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꿈을 꾼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온갖 꿈을 꾸며 살아간다.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다. 그 무궁무진한 상상으로 인류 문명은 발달했고,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린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기발한 상상을 펼치고, 그것을 현실에 담아내는 사람은 인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재작년 생활형 좀비를 다룬 유쾌하고 기상천외한 영화 ‘이웃집 좀비’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영두 감독이 자신의 발칙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만든 새로운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를 들고 스크린을 찾아왔다.
정의 구현을 위해 도시를 지키는 남자 영건(홍영근 분)은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약한 이를 괴롭히는 어둠의 세력을 응징하는 일까지 세상이 넓은 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어느 날 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영건은 한 무리의 남자에게 위협받던 여성을 구한다.
화려한 액션을 펼쳐 남자들로부터 구해낸 여성 하모니카(하은정 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십전대보탕, 마즙 등 몸에 좋은 것을 대접하지만 그녀는 외계인이다. 우수한 인류의 정자를 받아 외계 종족을 번식시키려고 지구를 찾아온 것이다. 하모니카는 영건의 정자를 얻으려고 온갖 유혹을 하지만, 그는 순결서약을 했다며 결혼 전까지 정자를 줄 수 없다고 반항한다. 영건을 흥분하게 만들기, 손톱으로 칠판 긁기, 마늘과 고추 같은 매운 재료로 만든 주스를 코에 넣기, 목 조르기 등 영건의 정자를 얻으려는 하모니카의 유아적이며 기상천외한 고문이 이어진다.
이 영화를 단순히 제목, 비키니 입고 주사기를 든 여인과 찌질해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 그리고 몇 장의 스틸사진을 통해 만나는 사람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로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심오해지는 메시지와 변화무쌍하게 넘나드는 장르의 변화에 깜짝 놀란다.
영건이 쓰레기를 줍는 첫 이미지는 새마을운동용 계몽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외마디 비명을 지른 여성을 구하는 장면에선 뒷골목의 피비린내 나는 액션영화로 변하고, 집으로 구해온 하모니카에게 느끼는 사나이의 떨리는 순정을 보는 순간 어느덧 멜로영화로 바뀐다. 영화의 장르를 도대체 종잡을 수 없어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하긴 사람의 삶을 어찌 멜로, 액션, 계몽 등 한 장르로 획일화해 설명할 수 있을까. ‘에일리언 비키니’는 장르 구분이 불필요한,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의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허술하다고 느껴지는 소품들이 B급 영화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얼마 전 개봉한 제작비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허술한 CG로 관객이 느꼈던 불쾌감에 비하면 이 영화의 허술한 소품은 ‘귀여운 아량’이며, 제작비 500만 원으로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 “참 잘 만들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화 말미에 소개하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중국 설화 ‘술이기(述異記)’는 오 감독에게 큰 영향을 줬다. 차원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타임머신 등 시간 변화에 대한 개념이 단순히 서양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도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에 삽입했다. 이 ‘타임리프(time leep)’ 개념은 일본의 판타지영화에서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오바야시 노부히코(大林宣彦)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등에서 볼 수 있다. 오 감독은 한국 SF영화에서 이 개념을 드러내며 동양에도 이 개념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외국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고 8월 25일 국내에서 개봉 한다. 지난 2월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서 열린 2011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외에도 캐나다 판타지아장르영화제, 미국 판타스틱페스트, 홍콩 인디베어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네디지털서울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다. 유바리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한 관객이 “골 때린다”고 했을 만큼 신선한 SF영화다.
‘에일리언 비키니’를 제작한 키노망고스틴은 오 감독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연기 등 모든 부분을 자체 해결하는 ‘가내수공업형 영화제작사’로 알려졌다. 오 감독과 영화분장사 장윤정 부부, 그리고 류훈, 홍영근이 주축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오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장윤정이 프로듀서와 분장을, 류훈이 촬영장비를 맡았으며 홍영근은 연기를 했다. 이전 작품 ‘이웃집 좀비’도 이들이 각자의 소임을 바꿔가며 만든 여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지난해 한 영화 전문지는 ‘별난 놈, 웃긴 놈, 무모한 놈들’이라 칭하며 이들의 재기발랄함을 칭찬했다.
앞서 거론했지만 이 영화는 제작비가 5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독특한 제작방식을 동원했기에 가능했지만 모든 장면을 DSLR로 촬영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캐논 EOS DSLR 5D Mark2 카메라로 별다른 조명장비나 촬영장비 없이 촬영했다. 다만 너무 가벼워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카메라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디캠 장비를 이용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 촬영한 밤거리 추격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스태프들의 단련된 노하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적은 예산의 독립영화가 모든 상업영화의 대안은 아니지만, 영화를 꿈꾸는 젊은 영화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오래전 용돈을 아껴 모으고, 전화기 보증금을 빼 영화를 만들었던 손재곤 감독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떠올리며, 이런 영화 제작의 후일담에 더 많은 재기발랄한 영화인이 자극받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섹시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낸 오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을 배우길 바란다.
지금도 키노망고스틴의 멤버들은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받은 상금(200만 엔)과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개인지원금을 보태 새로운 상상을 담은 영화 ‘영건 인 더 타임’을 촬영하고 있다. 8월 말 촬영 완료가 목표인 이 영화 역시 각본과 연출은 오 감독, 프로듀서와 분장은 장윤정, 연기는 홍영근이 맡았으니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 또 다른 발칙한 상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름의 막바지, 더 많은 관객이 이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만끽하며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다양한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
재작년 생활형 좀비를 다룬 유쾌하고 기상천외한 영화 ‘이웃집 좀비’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영두 감독이 자신의 발칙한 상상의 날개를 펼쳐 만든 새로운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를 들고 스크린을 찾아왔다.
