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금산에서 축제가 열린다. 8월25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리는 인삼 축제다. 올해로 20회가 되었는데, 금산에서 인삼이 처음 재배된 것은 1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시대에 진악산 기슭의 개안(開眼)이란 마을에 강처사(姜處士)라는 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몸져눕자 그는 진악산 정상 부근의 관음굴을 오르내리며 정성껏 기도를 드렸다. 백일째 되는 날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빨간 열매가 달린 풀을 가리키며 “이것을 달여 드리면 어머니의 병이 곧 나을 것이다”고 했다. 온 산을 헤매고 다닌 끝에 산 벼랑에서 노인이 가리켰던 것과 똑같은 열매가 달린 풀을 발견했다. 이를 집에 가져가 어머니께 달여 드렸더니 병이 이내 나았다. 그 뒤 강처사는 집 근처에 빨간 열매를 심었는데, 그곳이 현재의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 개삼(開蔘)터라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하여 강처사 설화 마당극으로 금산 인삼축제는 시작된다.
축제 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갖가지 병에 담겨 나오는 인삼주다. 한 입에 털어넣을 만한 작은 술병에서부터 장식장에 진열해둘 만한, 멋진 자태의 인삼이 담긴 큰 술병까지 가지각색이다. 인삼 뿌리를 그대로 담근 것도 있고, 인삼을 갈아넣은 것도 있다. 이 인삼주들은 모두가 소주에 담근 것들이다. 흔히들 인삼주라면 희석식 소주에 담근 인삼주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금산 인삼주는 다르다. 누룩과 멥쌀과 인삼을 넣어 빚은 발효주다.
금산군 금성면 파초리에 금산 인삼주(041-754-3313) 공장이 있다. 술도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는 금산문화원 부원장과 인삼축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씨다. 금산농고를 나와서 1972년부터 금성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어왔던 그가 인삼주를 만들게 된 것은 집안 어른들의 영향이었다. 그는 사육신의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문기(金文起)의 18대손으로, 집안 행사 때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인삼주를 몰래 담그던 광경을 보고 자랐다. 그는 막걸리를 만들면서도,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서책 ‘주향녹단’과 ‘잡록’에 적힌 비방(秘方)에 따라 인삼주를 담가보았다.
김창수씨는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즈음부터 인삼주를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결과 1994년에 농림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 2호로 지정받았고, 1996년에 충청남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었다. 김창수씨는 두 가지 종류의 술을 빚는다. 인삼을 갈아넣어 발효시킨 약주와 그 약주를 증류시킨 소주다.
약주는 빚는 데 100일 정도 걸리는데, 그는 어디 가서 “제가 담근 인삼주는 백일주입니다”고 소개하면, 곧잘 상대편에서 “아하, 저는 5년 된 인삼주가 있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인삼주는 침출주(浸出酒)만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답변이다. 그러면 김씨는 “그럼 5년 된 인삼주를 가지고 계신 선생님께서 명인 지정을 받으셔야 했는데 그랬습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했다.
인삼 약주를 만들려면 우선 누룩에 멥쌀과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든다.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식힌 뒤 뭉치지 않도록 잘 비벼 넣는다. 이때 쓰는 용수(用水)는 양조장 뒷동네인 물탕골에서 스며든 지하수다. 물탕골 물이 좋아서, 생수공장까지 들어서 한참 장사를 잘했는데 주민들의 반발로 지금은 철수하고 없다. 밑술은 외부 온도가 25도일 때에 내부 온도는 32도까지 올라가는데, 되도록 낮은 온도에서 일주일 가량 발효시킨다. 밑술이 완성되면, 다시 멥쌀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섞어 덧술을 만든다. 덧술은 2단계를 거치는데 1단계에서는 전체 분량의 30∼40% 가량 만들어, 효모가 골고루 퍼져 충분히 발효될 수 있게 한다. 열흘쯤 지난 뒤에 2단계로 멥쌀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다시 넣는다. 이때 잘게 간 인삼을 넣는다.
