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1907년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
평소 어떤 회사를 생각하는 것과 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듯, 작품을 살 때는 작가에 대해 더 전문적인 정보와 기준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미술에 취미를 갖게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양식과 작품이 생기겠지만, 그 기준이 쉽지 않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좋은 선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같은 명장이 보는 안목은 훨씬 거시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다. 그래서 축구의 히딩크 같은 좋은 컬렉터는 작가를 키우지만, 안목이 없는 나쁜 컬렉터는 작가를 병들게 할 수도 있다.
초보 컬렉터의 눈을 사로잡는 첫 번째 기준은 ‘장식성’이다. 이는 자신의 집이나 걸려는 장소의 구조와 관계 있고 기능적인 면에서 효율성이 있다. 하지만 이 기준에 의존도가 크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좀더 훈련된 컬렉터의 두 번째 기준은 ‘기호’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치유하고 정서를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여운이 길지 못하다. 기호는 주관적이고 변하기 때문이다.
더 전문성을 가진 컬렉터의 세 번째 기준은 작품에서 ‘역사성’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는 미술의 역사 속에서 관계망을 파악하고 시대정신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비(非)장식적일 수 있지만 가치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늘날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마네나 피카소의 작품이 결코 장식적이 아니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