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의대를 졸업한 의사 김지연씨(27)는 현재 ‘프리랜서’다. 1년간의 인턴 과정을 마친 김씨는 레지던트 시험을 보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병원을 소개받아 현재 일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하고 있다. 함께 의대를 다닌 동료들이 모두 가운을 벗고 전면 폐업에 들어갔지만 이 ‘프리랜서 의사’는 매일같이 환자들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다.
김씨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인턴 졸업 후 레지던트 과정을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의사도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한 인터넷 사이트였다.
이랜서(e-lancer). ‘인터넷 프리랜서’의 줄임말인 이랜서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랜스 사이트(www.elancer.co.kr)가 김씨에게 프리랜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실제로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수술에서만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마취과 전문의 가운데는 이렇게 프리랜서 형식으로 각지의 병원에 출장을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랜스 사이트는 단순히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프로젝트 공개입찰의 형태로 구직자들을 심사해 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 4월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4개월 만에 1200명의 회원이 등록했다는 것이 이 사이트를 개설한 ‘소리넷 커뮤니케이션’측의 설명이다.
일거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와 경력 등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올려놓으면 되고,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들은 이들이 올려놓은 경력 사항을 보고 구직자들을 선별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분야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이랜스 사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랜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인터넷 비즈니스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념을 최초로 소개한 사람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말론 교수. 그는 ‘이랜스 경제(E-lance econo-my)의 출발’이라는 논문을 통해 미래형 직장 패턴인 이랜스 경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랜스 경제의 출발점은 경제활동의 근본 단위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전자적 형태로 연결된 이랜서들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따라 임시 네트워크를 구성해 작업한 뒤 헤어지는 형태다. 과거 한 직장에서 경영자에 의해 작업을 할당받았던 것보다 여러 기업의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랜서들의 소득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미국에서 95년 개설된 이랜스닷컴(www.elance.com)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개설된 이랜스 사이트가 현재 추진 중인 이랜스닷컴과의 제휴건이 성사되면 국내 이랜서들도 영어만 잘하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
이랜서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아무래도 이랜스 경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웹디자인이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업무, 컴퓨터 출판, 시스템 분석 등 컴퓨터를 통해 업무 전반을 처리할 수 있는 직업군이다.
대학원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고 있는 서준영씨(29)가 석사과정을 휴학한 채 이랜서가 되고자 결심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웹디자인의 특성상 특정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인터넷상에서 일감을 얻고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서씨 역시 대학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 취직한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는 이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서씨는 “디자인 감각과 기초적 기술력만 갖고 있으면 이랜서 활동을 통해서만 2000만∼2500만원 정도의 연소득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랜스 사이트에는 웹디자인 분야에서 일자리나 사람을 구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450건이나 등록되어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등 이랜서의 장점이 적지 않은 반면 이들은 철저하게 공개경쟁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인터넷이야말로 충분한 정보가 공급돼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만나는 완전 경쟁시장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스 사이트를 개설한 소리넷 커뮤니케이션 이창섭 팀장은 “가끔씩 홈페이지를 보고 시급한 프로젝트에 동원할 인력을 구하려는 기업들이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지만 이랜스 사이트는 인력 공급업체가 아닌 만큼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인력을 구매하려는 사람(Buyer)과 판매하려는 사람(Seller)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실력과 대우를 놓고 협상하는 공개 인력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랜서를 고용해본 기업은 그 사람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평가한 점수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다른 기업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랜서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평가 누적점수가 매겨지기도 한다. 사방에 감시 장치가 있다 보니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는 금물이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강정헌씨(24)와 이승준씨(24)가 말하는 이랜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실력에 합당한 보수를 당당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 대학에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웹디자인을 배운 강씨와 이씨는 홈페이지를 능수능란하게 디자인할 만한 실력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일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고교 동창 사이인 이들에게는 주로 학교 동창 등 지인들의 홈페이지 제작 요구만 들어왔고 아는 사람들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대로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랜스 사이트를 통해 구매자층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이들의 수입은 단번에 두 배로 뛰어올랐다. 3분의 1 가량 작업을 마쳐놓았는데 홈페이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돈을 안 주는 경우도 없어졌다. 대금 결제 등 프로젝트 계약의 전과정을 이랜스 사이트 운영자가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강씨와 이씨는 “이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왼쪽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프리랜서들이 무조건 많은 일감과 높은 보수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일단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퇴직금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연금이나 고용보험 등 기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복지 혜택도 전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랜서들이 출자하는 기금을 만들어 이들에게 상호부조 형식의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출발단계인 이랜서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느껴야 하는 고립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주문, 작업, 대금 결제 등 모든 것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인간관계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커피 자판기 앞에 모여앉아 마누라나 남편의 흉을 볼 수 있는 직장생활의 중요한 낙을 인터넷이 대신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씨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인턴 졸업 후 레지던트 과정을 바로 시작하지 못하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의사도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한 인터넷 사이트였다.
