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니스타의 첫걸음은 패션 잡지를 읽는 데서 시작한다.
아침, 약간의 숙취가 남은 몸을 이끌고 회사로 향했다. 오후에는 모처럼 여유로움 속에 패션 잡지 하나를 손에 들었다. 잡지를 읽는 것은 교수님이 새로운 논문을 읽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고 보니 ‘패션 디자이너가 참 좋은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전문 모델을 쓰지 않고 마크 제이콥스가 직접 나서서 누드를 찍었다. 불현듯 그 향기가 궁금해졌다. 한참을 넘기다 그 향수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머스키하고 스파이시한 향, 후추 향을 매우 좋아하는 마크 제이콥스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했다는 내용이었다. 어젯밤 내가 느낀 그 단단하고 섹시한 후추 향이 마크 제이콥스의 새 향이었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패션 잡지 구독은 패션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눈을 키울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이다. 많은 사람은 근육질의 단단한 몸매를 갖고 싶어 한다. 또한 외국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옷도 멋있게 입으려 한다. 근육질의 멋진 몸매를 갖춘 외국인을 만나 주눅 들지 않는 어학실력을 발휘하려면 꾸준히 운동하고 공부해야 한다. 패션도 그렇다. 단기적으로 매달리기보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패션 잡지를 꾸준히 구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패션 잡지 구독에는 약간의 방법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반드시 돈을 주고 구입해서 봐야 한다. 무언가를 구입한다는 것은 비용과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인 데다 여러 종류의 잡지를 고르다 보면 패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 또한 패션 잡지는 모두 아트디렉터가 한 땀 한 땀 최고의 실력으로 만들어 소장 가치가 충분한 비주얼 작품이다. 두 번째는 남성이면 남성지, 여성이면 여성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패션은 자신이 입고 싶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운동이나 어학처럼 꾸준히 하나의 잡지를 구독하는 것이 좋다. 처음 한두 달은 기사 내용과 용어가 낯설겠지만, 몇 개월 넘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사고 싶은 구두의 색과 모양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잡지 맨 앞쪽의 편집장 혹은 에디터의 글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가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자, 이제 자신에게 맞는 패션 잡지를 선택해보자.
*한상혁·제일모직 남성복 부문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코리아 라이프 스타일 어워드’에서 ‘올해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소년의 꿈’을 가진 ‘단정한 청년’이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