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바이 로직3.
비 오는 날엔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듣고, 비가 차 지붕을 두드리는 진동을 느끼며, 창으로 스며드는 비 냄새를 맡고, 멋진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마음이 바쁜 사람에게선 절대 이런 여유가 나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오죽하면 현대자동차가 비 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 만 늦게 내려보라며, 차 안에서 듣는 빗소리의 감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었겠는가.
비싼 오디오와 헤드폰
우리는 차, 집, 카페 등 일상의 모든 공간에서 음악과 함께한다. 자동차에 비싼 오디오를 달거나 집에 비싼 스피커를 사두고, 고가 이어폰을 사는 것도 모두 일상에서 음악이 주는 사치를 좀 더 누리기 위해서다. 오늘의 작은 사치는 음악을 듣는 방법에 대한 얘기다.
요즘에는 주로 MP3 음원으로 음악을 들으니 스마트폰이 휴대용 오디오가 되곤 한다. 하지만 예전엔 음악만 듣는 기기를 따로 갖고 다녔다. 테이프가 들어가는 소니 워크맨, 파나소닉의 포터블 CD플레이어, 그리고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나 애플 아이팟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요즘에도 하이엔드 소비자에 맞는 고품질 음원을 구현하는 프리미엄 휴대용 오디오기기가 인기를 끈다.
소니가 디지털 워크맨을,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을 만들었는데 꽤나 비싸지만 탐내는 이가 많다. 고가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대한 소비도 급증했다. 닥터드레 헤드폰을 멋스럽게 목에 걸고 다니는 20대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 조그마한 이어폰에 몇십만 원을 쓰는 이도 많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과시 욕구도 있겠지만, 음악 자체를 즐기려는 경우도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한, 자기에게 만족스러운 소비는 합리적일 수 있다.
덴마크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서브라인 비앤오 플레이’가 2013년 1월 서울 강남구 비앤오 플레이 매장에서 스피커 ‘베오플레이 A9’을 선보이고 있다.
LP와 턴테이블 시장은 지난해부터 성장세다. LP로 음반을 발표하는 가수도 늘고 있다. LP 바도 유행이다. 이런 공간은 나이든 세대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매력을 느끼게 한다. 디지털로만 음악을 듣던, 그래서 깨끗한 음질이 최고인 줄만 알던 사람에겐 잡음도 음악이 되는 LP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음악을 듣는 최고 방법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직접 듣는 것, 즉 콘서트에 가는 것이다. 특히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게 록페스티벌이다. ‘빅5’라 부르는, 우리나라 대표 록페스티벌 5개의 총 관객 수가 지난해 기준 35만6000명이다. 물론 필자도 그중 한 명이었다.
2012년 7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고객들이 영국 브랜드 메르디안의 2억 원대 풀 디지털 오디오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음악 앞에선 남녀노소 구분이 의미 없다. 스무 살에 좋아했던 음악을 70대가 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70대가 된 전설적 록밴드 롤링스톤스는 1964년 데뷔했으니 올해로 결성 50년째다. 그때 스무 살이던 팬도 70세가 됐다. 그러고 보면 록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
록을 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인천펜타포트 음악축제’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참여하는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올해는 8월 1∼3일 송도국제도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다.
작가 괴테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했고,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음악이 있는 곳에 악(惡)이 있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만큼 음악은 인간이 누리는 특권이자, 일상에서 무시로 가질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유희가 아닐까 싶다.
때론 돈이 취향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취향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자기가 누린 경험이 쌓여 취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평생 쌓아가는 것이고, 또 누려가는 것이다. 어떤 오디오를 사고, 어떤 헤드폰을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음악을 듣느냐일 것이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사치다. 그리고 음악은 아무런 해악도 없는 감각적 쾌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