이랜서(e-lancer). ‘인터넷 프리랜서’의 줄임말인 이랜서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랜스 사이트(www.elancer.co.kr)가 김씨에게 프리랜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실제로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수술에서만큼은 없어서는 안 되는 마취과 전문의 가운데는 이렇게 프리랜서 형식으로 각지의 병원에 출장을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랜스 사이트는 단순히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프로젝트 공개입찰의 형태로 구직자들을 심사해 채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 4월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4개월 만에 1200명의 회원이 등록했다는 것이 이 사이트를 개설한 ‘소리넷 커뮤니케이션’측의 설명이다.
일거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와 경력 등을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올려놓으면 되고, 사람을 구하려는 기업들은 이들이 올려놓은 경력 사항을 보고 구직자들을 선별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분야나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이랜스 사이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랜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인터넷 비즈니스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념을 최초로 소개한 사람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말론 교수. 그는 ‘이랜스 경제(E-lance econo-my)의 출발’이라는 논문을 통해 미래형 직장 패턴인 이랜스 경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랜스 경제의 출발점은 경제활동의 근본 단위가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전자적 형태로 연결된 이랜서들이 각각의 프로젝트에 따라 임시 네트워크를 구성해 작업한 뒤 헤어지는 형태다. 과거 한 직장에서 경영자에 의해 작업을 할당받았던 것보다 여러 기업의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랜서들의 소득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미국에서 95년 개설된 이랜스닷컴(www.elance.com)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개설된 이랜스 사이트가 현재 추진 중인 이랜스닷컴과의 제휴건이 성사되면 국내 이랜서들도 영어만 잘하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라도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
이랜서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아무래도 이랜스 경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웹디자인이나 데이터베이스 관리업무, 컴퓨터 출판, 시스템 분석 등 컴퓨터를 통해 업무 전반을 처리할 수 있는 직업군이다.
대학원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하고 있는 서준영씨(29)가 석사과정을 휴학한 채 이랜서가 되고자 결심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웹디자인의 특성상 특정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는 인터넷상에서 일감을 얻고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서씨 역시 대학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 취직한 적도 있지만 그때보다는 이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서씨는 “디자인 감각과 기초적 기술력만 갖고 있으면 이랜서 활동을 통해서만 2000만∼2500만원 정도의 연소득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랜스 사이트에는 웹디자인 분야에서 일자리나 사람을 구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450건이나 등록되어 있다.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등 이랜서의 장점이 적지 않은 반면 이들은 철저하게 공개경쟁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인터넷이야말로 충분한 정보가 공급돼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만나는 완전 경쟁시장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스 사이트를 개설한 소리넷 커뮤니케이션 이창섭 팀장은 “가끔씩 홈페이지를 보고 시급한 프로젝트에 동원할 인력을 구하려는 기업들이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지만 이랜스 사이트는 인력 공급업체가 아닌 만큼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인력을 구매하려는 사람(Buyer)과 판매하려는 사람(Seller)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실력과 대우를 놓고 협상하는 공개 인력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랜서를 고용해본 기업은 그 사람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평가한 점수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다른 기업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랜서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평가 누적점수가 매겨지기도 한다. 사방에 감시 장치가 있다 보니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투명하지 못한 일처리는 금물이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강정헌씨(24)와 이승준씨(24)가 말하는 이랜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실력에 합당한 보수를 당당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 대학에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웹디자인을 배운 강씨와 이씨는 홈페이지를 능수능란하게 디자인할 만한 실력이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일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고교 동창 사이인 이들에게는 주로 학교 동창 등 지인들의 홈페이지 제작 요구만 들어왔고 아는 사람들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대로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랜스 사이트를 통해 구매자층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이들의 수입은 단번에 두 배로 뛰어올랐다. 3분의 1 가량 작업을 마쳐놓았는데 홈페이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돈을 안 주는 경우도 없어졌다. 대금 결제 등 프로젝트 계약의 전과정을 이랜스 사이트 운영자가 책임져 주기 때문이다. 강씨와 이씨는 “이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왼쪽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프리랜서들이 무조건 많은 일감과 높은 보수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일단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퇴직금 같은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연금이나 고용보험 등 기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복지 혜택도 전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랜서들이 출자하는 기금을 만들어 이들에게 상호부조 형식의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출발단계인 이랜서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이들이 느껴야 하는 고립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상에서 주문, 작업, 대금 결제 등 모든 것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인간관계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커피 자판기 앞에 모여앉아 마누라나 남편의 흉을 볼 수 있는 직장생활의 중요한 낙을 인터넷이 대신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