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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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2세들 잘 키워야 사회 갈등 예방”

베트남국립정치행정연구원 ‘응오 티 응옥 안’ 박사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8-22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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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가정 2세들 잘 키워야 사회 갈등 예방”
    76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노르웨이 연쇄테러’는 다문화주의에 심한 반감을 가진 우익 극단주의자가 저질렀다. 현재 유럽은 경제 불안과 정치 우경화로 일반인까지 다문화주의를 공격하는 경우가 늘고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도 심해졌다. 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인 이민자 2세들이 불만을 표출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6월 현재 한국에 사는 결혼이민자(귀화자 포함) 수는 21만1458명. 매년 2만5000쌍이 국제결혼을 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는 14만여 명에 이른다. 과연 이들이 일반 한국인 가정의 자녀들과 차별 없이 학교에 다니고, 취업 및 결혼을 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2등 국민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베트남국립정치행정연구원 응오 티 응옥 안(Ngo Thi Ngoc Anh·56) 박사가 8월 12일 한국을 찾은 것도 바로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는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과 한국체육개발원 주최로 8월 14일부터 이틀간 충남 천안 소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전국다문화가족생활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베트남에서 국제결혼과 베트남 가정 및 청소년 문제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이나 대만 남성과 국제결혼해 해외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1998년부터 2010년 말까지 29만4080명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민을 떠났다. 대만으로 간 이가 12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4만여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이민자의 2세들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대만으로 간 베트남 여성들의 2세가 다시 베트남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 장애아동이거나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대만 국적을 지녔기 때문에 베트남에선 별도의 출생증명서도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대만에서 일어난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협력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세들만이 가진 경쟁력을 극대화해 이들이 취업을 잘하고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하자는 것.

    “2세들의 경우 베트남어와 한국어 등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양 국가의 문화를 잘 안다는 점이 큰 무기가 됩니다. 좋은 모델이라 함은 예컨대, 이들이 어머니 나라의 말을 잊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어 교사 등을 지원하고 한국 정부는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문화가정의 많은 부모가 ‘한국에서 잘 가르치면 되지, 무엇 때문에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까지 가르쳐야 하느냐’는 생각이 강하다. 결국 이들 부모를 설득하는 것이 첫 번째 관건이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의 2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의제화할 시점이다. 그는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서 다문화가정에 신경을 많이 써서 베트남 여성이 가정폭력으로 불행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가정경제에 도움을 되는 일자리도 마련해주면 좋겠습니다. 엄마들을 잘 도와야 2세들도 바르게 자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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