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경제인, 심지어 기업총수보다도 인터뷰가 어렵다는 게 바로 톱스타급 연예인입니다. 2000년 이후 연예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공고해지면서, 회사(연예기획사)가 상품(소속 연예인)을 알려야 할 필요(소속 연예인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가 개봉할 때)가 있을 때만 전략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든요. 과거엔 기자가 연예인 또는 매니저와 개인적 친분이 있으면 특별한 일 없어도 인터뷰를 한 적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참 드물고 힘들어졌죠.

저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여성동아’ 기자로 있으면서 연예인 인터뷰를 꽤 진행했는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연예인 섭외를 다시 해보니 많은 부분이 달라졌더군요. 우선 매니저들이 무척 예의 바르고 친절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상당수 매니저는 매너가 좋았지만, 간혹 당황스러울 정도로 거친 언사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사람이 싹 사라졌어요. 대신 인터뷰 의도와 소속 연예인의 현재 상황 등을 철저히 살펴본 후 ‘정중히’ 거절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죠.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탤런트 유인나 씨를 인터뷰할 때도 연예인과 만나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단, 한 회사와 계약 하나 맺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YG 측은 ‘주간동아’와 주간동아 내 문화섹션인 ‘CM’에 대해 꼼꼼히 물었고, 간단한 질의서를 요청한 후에야 일정을 잡았죠. 인터뷰 장소에 갔더니 YG 측이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위해 카페 2개 층을 통째로 예약해뒀더군요. 유인나 씨가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고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인터뷰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졌어요. 저는 이렇게 차려진 ‘떡’을 그냥 꿀꺽 삼키면 되는 형국이었죠. 그간 연예인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장소나 의상, 메이크업 등을 기자가 알아서 해달라고 연예인 소속사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일을 참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뭐랄까. 인간적인 냄새는 덜 느껴졌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그 연예인, 또는 그 매니지먼트 회사의 인간적인 매력을 찾아내고 이어가는 건 기자의 몫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