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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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훈장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08-22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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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심해 보이는 나라에 사는 장군들이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가 행사 때마다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나타나는 건데, 북한 장령(장성급)이 그렇죠. 우리 눈엔 촌스럽지만 ‘가문의 영광’을 뽐내고 싶을 겁니다.

    북한 최고 권위 포상은 김일성훈장입니다. 국가훈장, 노력훈장도 있습니다. 공로, 영웅 같은 낱말이 적힌 메달도 많아요. 북한을 돕거나 공을 세운 외국인에겐 공화국친선메달을 달아줍니다.

    북한 훈장과 메달을 이베이(www.ebay.com)에서 팝니다. 이것들은 ‘이상한 나라의 신기한 물건’ 취급을 받습니다. 3월5일기념훈장, 자유독립훈장을 각각 100달러, 95달러에 팔았다네요. 중국으로 반출해 시장에 나온 겁니다.

    가문의 영광을 헐값에 내놓은 까닭은 뭘까요. 돈이 필요했거나 훈장을 영예롭게 여기지 않아서라고 추측해보지만 속내를 알 길은 없습니다. 흔들리는 북한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얼마 전 한 방송국이 김일성훈장이 이베이에 매물로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확인해봤더니 김일성훈장이 아니었습니다. 최고 영예를 수여받은 ‘영웅’들은 아직 김정일 집단에 등을 돌릴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훈장
    훈장은 명예욕을 간질여 충성을 이끌어냅니다. 물질 대신 영예를 주는 거죠. 북한은 훈장과 메달을 남발합니다. 이런저런 영웅이 방방곡곡에 널렸습니다. ‘수령님의 은혜’가 서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신기한 물건으로 팔린다는 사실을 가슴에 주렁주렁 훈장과 메달을 단 장령들은 알까요. 통일을 이루면 북한 훈장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요.

    한국 훈장도 값어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포상을 남발해서죠. 나라를 빛낼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닌데,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이유로 훈장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한 젊은 친구에게 훈장 주는 것도 마뜩잖고요.

    이상한 나라의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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