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이 말해주는 것들
작가 수전 손태그는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라고 했다. 영상예술가 빌 비올라의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어쩌면 이토록 ‘격렬한 …
201503162015년 03월 16일예술 체험의 중심은 누구인가
사회 전반에서 ‘갑을관계’라는 말이 유행이다. ‘숭고의 마조히즘’전은 미술관 내 갑을관계에 대해 묻는 전시다. 예술 체험의 두 주체인 창작자와 감상자, 즉 작가와 관객 가운데 진짜 ‘권력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탐색한다는 뜻이다. 예…
201503022015년 03월 02일박수근의 정겨움과 이중섭의 열정이 한곳에
꽃으로 둘러싸인 배경 안에 푸른색 수탉과 붉은색 암탉이 있다. 서로 마주 보며 춤을 추는 듯, 다정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중섭의 회화 ‘환희’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
201502092015년 02월 09일환상으로 채색, 어른 위한 동화
“안녕, 난 구름 속에서 흘러나온 바다야/ 안녕, 난 강 속에서 태어난 구름이야/ 안녕, 난 밤하늘에서 내려온 나무야/ 안녕, 난 널 삼키고 다리를 건너고 있는 애벌레야// 네가 꿈꾸는 동안/ 매일 밤 너에게 기어갈게(후략).”김경…
201501262015년 01월 26일은박지에 새겨 넣은 추억, 동경, 그리움
사내는 불행했다. 현해탄 건너 타국에 사는 가족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랐으나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홀로 거리를 떠돌다 숨을 거뒀을 때 그의 신원을 아는 이조차 없었다. 한동안 연고불명 행려병자로 병원 한편에 방치돼 있던 그의 시…
201501122015년 01월 12일‘남자다움’ 신화에 갇힌 그의 자화상
굵은 기둥에 수백 장의 가족사진이 빽빽이 붙어 있다. 각각의 사진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다정히 어깨동무를 한 어머니와 자녀들. 그러나 어디에도 아버지의 모습은 없다. 역설적이게도 ‘아버지’라는 제목이 붙은 이 …
201501052015년 01월 05일우리와 닮은 로마인 이야기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중국 한나라 말기 편찬된 시 모음집 ‘고시19수(古詩十九首)’에 실린 시의 일부다. 국학자료원이 펴낸 ‘한시작가작품사전’은 이 구절을 ‘살아 백년도 차지 않는데, 늘 천년의 근심 걱정 품고 사네’라고 풀이했다…
201412152014년 12월 15일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그녀
“사랑스러운 린다, 사랑스러운 꽃을 머리에 꽂은.”1970년 폴 매카트니가 발표한 노래 ‘사랑스러운 린다(The Lovely Linda)’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비틀스 해체 후 내놓은 첫 개인 앨범에서 폴은 즐…
201411102014년 11월 10일과학과 예술이 만들어낸 미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술은 과학에 기반을 뒀다. 동시에 그의 발명품은 지극히 예술적이었다. 다빈치가 과학과 예술의 창조적 결합을 이룬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백남준도 마찬가지다. 1984년 그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
201410202014년 10월 20일그림이 된 벌거벗은 행위예술
마류밍(44)이라는 작가가 있다. 벌거벗은 ‘몸뚱이’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중국 현대미술가다. 그는 1998년 나체로 만리장성을 횡단했다. 심지어 여장을 한 채였다. 짙은 화장과 치렁치렁한 장신구 차림의 마류밍이 거대하고 견고한 성…
201409292014년 09월 29일눈과 마음 흔드는 ‘순백의 美’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그렇게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화가 김환기가 1963년 쓴 산문 ‘항아리’의 일부다. 그는 이 글에서 백자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나는 아직 우리 …
201408182014년 08월 18일활자가 전해주는 과거의 우리 모습
“어제는 지나가버렸고(history), 내일은 알 수 없지(mystery). 하지만 오늘은 선물(present)이란다.”영화 ‘쿵푸 팬더’에서 사부님이 제자에게 하는 말이다. 어쩔 도리 없는 어제와 내일에 얽매이지 말고, 선물 같은…
201407212014년 07월 21일김환기 화백의 삶과 예술 발자취
“만일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곳이라면, 우리는 예쁜 예술작품에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않을 테고, 그런 작품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작가 알랭 드 보통은 에세이집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에서 이렇게 썼다. 삶이 우울하고 일…
201406232014년 06월 23일마법의 세계…꿈이야, 현실이야
흔히 디지털은 감성의 파괴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대림미술관에 들어서면 최첨단 디지털 기술이 감성을 깨우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수많은 크리스털 프리즘이 빛을 굴절시켜 만들어낸 찬란한…
201405262014년 05월 26일물방울무늬, 시련과 치유였구나
철학자 니체는 저서 ‘우상의 황혼’에서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일본 화가 쿠사마 야요이는 이 문장의 산 증거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열 살 때부터 사물에…
201405122014년 05월 12일조선 왕실 잔치 잔치 열렸네
붉은빛이 감도는 하얀 꽃잎 위에 나비가 사뿐 올라앉아 있다. 투명해 보일 만큼 얇은 날개를 펼쳐 금세라도 훨훨 날아오를 것 같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궁중채화’전 풍경이다. 채화(彩花)는 비단과 천연재료를 사용…
201404142014년 04월 14일남다른 상상력 ‘7인 7色’ 봄맞이
봄이 왔다. 서울 중구 서소문로 일우스페이스 윈도 갤러리에도 봄내음이 가득하다. ‘맨드라미’ 연작으로 유명한 김지원 작가의 ‘맨드라미’가 오가는 행인의 눈을 붙든다. 그 붉고 뜨거운 매력에 끌려 건물 안에 들어서면 ‘物質(물질)매직…
201403312014년 03월 31일과학이 예술의 옷 갈아입었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3월 6일 시작한 ‘다이내믹 스트럭처 앤드 플루이드’전의 기획 취지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분야가 한자리에서 만난다니, 결과물에 호기심이 생길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술이라는 ‘…
201403172014년 03월 17일경쾌한 워킹에 발랄한 色 입히다
“아무 거리에서나 잠시 멈춰 서서 지나가는 군중을 바라보라. 이 걸어가는 인물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각 인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차림을 연출하면서도, 낯선 이들과 뒤섞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작위적인 춤을…
201403032014년 03월 03일평범한 얼굴, 위대한 일상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1984년 스물일곱 살 노동자 박기평이 시집 ‘노동의 새벽’을 내며 필명으로 사용한 이름 ‘박노해’에 담긴 뜻이다. 야간 상고를 졸업한 이 청년의 시어는 생생함과 진정성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그에겐 오…
201402172014년 0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