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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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진경산수화’구나

국립고궁박물관 ‘고국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1-20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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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진경산수화’구나

    1 연광정도 2 금강내산전도 3 함흥본궁송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가 없다. 80년간 고국을 떠나 있었고, 두 번이나 화마를 피했으며, 수많은 이의 눈독까지 뿌리치고 마침내 돌아와 우리 앞에 선 ‘겸재정선화첩’ 이야기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에 대해 모르는 한국인은 드물 것이다. 현재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 회화실’에서 전시 중인 ‘겸재정선화첩’은 그가 비단에 그린 작품 21점을 묶은 책이다. 금강산 전체 경관을 그린 ‘금강내산전도’와 내금강 명소 만폭동을 화폭에 담은 ‘만폭동도’, 외금강의 구룡폭포와 구룡연 일대 모습을 표현한 ‘구룡폭포’ 등 수록 작품 면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쾌한 붓질과 생기 넘치는 묘사로 명불허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 작품들에 감동을 더하는 건 ‘겸재정선화첩’이 품고 있는 지난 역사다. 이 화첩은 1975년 독일에서 유준영 전 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파독광부로 현지에 갔다가 뒤늦게 미술사 공부를 시작한 유 전 교수는 우연히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 겸재 그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도원 내 박물관에서 이 화첩을 확인했다. 출처를 추적하니 수도원 초대 대원장(아파스) 노르베르트 베버가 25년 한국 여행 중 구매해 간 것으로 보였다. 유 전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76년 ‘성오틸리엔 수도원 소장 겸재화첩’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화첩 존재가 한국에 알려진 계기다.

    겸재 그림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는 또 한 명의 노력이 있었다. 성 오틸리엔 수도원과 같이 성 베네딕도회에 속한 한국 왜관수도원의 선지훈 신부다. 1990년대 초 독일 유학 중 역시 이 화첩을 접한 선 신부는 당시 기숙사 동기였던 예레미야스 슈뢰더가 성 오틸리엔 수도원 아파스가 된 뒤부터 “한국의 보물을 한국으로 돌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 무렵 뒤늦게 화첩 가치를 알게 된 크리스티 경매 등 세계 유수 경매업체들도 구매경쟁을 벌였다. 결국 성 오틸리엔 수도원은 2005년 이 화첩을 성 베네딕도회의 한국 진출 100주년 기념 선물로 한국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했다.



    ‘겸재정선화첩’이 겪은 풍파는 또 있다. 1980년대 초 독일에서 한 차례 소실될 위기에 처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 또 한 번 불길에 휩싸인 것. 2007년 4월 6일 왜관수도원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다. 수사 침실 36개, 사무실 6개 등이 전소된 이날 화재에 대해 보도한 ‘매일신문’ 기사에는 ‘겸재 정선의 화첩은 문서고 철문을 해머로 부수고 들어가 제일 먼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중략) 몇몇 수도자들은 불이 성당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관 출입문 쪽에서 소방 호스를 잡고 불과 사투를 벌였다’는 대목이 있다. 이후 이 화첩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진경산수화를 비롯해 자연과 인물을 그린 그림, 옛날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린 상상도 등 다양한 형식의 그림이 함께 담겨 정선의 예술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2월 2일까지, 문의 02-3701-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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