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고(故) 이영훈(1960~2008)만큼 한국인의 정서를 잘 표현한 이가 있었던가. 그의 음악으로 꾸민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한국형 ‘맘마미아’가 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나치게 음악의 비중이 컸고, 이야기 밀도는 낮았으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
초로(初老)의 유명 작곡가 한상훈에게 젊은 가수 지용이 한상훈의 헌정 콘서트를 열고 싶다며 찾아온다. 헌정 콘서트의 첫 시작은 20년 전 한상훈이 젊은 작곡가 시절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예 작곡가였던 한상훈은 학생운동가 현우와 함께 음악을 만든다. 시국사범인 현우 대신 곡은 모두 상훈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이들은 우연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최여주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머뭇거리는 상훈 대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현우가 여주의 연인이 된다.
현우는 시위에 연루돼 군대에 끌려가고, 여주-상훈 콤비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현우가 제대하자 여주는 상훈의 곁을 떠난다. 훗날 죽음을 앞둔 여주는 상훈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다.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난 당신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일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진부한 스토리다. 구성 또한 매끄럽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현우와 상훈의 이야기가 서로 엮인다. 단조로운 줄거리를 입체적으로 그리겠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과격한 학생운동가와 낭만적인 작곡가 사이에 고민하는 한 청순한 연인이라니…. 30년 전에나 통했을 감성이다.
지나치게 분위기가 어두운 것도 아쉽다. 현우와 상훈이 함께 ‘깊은 밤을 날아서’를 작곡하는 장면에서 상훈은 “너무 무거워서는 안 돼. 투쟁도 사랑도 밝아야 해”라고 말한다. 왜 그 교훈을 연출가는 무시했던가. 이 작품이 이영훈 추모공연이 아닌 완성된 뮤지컬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연출 스스로도 무거운 극중 분위기가 부담이었는지, 극 사이사이에 군무와 경쾌한 무대를 삽입했다. 하지만 좋은 볼거리이긴 했으나 개연성이 떨어졌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대 구성이다. 마름모꼴로 이어진 중앙무대 양쪽으로 흰색 그랜드피아노 두 대가 놓인 현재와 20년 전 아지트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무대는 때로 분리되고 치솟고 벽을 만들고 장막이 내려오면서 훌륭하게 활용된다. 특히 여주를 처음 본 상훈이 피아노를 치며 ‘소녀’를 부를 때, 여주가 걷는 길에 꽃 프린트가 내려앉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무엇보다 이영훈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뮤지컬은 평균 이상이다. 특히 여주 역할의 배우 리사가 부르는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이 뮤지컬을 관통하는 감성이다.
이영훈, 이문세를 잘 모를 10대 소녀가 관객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은 지용 역을 맡은 ‘비스트’ 양요섭 덕분이다. 아이돌그룹 출신인데도 연기, 춤, 음악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커튼콜 ‘붉은 노을’에서 양요섭이 방방 뛰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광화문 연가’의 시놉시스를 다듬었다는 이영훈도 하늘에서 이 무대를 봤다면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4월 10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1666-8662.
초로(初老)의 유명 작곡가 한상훈에게 젊은 가수 지용이 한상훈의 헌정 콘서트를 열고 싶다며 찾아온다. 헌정 콘서트의 첫 시작은 20년 전 한상훈이 젊은 작곡가 시절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예 작곡가였던 한상훈은 학생운동가 현우와 함께 음악을 만든다. 시국사범인 현우 대신 곡은 모두 상훈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이들은 우연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최여주에게 사랑을 느끼는데, 머뭇거리는 상훈 대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현우가 여주의 연인이 된다.
현우는 시위에 연루돼 군대에 끌려가고, 여주-상훈 콤비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현우가 제대하자 여주는 상훈의 곁을 떠난다. 훗날 죽음을 앞둔 여주는 상훈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다.
“당신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난 당신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일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진부한 스토리다. 구성 또한 매끄럽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현우와 상훈의 이야기가 서로 엮인다. 단조로운 줄거리를 입체적으로 그리겠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과격한 학생운동가와 낭만적인 작곡가 사이에 고민하는 한 청순한 연인이라니…. 30년 전에나 통했을 감성이다.
지나치게 분위기가 어두운 것도 아쉽다. 현우와 상훈이 함께 ‘깊은 밤을 날아서’를 작곡하는 장면에서 상훈은 “너무 무거워서는 안 돼. 투쟁도 사랑도 밝아야 해”라고 말한다. 왜 그 교훈을 연출가는 무시했던가. 이 작품이 이영훈 추모공연이 아닌 완성된 뮤지컬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연출 스스로도 무거운 극중 분위기가 부담이었는지, 극 사이사이에 군무와 경쾌한 무대를 삽입했다. 하지만 좋은 볼거리이긴 했으나 개연성이 떨어졌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대 구성이다. 마름모꼴로 이어진 중앙무대 양쪽으로 흰색 그랜드피아노 두 대가 놓인 현재와 20년 전 아지트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무대는 때로 분리되고 치솟고 벽을 만들고 장막이 내려오면서 훌륭하게 활용된다. 특히 여주를 처음 본 상훈이 피아노를 치며 ‘소녀’를 부를 때, 여주가 걷는 길에 꽃 프린트가 내려앉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무엇보다 이영훈의 음악을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뮤지컬은 평균 이상이다. 특히 여주 역할의 배우 리사가 부르는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이 뮤지컬을 관통하는 감성이다.
이영훈, 이문세를 잘 모를 10대 소녀가 관객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은 지용 역을 맡은 ‘비스트’ 양요섭 덕분이다. 아이돌그룹 출신인데도 연기, 춤, 음악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커튼콜 ‘붉은 노을’에서 양요섭이 방방 뛰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광화문 연가’의 시놉시스를 다듬었다는 이영훈도 하늘에서 이 무대를 봤다면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4월 10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1666-8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