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을 평정한 상태지만, 7년 만에 신제품으로 돌아온 콘솔 게임에 국내 게이머도 환호했다.
PS4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엑스박스 원(Xbox One)’ 인기도 놀랍다. 7년 전만 해도 실망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제품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 게임기에 다양한 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하면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과거 PS와 엑스박스는 집에서 TV와 연결해 즐길 수 있는 게임기에 불과했다. 이제는 스포츠나 영화, 음악 감상이 가능한 ‘홈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당당히 군림한다. 게임기가 거실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콘솔 게임 인기는 온라인 게임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가족 중심 거실 문화가 자리 잡은 북미와 유럽에서는 콘솔 게임 인기가 여전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기능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한 신제품을 내놓자 물량이 동이 날 정도였다.
소니의 PS4는 AMD의 x86 옥타코어 프로세서로 알려진 ‘재규어’와 8GB 용량의 메모리를 채택했다. 강력한 하드웨어로 그래픽 성능이 확실하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또 PS4는 사용자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다. 게임 이용 빈도를 분석해 좋아하는 장르나 제작사의 게임을 추천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가진 게임 정보를 확인해 서로의 PS4 게임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것.
더욱이 기존 불편함도 없앴다. 과거에는 완전히 게임이 설치돼야만 실행할 수 있었지만, PS4는 필수 실행에 필요한 다운로드 파일을 어느 정도 내려받고 나면 곧바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PS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 기기를 PS4의 보조 스크린으로 쓸 수 있다.
‘PS4’와 ‘엑스박스 원’의 변신
엑스박스 원은 게임기라기보다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12분짜리 동영상을 보면 그 기능이 확실히 드러난다. 영상 속 등장인물은 게임을 하다가 스카이프로 영상전화를 하고 주문형 비디오(VOD)를 시청하기도 한다. ESPN, 폭스 나우, FK 나우, HBO 고(Go), 넷플리스, 훌루 서비스를 위한 앱도 갖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북미 미식축구 리그(NFL)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이 만든 블록버스터 TV 시리즈 ‘헤일로’를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게임 외 다른 콘텐츠 투자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15일 북미지역에서 먼저 출시한 PS4. 이 제품은 출시 하루 만에 1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1월 4일까지 북미시장에서 판매된 수량은 211만642대다. 이로써 출시 두 달이 된 PS4가 1년이 된 ‘위 유(Wii U)’의 판매량을 앞섰다. 소니는 글로벌시장에서 PS4 420만 대를 팔아치웠다. 1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앤드루 하우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3월까지 PS4를 500만 대 이상 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 추세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
이들 게임기가 대박을 치면서 과거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름잡았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력 사업 부진과 스마트혁명 대응 실패로 두 기업은 위기의식을 느껴야 했다. 그런 가운데 게임기가 회생의 길을 열어준 것. 게임기는 유일하게 두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다. 그렇다 보니 이 두 기업의 게임 대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게임기 대전에서 승리하면 혁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930억 달러(약 99조 원)로 이 중 콘솔 게임 시장은 442억 달러(약 47조 원)를 차지한다. 개인용 컴퓨터(PC) 게임(177억 달러)과 모바일 게임(132억 달러), 휴대형 게임(180억 달러)을 압도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닌텐도와 함께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을 이끌어왔다.
중국 업체까지 시장에 가세
콘솔 게임의 중심은 아직은 북미와 유럽이다. 이 시장이 확대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부활은 탄탄대로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행히 해적판이 판치던 중국 시장에서도 변화 바람이 불어 닥쳤다. 14년 만에 중국 비디오 게임기 시장 빗장이 풀린 것이다. 1월 8일 중국 국무원은 상해자유무역지구(FTZ)에서 생산한 해외 콘솔 게임의 중국 내 판매를 일시적으로 공식 허용했다. 물론 콘솔 게임 시장이 열렸다고 성장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무료 게임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비싼 게임기 구매를 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통신사 ‘로이터’는 홍콩 증권사 CLSA를 인용해 “중국 게이머 70% 이상의 수입이 월 4000위안(634달러·약 70만5000원) 이하”라며 “엑스박스 원 미국 판매가격이 500달러(약 53만 원), PS4가 400달러(약 42만 원)고 새 게임 가격도 60달러(약 6만4000원)”라고 비교했다. 그만큼 시장이 열리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 업체까지 콘솔 게임 시장에 가세했다.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초고선명(UHD) 4K 동영상을 지원하는 TV용 비디오 게임 콘솔 ‘트론(TRON)’을 발표했다. 트론은 CES에서 처음 소개됐으며 2분기 정식 발매된다.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론은 200달러 이하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화웨이 커스터마이징 버전을 사용했다. 블루투스로 컨트롤러와 접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흥행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비즈니스 잡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두 혁신 콘솔 게임기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신제품이 너무 오랜만에 나온 데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게임과 온라인 게임이 연일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기로 일으킨 돌풍을 과연 IT 시장 전체에서 이어갈 수 있을까 주목된다”며 “이들의 게임 비즈니스가 크게 성공한다면 IT 시장은 또 한 번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플레이스테이션4(PS4) 국내 판매 개시일인 2013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 PS4를 구매하려는 시민이 줄지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