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렌트해서 남프랑스 아비뇽과 니스로 간다.’
2015년 3월 9일 월요일 저녁 아내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다. 아내는 프랑스 생테티엔 국제디자인 비엔날레 때문에 출장을 갔는데, 일정 중 하루쯤 짬을 내 남프랑스에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 터였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아내는 늘 출장길에 혼자서 근처 도시를 ‘휘리릭’ 다녀오곤 했다. 이번에도 기차 타고 혼자 갔다 올까 하기에, 가능하면 한두 명 모아서 차를 빌려 다녀오라고 권했다.
아내의 카톡 메시지를 받는 순간 남프랑스의 밝고 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 바다 같은 이미지가 상상돼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하필 카톡 메시지를 받은 시점이 내가 고정 출연하는 모 방송국의 퇴근길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방송 주제가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야말로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갑자기 상대적 빈곤감이 확 밀려왔다. 아내가 여유로움을 즐기는 동안 나는 일에만 매달려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아내가 집에 없는 것만큼 좋은 휴가가 어디 있느냐 되묻지만, 그런 일로 즐거워할 만큼 초보 남편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아내 부재중에는 유독 내 스케줄이 많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돌아온다.
그나저나 오늘의 작은 사치는 뭐기에 이런 식으로 시작하느냐고? 오늘 주제는 해외여행이다. 큰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 해외여행은 사치가 아니다. 필요한 것에 쓰는 돈은 액수와 상관없이 사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필수품이다. 해외여행도 그렇다. 비행기 티켓 한 장이면 충분히 일상에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 명절엔 해외여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호텔 체크인 정보를 바탕으로 각국 사람들의 신혼여행 이동 거리를 조사했는데, 한국 신혼부부의 이동 거리가 평균 6437km로 조사 대상 71개국 중 1위였다. 이에 반해 일본 신혼부부의 이동 거리는 약 400km에 불과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이동 거리로만 보자면 신혼여행이 해외가 아닌 국내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신혼여행은 해외여행이어야 하고, 동남아시아나 태평양의 휴양지 혹은 유럽 등이 선호됐다. 우리는 점점 더 먼 곳으로 간다. 항공 여행이 대중화하고 소득 및 소비 수준이 향상한 덕분이다.
신혼여행만 그렇겠나. 한국인의 해외여행 열기는 매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들 수가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지속적이다. 명절이 되면 민족대이동이란 말 대신 인천국제공항 대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북적인다. 명절에는 앞뒤로 휴가를 잘 내면 최대 2주일이나 열흘 가까이 여행을 갈 수 있어 이때를 노리는 직장인이 유독 많다. 요즘은 어르신의 해외여행 수요도 만만치 않다. 해외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은 여전히 많고, 청소년도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며, 방학이면 초등학생도 해외 어학연수를 간다.
요즘은 신혼여행 대신 세계일주를 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간혹 직장까지 그만두고 1년씩 작정하고 떠나니 신혼여행이라 하기도 어색하다. 기성세대 눈에는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신혼집은 어떡할 거니, 일자리는 어떡할 거니, 갔다 와서 뭐 먹고 살 거니 등 걱정부터 앞선 어른들과 달리 젊을 때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그들의 당당한 답변이다.
사실 결혼생활은 긴 여행이기도 하다. 긴 시간 대화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부부인데, 신혼부부의 세계일주는 1년간 결혼생활을 집약적으로 하는 셈이다. 부부가 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거나, 두 사람의 관계적 친밀도를 높이는 데 여행보다 좋은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꽤나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 아닌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나는 저런 과감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나는 세계일주를 시도하는 신혼부부를 적극 지지한다. 자녀를 데리고 휴직과 휴학을 하고 떠나는 가족도 있고,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며 세계일주를 선택하는 이도 있다.
일상이 너무 익숙해지고 지루해졌다면 사는 게 재미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걸 안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점차 흥미로운 일상과 일상의 작은 사치 및 행복에 관심이 많아졌다.
술·담뱃값 아껴 여행에 투자하라
주위를 둘러보면 훌쩍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시간이 조금만 생기면 일상을 떠나 낯선 도시로 날아가고, 새로운 것을 보고 누리는 걸 잘하는 이들이다. 반대 사람들도 있다. 집이 가장 좋다며 떠나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물론 각자의 선택이자 취향 차이일 뿐이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경험이다. 직접 누리고 느낀 것은 남이 빼앗을 수도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하는 노래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이 들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젊어서 기운 있을 때 더 다녀볼걸” 하는 후회였다. 두 발로 구석구석 걸어보고 누리려면 체력도 중요하다. 나중에 가야지 하면서 미루다간 영원히 못 갈 수도 있다. 우리에겐 내일 할 사치보다 오늘 당장 누릴 사치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고? 돈이 없다고? 이건 자신이 선택한 우선가치에 밀려난 것들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우선순위를 바꾸면 된다. 흡연자가 담배를 몇 년만 끊으면, 애주가가 술을 1년만 참으면 해외여행 갈 돈 정도는 모을 수 있다. 저비용 항공사도 많아졌고, 싸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은 유류할증료가 싸고, 원화 강세로 유로화나 엔화, 달러화에 대한 환율 반사효과도 생겼다. 여행자에겐 꽤나 매력적인 상황이다. 저렴한 호텔 정보를 찾거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
그나저나 아내가 돌아오면 내가 떠날 궁리를 해봐야지 싶다. 일주일 정도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카페 플뢰르나 마고에서 사르트르나 보부아르, 카뮈의 흔적을 벗 삼아 책을 읽고 낙서하듯 글도 쓰며, 먹고 마시면서 유유자적하다 오고픈 마음이다. 일상의 풍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2015년 3월 9일 월요일 저녁 아내에게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다. 아내는 프랑스 생테티엔 국제디자인 비엔날레 때문에 출장을 갔는데, 일정 중 하루쯤 짬을 내 남프랑스에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 터였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아내는 늘 출장길에 혼자서 근처 도시를 ‘휘리릭’ 다녀오곤 했다. 이번에도 기차 타고 혼자 갔다 올까 하기에, 가능하면 한두 명 모아서 차를 빌려 다녀오라고 권했다.
