16일부터 사흘간, 당연히 100%이리라 기대했던 전송 성공률이 육군 C4I의 경우 88.7%, 해군은 88.8%, 공군은 97%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이 기간은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부지휘구조개편안을 검증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안 의원 측은 말한다. 과연 제대로 된 지휘구조 검증이 가능했겠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합참 측은 데이터 송수신 실패의 97%가 운용자의 입력 오류며, 나머지는 연동서버 작동 오류로 순식간에 먹통이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C4I 운용자에 대한 각군의 교육·훈련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 데다, 특히 3% 남짓의 연동서버 작동 오류는 시스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는 결과라는 게 안 의원 측 설명이다. 전시에 서버나 시스템에서 결함이 발생한다면 작전수행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군 C4I체계의 이러한 한계가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C4I체계 구축을 포함한 국방정보화 추진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8월 초 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전력화된 정보체계의 기반기술이나 데이터를 표준화하지 않아 정보체계를 상호 연동하는 것으로 구축하고도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연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 감사 결과 보고서의 요지. UFG 연습 과정에서 문제를 확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2010년 연습 당시에는 35개 연동항목 가운데 단 1개만 실시간 연동에 성공했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다.
KJCCS에 입력된 정보 상당수 오류
KJCCS에 이미 입력한 정보에서도 상당수 오류를 발견했다. 한국군 부대 33개가 KJCCS 지도상으로는 북한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돼 있는가 하면, 지난해 추락한 전투기 3대는 전투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육군 모 사단의 편제인원은 체계마다 9000명부터 1만2000명까지 따로따로였고, 모 군단이 보유한 K-1 전차는 38대로 표기돼 실제 보유대수와 달랐다는 것. 각군 현황이 합참에 정확히 보고되지 않고 합참 명령도 각군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공격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면 C4I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현재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중심이 되는 전쟁수행이 전작권 전환 이후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 경우 한국군 KJCCS는 실질적으로 한미 양국군을 연결하는 C4I 시스템의 등뼈 구실을 맡아야 하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비로소 한국군 합참과 주한미군 지휘부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일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에 활용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이 같은 한계는 도대체 왜 발생한 것일까.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부분은 합참과 각군의 유기적인 협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KJCCS와 각군 C4I 시스템 사이에 연계해야 할 항목 가운데 상당수가 누락돼 육해공군의 정보가 KJCCS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 예를 들어, 주요 탄종별 현황이나 전투준비태세, 병력동원, 인력동원, 유류현황 등은 해·공군 C4I체계에서만 KJCCS로 송신하고 육군 C4I체계에서는 보내지 않는 등 어떤 정보를 보내고 받을지조차 뚜렷한 기준이 없어 중구난방이라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진행해온 성능개량사업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여전해서, 공군과 육군의 경우 의견 차이로 인해 어떤 항목의 정보를 주고받을지조차 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가 자체적으로 항목을 정해 임의로 성능 개량을 진행하는 바람에 사업을 완료한 후 연동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주먹’에만 집중해온 부작용
이와 관련해 앞서의 감사원 보고서는 “사업 전반을 총괄, 조정하는 기구나 종합 추진 계획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시스템 중복 및 부실 개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구축된 시스템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문제점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C4I체계 구축사업 전반에 대해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매우 강도 높은 비판이다.
‘C4I 승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같은 숫자의 레이더와 정찰기, 같은 성능의 전투기와 자주포를 보유해도 이를 연결하는 신경망과 두뇌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몇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지난해 11월 23일 벌어진 연평도 포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포탄이 날아온 북한 개머리 진지를 대응사격 이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연평도 부대의 K-9 자주포 응사는 북한 122mm 방사포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처럼 최초 대응공격이 실패할 경우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오차를 확인한 뒤 이를 보정해 조준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C4I체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동화해야 방사포가 자리를 벗어나기 전에 타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군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MLRS와 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JDAM(합동직격미사일), 현무미사일 등 ‘주먹’에 해당하는 공격자산만을 중점적으로 구입해왔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C4I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습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숱한 문제제기에도 한국군의 C4I 능력을 여전히 의심스러운 수준으로 남겨둔 장본인인 셈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온 그간의 오류가 한국군에 남긴 고질적인 생채기다.
새벽 3시.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가 서울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한다. 군은 전방에 배치한 K-9 자주포와 MLRS(다연장로켓포)로 북한 측 갱도진지 격파에 나섰지만, 산봉우리 뒤편에 자리한 진지를 타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합참이 긴급히 하달한 F-15K 전투기 출격 명령. 육군의 AN-TPQ 레이더는 청와대를 향해 포탄을 날리는 방사포 11기의 위치 좌표를 포착해 송신하지만, 이를 전달할 합동지휘통제체계의 오류 탓에 일부를 누락해 F-15K에 전달하지 못한다. 살아남은 방사포가 서울을 유린하는 사이, 곳곳에서 벌어진 시스템 오류 때문에 예상과 달리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사령부와 전선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오류가 발생해 효과적인 대응 공격이 불가능해지는 이러한 상황이 과연 기우에 불과할까. 문자를 10개 보내면 하나는 도착하지 않는 휴대전화가 있다면 과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특히 그 휴대전화가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정보를 보내는 장비라면 납득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바로 이러한 우려가 8월 중순 열린 한미 연합 을지프리엄가디언(UFG) 연습 당시 사실로 드러났다. 합참과 각군 간의 C4I체계를 통해 오간 데이터의 전송 성공률이 90% 이하로 확인된 것이다.
