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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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국가 연주에 야유 터지자 화난 시라크 대통령 “나 갈래”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7-10-31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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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국가 연주에 야유 터지자 화난 시라크 대통령 “나 갈래”

    축구장에서 울려 퍼지는 ‘국가’는 내셔널리즘을 자극한다.

    축구장은 현대의 콜로세움. 수만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함성을 지른다. 본부석에는 ‘귀빈’들이 로마 시대의 원로들처럼 앉아 있다. 그리고 국가(國歌)가 연주된다. ‘귀빈’들이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도열하고 선수들이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늘어서면 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면 이젠 식상한 비유지만, 축구장에서 연주되는 국가는 ‘민족주의’를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전투적인 상징 효과를 갖는다.

    7월5일, 2007 아시안컵을 앞두고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평가전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 가수 조영남 씨가 단상에 올라섰다. 잠시 후 수많은 관중과 시청자들은 난생처음 듣는 애국가에 어리둥절했다. 조영남 씨는 첫 음을 낮게 잡더니 중간 소절에서는 심하게 변주를 했고 끝부분은 기묘한 울림을 줬다. 어느 신문은 ‘재즈도 아니고 판소리도 아니여’라고 일침을 놓았다. 글쎄, 애국가를 한 번쯤 그렇게 불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2006 월드컵 한국-토고전서 초반 애국가만 두 차례 ‘실수’

    하지만 이 정도는 즐거운 ‘소동’일 뿐. 2006 독일월드컵 한국과 토고의 경기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실수가 벌어졌다.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토고 선수들이 경건하게 자국 국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난데없이 우리에게 익숙한 전주가 시작됐다. 애국가가 두 마디쯤 다시 연주된 것이다. 토고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외교적,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항의서신을 보냈다.

    그리고 심각한 사건도 있었다. 2002년 5월11일, 파리에서 프랑스컵 결승전이 열렸다. VIP석 중앙에는 그해 봄 선거에서 승리한 시라크 당시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바스티아와 로리앙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 관례대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연주됐는데 바스티아의 서포터스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야유했다. 바스티아의 연고지는 코르시카 섬. 1768년 이탈리아로부터 넘겨받은 프랑스 자치령으로, 그러니까 식민지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독립을 요구하며 프랑스 순혈주의에 대항했다. 그들에게 ‘라 마르세예즈’는 ‘국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야유를 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코르시카 사람들의 ‘반(反)프랑스’적인 행위에 격노했다. 시라크는 클로드 시모네 축구협회장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당장 경기를 중단하고 위대한 프랑스가 모욕받은 데 대해 사과하라”면서 퇴장했다. 대통령의 분노 때문에 경기는 열리지 못했고 선수들도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시모네 회장은 공식 사과했다. 바스티아의 프랑수아 니콜라이 단장도 정중히 사과했다. 그제야 시라크는 VIP석으로 돌아왔다. 20여 분의 ‘소동’ 끝에 경기는 시작됐고 바스티아는 0대 1의 패배를 안고 식민의 섬으로 돌아갔다. 정치평론가들은 극우파 장 마리 르펜에게 기울었던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 9단’ 시라크 대통령이 ‘오버’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지난번 깜짝 퀴즈를 냈다. 선수가 스로인을 했는데 누구의 몸에도 닿지 않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면 골로 인정될까. 정답은 ‘노골’이다. 스로인은 반드시 선수의 몸을 거쳐야 한다. 또 하나의 깜짝 퀴즈. A, B 양국이 중립지역인 C 나라에서 친선 평가전을 갖는다면, 경기 전에 C 나라의 국가도 연주될까. 정답은 다음 호 이 지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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