김창수씨는 밭에서 갓 캐낸 마르지 않은 수삼을 잘게 갈아서 넣을 때라야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더라고 했다. 당분이 분해되어 알코올로 변하는 덧술 2단계 과정은 60일 가량 걸리는데, 이 기간 내내 인삼은 발효라는 화학적인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술을 여과하면 약주가 되고, 증류시키면 소주가 된다. 약주는 국내 시장을 겨냥한 16도짜리와 일본 시장을 겨냥한 12.5도짜리가 나온다. 소주는 43도짜리가 나오는데, 여러 가지 도수 중에서 평가가 가장 좋아 그 도수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삼 약주는 다른 약주보다도 색이 짙어 담황색을 띤다. 인삼을 그냥 달이면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데, 그 영향이다. 16도짜리 약주는 인삼의 쌉싸름한 맛 때문인지 제 도수보다는 더 진하게 느껴진다. 12.5도짜리는 16도에 견주어 훨씬 더 싱거운데, 옅은 누룩향에 자극이 없어 부담없이 마실 만하다. 43도 증류식 인삼 소주 맛은 어떠한가. 이 술이 어떠한지는 인삼 뿌리를 넣은 침출주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증류 소주는 무색 투명한데, 침출 소주는 인삼이 우러나와 연노랑빛이 돈다. 증류 소주는 43도인데, 침출 소주는 20도나 27도 가량 된다. 침출주용으로 나오는 과실주용 소주 30도짜리에 인삼을 넣으면, 인삼량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3, 4도 가량 도수가 낮아진다. 23도짜리 일반 소주에 인삼을 넣으면 침출주는 20도짜리가 된다.
43도짜리 증류 소주 맛이 아주 날렵하게 화살처럼 목안 깊숙이 박힌다면, 침출 소주는 둔탁하여 입안에 털어넣자마자 목표를 잃고 확 퍼져버린다. 증류 소주의 향이 콧속을 치고 콧길을 따라 몸 밖으로 빠져나와 은근하게 몸을 감싼다면, 침출 소주는 약재 내음이 풀풀 날린다. 증류 소주는 술 기운이 인삼 기운을 꼬옥 누르고 있어서 인삼이 술 속에 잘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면, 침출 소주는 인삼을 담가두었다는 것을 뻐기기라도 하듯 인삼 기운이 술 기운보다 더 세게 느껴진다. 총평을 하자면 증류 소주는 프로 선수고 침출 소주는 아마추어 선수다.
인삼은 영물(靈物)이라고 한다. 재배하기도 까다로워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비탈에서 한번 재배하면 지력(地力)이 약해져 다시는 인삼을 재배하기 어려울 정도고, 평지에서는 3년 가량 무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고 난 뒤라야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금산을 여행하면 수삼센터에 가서 갓 캐낸 인삼 한 채(750g)―10여 뿌리 되는데, 1만5000원에서 2만원 가량 한다―사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 말리지 않은 인삼은 금방 상하기 때문에 산지가 아니면 직접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산에 오면 화살처럼 날카로운 금산 인삼주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
백제시대에 진악산 기슭의 개안(開眼)이란 마을에 강처사(姜處士)라는 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몸져눕자 그는 진악산 정상 부근의 관음굴을 오르내리며 정성껏 기도를 드렸다. 백일째 되는 날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빨간 열매가 달린 풀을 가리키며 “이것을 달여 드리면 어머니의 병이 곧 나을 것이다”고 했다. 온 산을 헤매고 다닌 끝에 산 벼랑에서 노인이 가리켰던 것과 똑같은 열매가 달린 풀을 발견했다. 이를 집에 가져가 어머니께 달여 드렸더니 병이 이내 나았다. 그 뒤 강처사는 집 근처에 빨간 열매를 심었는데, 그곳이 현재의 금산군 남이면 성곡리 개삼(開蔘)터라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하여 강처사 설화 마당극으로 금산 인삼축제는 시작된다.
축제 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갖가지 병에 담겨 나오는 인삼주다. 한 입에 털어넣을 만한 작은 술병에서부터 장식장에 진열해둘 만한, 멋진 자태의 인삼이 담긴 큰 술병까지 가지각색이다. 인삼 뿌리를 그대로 담근 것도 있고, 인삼을 갈아넣은 것도 있다. 이 인삼주들은 모두가 소주에 담근 것들이다. 흔히들 인삼주라면 희석식 소주에 담근 인삼주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금산 인삼주는 다르다. 누룩과 멥쌀과 인삼을 넣어 빚은 발효주다.
금산군 금성면 파초리에 금산 인삼주(041-754-3313) 공장이 있다. 술도가를 운영하고 있는 이는 금산문화원 부원장과 인삼축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창수씨다. 금산농고를 나와서 1972년부터 금성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어왔던 그가 인삼주를 만들게 된 것은 집안 어른들의 영향이었다. 그는 사육신의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문기(金文起)의 18대손으로, 집안 행사 때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인삼주를 몰래 담그던 광경을 보고 자랐다. 그는 막걸리를 만들면서도,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서책 ‘주향녹단’과 ‘잡록’에 적힌 비방(秘方)에 따라 인삼주를 담가보았다.
김창수씨는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즈음부터 인삼주를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결과 1994년에 농림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 2호로 지정받았고, 1996년에 충청남도로부터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었다. 김창수씨는 두 가지 종류의 술을 빚는다. 인삼을 갈아넣어 발효시킨 약주와 그 약주를 증류시킨 소주다.
