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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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은 왜 전격 사퇴했을까

‘미스터 겨울올림픽’ 사퇴 직전까지 남다른 의욕…감사원 감사? 불협화음? 추측 난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4-07-28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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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선은 왜 전격 사퇴했을까

    사퇴 의사를 밝힌 김진선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장이 7월 21일 서울 중구 수하동 조직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마지막 회의를 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미스터 겨울올림픽’이라 불리던 김진선 2018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 위원장이 7월 21일 돌연 사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지사 시절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에 처음 나섰고, 퇴임 후에는 특임대사로 나서 3수(修) 끝에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 2011년 10월부터는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10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 10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사퇴 직전까지 의욕적으로 일했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전언. 김 위원장은 ‘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도 “이제는 연습할 시간도,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도 없다. 경기장, 교통인프라, 선수촌 등 필수 시설들을 제대로 갖추는 데 진력해야 한다. 현안들의 조기 해결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퇴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7월 21일 “새 리더십과 보강된 시스템에 따라 위원회가 앞으로의 과제에 대처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권 외압은 없었다”고 외압설을 부인했지만, 서울 중구 수하동 조직위 사무실에서 퇴임식 때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자발적 사퇴라기보다 뭔가 할 말은 많은데 안고 가겠다는 표정이었다. ‘윗분’들과 무슨 일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여러 얘기가 있어 그런 생각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조직위는 5월 초부터 두 달여 동안 감사원 특별조사국(특조국)으로부터 회계 및 운영 등에 관한 특별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3년여 동안 자체 수입을 올리지 못했고, 은행 부채 등으로 조직을 운영한 데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한다.

    감사 도중 김 위원장의 ‘손발’ 구실을 하던 문동후 부위원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조직위는 7월 10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후 김 위원장도 사퇴했다. 따라서 감사원 감사가 사퇴 배경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김종 차관 “문 前 총장과 의견 차이”

    문제는 감사원 특조국이 기동감사를 한 점이다. 특조국은 일반 감사와 달리 문제점을 사전에 포착한 뒤 증거를 잡아내기 때문에 주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적발한다. ‘청와대 하명(下命) 감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체육계, 혹은 다른 사정기관 등에서 조직위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위와 체육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A씨의 설명.

    “그동안 문체부와 조직위 간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이 있었다. 문체부 인사를 조직위가 받아들이라는 요구부터 예산 문제, 특정 인사의 자질 문제,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 재설계 등 마찰 내용도 다양했다. 조직위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인 문동후 부위원장이 당시 일했던 사람들을 조직위에 채용한 점과 수의계약 등에 대해 문체부 지적이 있었다. 이런 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윗선(청와대)에 들어갔고, ‘감’을 잡은 문 부위원장과 김 위원장이 사퇴한 것으로 안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들었다.”

    4월 조직위는 3부위원장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김 위원장 측근인 문동후 사무총장을 부위원장으로 좌천하고, 곽영진 전 문체부 제1차관을 기획행정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에 앉혔다. 조직위 출범 때부터 곳간 열쇠를 맡았던 문 전 사무총장(행정고시 12회)이 후배(행정고시 25회)에게 곳간 열쇠를 내주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위에 대한 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A씨는 “곽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지낸 문화예술계 인사라 조직위 사무총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다. 문체부 요구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조직위를 컨트롤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4월 조직 개편도 김 위원장이 부위원장을 보내달라고 해서 곽 전 차관을 1부위원장(사무총장 겸임)으로 보냈다. 나도 처음엔 (곽 부위원장 취임에) 반대했지만, 조직위에 관여하는 간부 직원이 적임자라고 해 ‘오케이(OK)’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전 사무총장과의 갈등은 인정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 조직위의 문제점을 문체부가 윗선에 보고해 감사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우리가 보고한 적 없다. 감사원 감사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김 위원장이) 그만둔다고 해 깜짝 놀랐다. 조직위와는 (문체부) 장관과 우상일 체육국장이 직접 접촉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 문 전 사무총장과는 예산 문제로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업무 협조는 했다.”

    ▼ 의견차는 많았나.

    “어느 날 겨울올림픽 폐막식 예산과 관련해 38억 원을 달라고 하더라. 직원들이 소치겨울올림픽과 비교해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적했더니 ‘문체부는 참견 마라, 참견하면 다친다’고 하더라. 그래서 ‘참견 안 하면 안 다치느냐’고 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예비비 승인은 해줬다. 이후 문 사무총장이 데려온 직원이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잘해라’고 했지 다른 조치는 안 했다.”

    ▼ 수많은 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치고 설계를 마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을 최근 문체부가 재설계하라고 해 마찰이 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소치겨울올림픽에 다녀온 뒤 (경기장) 사후 활용을 확실히 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도 경제올림픽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살펴보니 좀 어이없는 상황이 있어 조직위와 문체부, 강원도가 재검토한 뒤 결정했다. 지적한 대로 진작 검토는 했어야 했다.”

    정창수 前 차관 차기 위원장 내정 논란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장기 집권으로 직원들과 갈등이 깊었고,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 사생활 문제가 정치권 핵심으로 흘러갔다는 말도 나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인사철마다 국무총리와 청와대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권력 핵심 세력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상징성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체부는 김 위원장 사퇴 나흘 뒤인 7월 25일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차기 위원장에 내정했다. 정 전 차관은 3월까지 9개월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내다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경선 참여를 위해 사장직을 던졌다. 시장 임명 당시에는 낙하산,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포츠 관련 전문성과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상징성이 떨어지고, 조직위에서 문체부 장관이 당연직 부위원장인 만큼 차관 출신 인사의 위원장 내정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원도지사 경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 B씨의 인사들이 그의 선거를 도와 ‘특정 의원 라인’이라는 소문이 돈 만큼 ‘보이지 않는 손’이 정 전 차관을 위해 ‘김진선 밀어내기’를 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 차관은 “강원도 출신 중 실무형 인사를 찾았고 경기장 건설 등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윗선 개입은 없었고 자체 인선”이라고 말했다. 관피아 논란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체육계 인사는 “문체부 장관과 제1차관이 공석인 상황이고, 김 차관 역시 한양대 교수 출신이라 문체부 간부들에게 (인사를) 의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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