아내의 카톡 메시지를 받는 순간 남프랑스의 밝고 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 바다 같은 이미지가 상상돼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하필 카톡 메시지를 받은 시점이 내가 고정 출연하는 모 방송국의 퇴근길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방송 주제가 혼자 밥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야말로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갑자기 상대적 빈곤감이 확 밀려왔다. 아내가 여유로움을 즐기는 동안 나는 일에만 매달려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아내가 집에 없는 것만큼 좋은 휴가가 어디 있느냐 되묻지만, 그런 일로 즐거워할 만큼 초보 남편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아내 부재중에는 유독 내 스케줄이 많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가 돌아온다.
그나저나 오늘의 작은 사치는 뭐기에 이런 식으로 시작하느냐고? 오늘 주제는 해외여행이다. 큰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 해외여행은 사치가 아니다. 필요한 것에 쓰는 돈은 액수와 상관없이 사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필수품이다. 해외여행도 그렇다. 비행기 티켓 한 장이면 충분히 일상에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 명절엔 해외여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호텔 체크인 정보를 바탕으로 각국 사람들의 신혼여행 이동 거리를 조사했는데, 한국 신혼부부의 이동 거리가 평균 6437km로 조사 대상 71개국 중 1위였다. 이에 반해 일본 신혼부부의 이동 거리는 약 400km에 불과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이동 거리로만 보자면 신혼여행이 해외가 아닌 국내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신혼여행은 해외여행이어야 하고, 동남아시아나 태평양의 휴양지 혹은 유럽 등이 선호됐다. 우리는 점점 더 먼 곳으로 간다. 항공 여행이 대중화하고 소득 및 소비 수준이 향상한 덕분이다.
신혼여행만 그렇겠나. 한국인의 해외여행 열기는 매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들 수가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지속적이다. 명절이 되면 민족대이동이란 말 대신 인천국제공항 대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북적인다. 명절에는 앞뒤로 휴가를 잘 내면 최대 2주일이나 열흘 가까이 여행을 갈 수 있어 이때를 노리는 직장인이 유독 많다. 요즘은 어르신의 해외여행 수요도 만만치 않다. 해외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은 여전히 많고, 청소년도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며, 방학이면 초등학생도 해외 어학연수를 간다.
요즘은 신혼여행 대신 세계일주를 하는 부부도 늘고 있다. 간혹 직장까지 그만두고 1년씩 작정하고 떠나니 신혼여행이라 하기도 어색하다. 기성세대 눈에는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신혼집은 어떡할 거니, 일자리는 어떡할 거니, 갔다 와서 뭐 먹고 살 거니 등 걱정부터 앞선 어른들과 달리 젊을 때 도전해보고 싶다는 게 그들의 당당한 답변이다.
한국인의 해외여행 열기는 매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상이 너무 익숙해지고 지루해졌다면 사는 게 재미없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걸 안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점차 흥미로운 일상과 일상의 작은 사치 및 행복에 관심이 많아졌다.
술·담뱃값 아껴 여행에 투자하라
주위를 둘러보면 훌쩍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시간이 조금만 생기면 일상을 떠나 낯선 도시로 날아가고, 새로운 것을 보고 누리는 걸 잘하는 이들이다. 반대 사람들도 있다. 집이 가장 좋다며 떠나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이다. 물론 각자의 선택이자 취향 차이일 뿐이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경험이다. 직접 누리고 느낀 것은 남이 빼앗을 수도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하는 노래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이 들어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젊어서 기운 있을 때 더 다녀볼걸” 하는 후회였다. 두 발로 구석구석 걸어보고 누리려면 체력도 중요하다. 나중에 가야지 하면서 미루다간 영원히 못 갈 수도 있다. 우리에겐 내일 할 사치보다 오늘 당장 누릴 사치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고? 돈이 없다고? 이건 자신이 선택한 우선가치에 밀려난 것들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우선순위를 바꾸면 된다. 흡연자가 담배를 몇 년만 끊으면, 애주가가 술을 1년만 참으면 해외여행 갈 돈 정도는 모을 수 있다. 저비용 항공사도 많아졌고, 싸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은 유류할증료가 싸고, 원화 강세로 유로화나 엔화, 달러화에 대한 환율 반사효과도 생겼다. 여행자에겐 꽤나 매력적인 상황이다. 저렴한 호텔 정보를 찾거나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
그나저나 아내가 돌아오면 내가 떠날 궁리를 해봐야지 싶다. 일주일 정도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카페 플뢰르나 마고에서 사르트르나 보부아르, 카뮈의 흔적을 벗 삼아 책을 읽고 낙서하듯 글도 쓰며, 먹고 마시면서 유유자적하다 오고픈 마음이다. 일상의 풍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