약주는 빚는 데 100일 정도 걸리는데, 그는 어디 가서 “제가 담근 인삼주는 백일주입니다”고 소개하면, 곧잘 상대편에서 “아하, 저는 5년 된 인삼주가 있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인삼주는 침출주(浸出酒)만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답변이다. 그러면 김씨는 “그럼 5년 된 인삼주를 가지고 계신 선생님께서 명인 지정을 받으셔야 했는데 그랬습니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했다.
인삼 약주를 만들려면 우선 누룩에 멥쌀과 물을 넣어 밑술을 만든다.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식힌 뒤 뭉치지 않도록 잘 비벼 넣는다. 이때 쓰는 용수(用水)는 양조장 뒷동네인 물탕골에서 스며든 지하수다. 물탕골 물이 좋아서, 생수공장까지 들어서 한참 장사를 잘했는데 주민들의 반발로 지금은 철수하고 없다. 밑술은 외부 온도가 25도일 때에 내부 온도는 32도까지 올라가는데, 되도록 낮은 온도에서 일주일 가량 발효시킨다. 밑술이 완성되면, 다시 멥쌀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섞어 덧술을 만든다. 덧술은 2단계를 거치는데 1단계에서는 전체 분량의 30∼40% 가량 만들어, 효모가 골고루 퍼져 충분히 발효될 수 있게 한다. 열흘쯤 지난 뒤에 2단계로 멥쌀 고두밥과 누룩과 물을 다시 넣는다. 이때 잘게 간 인삼을 넣는다.
김창수씨는 밭에서 갓 캐낸 마르지 않은 수삼을 잘게 갈아서 넣을 때라야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더라고 했다. 당분이 분해되어 알코올로 변하는 덧술 2단계 과정은 60일 가량 걸리는데, 이 기간 내내 인삼은 발효라는 화학적인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술을 여과하면 약주가 되고, 증류시키면 소주가 된다. 약주는 국내 시장을 겨냥한 16도짜리와 일본 시장을 겨냥한 12.5도짜리가 나온다. 소주는 43도짜리가 나오는데, 여러 가지 도수 중에서 평가가 가장 좋아 그 도수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삼 약주는 다른 약주보다도 색이 짙어 담황색을 띤다. 인삼을 그냥 달이면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데, 그 영향이다. 16도짜리 약주는 인삼의 쌉싸름한 맛 때문인지 제 도수보다는 더 진하게 느껴진다. 12.5도짜리는 16도에 견주어 훨씬 더 싱거운데, 옅은 누룩향에 자극이 없어 부담없이 마실 만하다. 43도 증류식 인삼 소주 맛은 어떠한가. 이 술이 어떠한지는 인삼 뿌리를 넣은 침출주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증류 소주는 무색 투명한데, 침출 소주는 인삼이 우러나와 연노랑빛이 돈다. 증류 소주는 43도인데, 침출 소주는 20도나 27도 가량 된다. 침출주용으로 나오는 과실주용 소주 30도짜리에 인삼을 넣으면, 인삼량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3, 4도 가량 도수가 낮아진다. 23도짜리 일반 소주에 인삼을 넣으면 침출주는 20도짜리가 된다.
43도짜리 증류 소주 맛이 아주 날렵하게 화살처럼 목안 깊숙이 박힌다면, 침출 소주는 둔탁하여 입안에 털어넣자마자 목표를 잃고 확 퍼져버린다. 증류 소주의 향이 콧속을 치고 콧길을 따라 몸 밖으로 빠져나와 은근하게 몸을 감싼다면, 침출 소주는 약재 내음이 풀풀 날린다. 증류 소주는 술 기운이 인삼 기운을 꼬옥 누르고 있어서 인삼이 술 속에 잘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면, 침출 소주는 인삼을 담가두었다는 것을 뻐기기라도 하듯 인삼 기운이 술 기운보다 더 세게 느껴진다. 총평을 하자면 증류 소주는 프로 선수고 침출 소주는 아마추어 선수다.
인삼은 영물(靈物)이라고 한다. 재배하기도 까다로워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비탈에서 한번 재배하면 지력(地力)이 약해져 다시는 인삼을 재배하기 어려울 정도고, 평지에서는 3년 가량 무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고 난 뒤라야 다시 인삼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금산을 여행하면 수삼센터에 가서 갓 캐낸 인삼 한 채(750g)―10여 뿌리 되는데, 1만5000원에서 2만원 가량 한다―사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 말리지 않은 인삼은 금방 상하기 때문에 산지가 아니면 직접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산에 오면 화살처럼 날카로운 금산 인삼주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