정의 구현을 위해 도시를 지키는 남자 영건(홍영근 분)은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약한 이를 괴롭히는 어둠의 세력을 응징하는 일까지 세상이 넓은 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어느 날 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간 영건은 한 무리의 남자에게 위협받던 여성을 구한다.
화려한 액션을 펼쳐 남자들로부터 구해낸 여성 하모니카(하은정 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십전대보탕, 마즙 등 몸에 좋은 것을 대접하지만 그녀는 외계인이다. 우수한 인류의 정자를 받아 외계 종족을 번식시키려고 지구를 찾아온 것이다. 하모니카는 영건의 정자를 얻으려고 온갖 유혹을 하지만, 그는 순결서약을 했다며 결혼 전까지 정자를 줄 수 없다고 반항한다. 영건을 흥분하게 만들기, 손톱으로 칠판 긁기, 마늘과 고추 같은 매운 재료로 만든 주스를 코에 넣기, 목 조르기 등 영건의 정자를 얻으려는 하모니카의 유아적이며 기상천외한 고문이 이어진다.
이 영화를 단순히 제목, 비키니 입고 주사기를 든 여인과 찌질해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 그리고 몇 장의 스틸사진을 통해 만나는 사람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로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심오해지는 메시지와 변화무쌍하게 넘나드는 장르의 변화에 깜짝 놀란다.
영건이 쓰레기를 줍는 첫 이미지는 새마을운동용 계몽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외마디 비명을 지른 여성을 구하는 장면에선 뒷골목의 피비린내 나는 액션영화로 변하고, 집으로 구해온 하모니카에게 느끼는 사나이의 떨리는 순정을 보는 순간 어느덧 멜로영화로 바뀐다. 영화의 장르를 도대체 종잡을 수 없어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하긴 사람의 삶을 어찌 멜로, 액션, 계몽 등 한 장르로 획일화해 설명할 수 있을까. ‘에일리언 비키니’는 장르 구분이 불필요한,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의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허술하다고 느껴지는 소품들이 B급 영화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얼마 전 개봉한 제작비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허술한 CG로 관객이 느꼈던 불쾌감에 비하면 이 영화의 허술한 소품은 ‘귀여운 아량’이며, 제작비 500만 원으로 만든 영화라는 사실을 알면 “참 잘 만들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화 말미에 소개하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중국 설화 ‘술이기(述異記)’는 오 감독에게 큰 영향을 줬다. 차원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타임머신 등 시간 변화에 대한 개념이 단순히 서양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도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영화에 삽입했다. 이 ‘타임리프(time leep)’ 개념은 일본의 판타지영화에서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오바야시 노부히코(大林宣彦)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등에서 볼 수 있다. 오 감독은 한국 SF영화에서 이 개념을 드러내며 동양에도 이 개념이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외국 영화제에서 먼저 인정받고 8월 25일 국내에서 개봉 한다. 지난 2월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에서 열린 2011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외에도 캐나다 판타지아장르영화제, 미국 판타스틱페스트, 홍콩 인디베어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네디지털서울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다. 유바리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한 관객이 “골 때린다”고 했을 만큼 신선한 SF영화다.
‘에일리언 비키니’를 제작한 키노망고스틴은 오 감독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연기 등 모든 부분을 자체 해결하는 ‘가내수공업형 영화제작사’로 알려졌다. 오 감독과 영화분장사 장윤정 부부, 그리고 류훈, 홍영근이 주축으로 이번 영화에서는 오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장윤정이 프로듀서와 분장을, 류훈이 촬영장비를 맡았으며 홍영근은 연기를 했다. 이전 작품 ‘이웃집 좀비’도 이들이 각자의 소임을 바꿔가며 만든 여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다. 지난해 한 영화 전문지는 ‘별난 놈, 웃긴 놈, 무모한 놈들’이라 칭하며 이들의 재기발랄함을 칭찬했다.
앞서 거론했지만 이 영화는 제작비가 5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독특한 제작방식을 동원했기에 가능했지만 모든 장면을 DSLR로 촬영한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캐논 EOS DSLR 5D Mark2 카메라로 별다른 조명장비나 촬영장비 없이 촬영했다. 다만 너무 가벼워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카메라의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스테디캠 장비를 이용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 촬영한 밤거리 추격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스태프들의 단련된 노하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적은 예산의 독립영화가 모든 상업영화의 대안은 아니지만, 영화를 꿈꾸는 젊은 영화인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오래전 용돈을 아껴 모으고, 전화기 보증금을 빼 영화를 만들었던 손재곤 감독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떠올리며, 이런 영화 제작의 후일담에 더 많은 재기발랄한 영화인이 자극받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섹시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펼쳐낸 오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을 배우길 바란다.
지금도 키노망고스틴의 멤버들은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받은 상금(200만 엔)과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개인지원금을 보태 새로운 상상을 담은 영화 ‘영건 인 더 타임’을 촬영하고 있다. 8월 말 촬영 완료가 목표인 이 영화 역시 각본과 연출은 오 감독, 프로듀서와 분장은 장윤정, 연기는 홍영근이 맡았으니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 또 다른 발칙한 상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름의 막바지, 더 많은 관객이 이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만끽하며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다양한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