잠시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C4I란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 컴퓨터(Computer), 정보(Intelligence)를 합친 군사용어로, 우리말로는 흔히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라고 옮긴다. 전체 전장에서 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컴퓨터로 통합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다시 육해공군의 각종 공격용 무기체계에 배분함으로써 통합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한국군이 보유한 모든 눈과 귀를 모든 주먹과 다리로 이어주는 신경망인 셈이다. 육해공군 전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최고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전(NCW·Network Centric Warfare)은 세계 주요 국가 군대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전투력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한국군의 전장 C4I체계는 합동참모본부가 기존 시스템을 개량해 구축한 합동지휘통제체계 KJCCS(Korea Joint Command Control System)를 핵심으로 한다. 여기에 육군의 ATCIS, 해군의 KNCCS, 공군의 AFCCS 등 각군 C4I체계를 연동해 전체 전장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다시 말해 공군의 무인항공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무궁화 위성에서 수집한 정보를 KJCCS를 거쳐 육군의 자주포나 MLRS,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실시간 연결하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은 UFG 기간이던 8월 16~18일, 19~22일, 23~26일 세 차례에 걸쳐 각군 C4I에서 KJCCS로 데이터를 전송해 성공률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초기에 해당하는 16일부터 사흘간, 당연히 100%이리라 기대했던 전송 성공률이 육군 C4I의 경우 88.7%, 해군은 88.8%, 공군은 97%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이 기간은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부지휘구조개편안을 검증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안 의원 측은 말한다. 과연 제대로 된 지휘구조 검증이 가능했겠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합참 측은 데이터 송수신 실패의 97%가 운용자의 입력 오류며, 나머지는 연동서버 작동 오류로 순식간에 먹통이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C4I 운용자에 대한 각군의 교육·훈련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 데다, 특히 3% 남짓의 연동서버 작동 오류는 시스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는 결과라는 게 안 의원 측 설명이다. 전시에 서버나 시스템에서 결함이 발생한다면 작전수행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군 C4I체계의 이러한 한계가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C4I체계 구축을 포함한 국방정보화 추진 실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8월 초 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전력화된 정보체계의 기반기술이나 데이터를 표준화하지 않아 정보체계를 상호 연동하는 것으로 구축하고도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연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 감사 결과 보고서의 요지. UFG 연습 과정에서 문제를 확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2010년 연습 당시에는 35개 연동항목 가운데 단 1개만 실시간 연동에 성공했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다.
2010년 12월 23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펼쳐진 공지합동 훈련에서 K-9 자주포가 공격 원점에 대해 대응포격을 가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KJCCS에 이미 입력한 정보에서도 상당수 오류를 발견했다. 한국군 부대 33개가 KJCCS 지도상으로는 북한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돼 있는가 하면, 지난해 추락한 전투기 3대는 전투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육군 모 사단의 편제인원은 체계마다 9000명부터 1만2000명까지 따로따로였고, 모 군단이 보유한 K-1 전차는 38대로 표기돼 실제 보유대수와 달랐다는 것. 각군 현황이 합참에 정확히 보고되지 않고 합참 명령도 각군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공격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면 C4I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현재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중심이 되는 전쟁수행이 전작권 전환 이후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 경우 한국군 KJCCS는 실질적으로 한미 양국군을 연결하는 C4I 시스템의 등뼈 구실을 맡아야 하고,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비로소 한국군 합참과 주한미군 지휘부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일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쟁에 활용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이 같은 한계는 도대체 왜 발생한 것일까.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부분은 합참과 각군의 유기적인 협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KJCCS와 각군 C4I 시스템 사이에 연계해야 할 항목 가운데 상당수가 누락돼 육해공군의 정보가 KJCCS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 예를 들어, 주요 탄종별 현황이나 전투준비태세, 병력동원, 인력동원, 유류현황 등은 해·공군 C4I체계에서만 KJCCS로 송신하고 육군 C4I체계에서는 보내지 않는 등 어떤 정보를 보내고 받을지조차 뚜렷한 기준이 없어 중구난방이라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진행해온 성능개량사업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여전해서, 공군과 육군의 경우 의견 차이로 인해 어떤 항목의 정보를 주고받을지조차 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가 자체적으로 항목을 정해 임의로 성능 개량을 진행하는 바람에 사업을 완료한 후 연동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주먹’에만 집중해온 부작용
이와 관련해 앞서의 감사원 보고서는 “사업 전반을 총괄, 조정하는 기구나 종합 추진 계획이 부실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시스템 중복 및 부실 개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구축된 시스템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문제점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C4I체계 구축사업 전반에 대해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매우 강도 높은 비판이다.
‘C4I 승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같은 숫자의 레이더와 정찰기, 같은 성능의 전투기와 자주포를 보유해도 이를 연결하는 신경망과 두뇌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따라 몇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지난해 11월 23일 벌어진 연평도 포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포탄이 날아온 북한 개머리 진지를 대응사격 이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연평도 부대의 K-9 자주포 응사는 북한 122mm 방사포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처럼 최초 대응공격이 실패할 경우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오차를 확인한 뒤 이를 보정해 조준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C4I체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자동화해야 방사포가 자리를 벗어나기 전에 타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군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MLRS와 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JDAM(합동직격미사일), 현무미사일 등 ‘주먹’에 해당하는 공격자산만을 중점적으로 구입해왔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C4I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관습적인 사고방식이야말로 숱한 문제제기에도 한국군의 C4I 능력을 여전히 의심스러운 수준으로 남겨둔 장본인인 셈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온 그간의 오류가 한국군에 남긴 고질적인 생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