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일부 초등학교 선거를 보고 있자면 씁쓸해집니다. 그 모습이 닳고 닳은 어른들의 선거와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광주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교회장에 당선된 어린이가 사퇴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거유세를 하면서 “당선되면 콜팝(컵에 콜라와 치킨을 함께 담아 먹는 제품)을 쏘겠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그 정도는 큰일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운동이 웬만한 정치인 선거운동 못지않다는 농담도 떠돌 정도라네요. 공약으로 ‘화장실 변기에 비데를 설치하겠다’ ‘급식 업체를 바꾸도록 하겠다’와 같이 ‘내가 당선되면 힘 한번 써보겠다’는 식의 ‘입김 공약’이 대세고요.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학부모가 직접 교문 앞에 서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답니다. 다른 학부모나 아이에게 ‘기호 ○번을 찍어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학부모들의 극성을 노린 웅변학원, 스피치학원도 등장했습니다. ‘학생회장 출마반’을 만들어 단기 집중 과외를 실시한답니다. 효과적인 스피치에서부터 연설문 작성, 공약 짜기 등을 종합적으로 코치해주죠. 선거 포스터와 피켓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주는 업체도 생겼을 정돕니다. 과거 반장·부반장 경력이 빼곡히 적힌 포스터는 정치인의 선거 포스터를 연상케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