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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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 예술가들’의 性정치학

  •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입력2007-03-22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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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렴치 예술가들’의 性정치학

    전지윤의 미디어 작품 ‘Touch-W’

    몸과 성은 전시에서 지겹도록 다뤄진 주제다. 그러나 ‘불량아트’전이 여타 성 관련 전시와 다른 점은 성을 통해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독립 큐레이터 류병학과 이은화의 공동기획으로 만들어진 이 전시에는 김난영 박불똥 안창홍 전지윤 채희석 최경태 등 6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기획자는 참여 작가들을 ‘동시대 최고의 파렴치 아티스트들’로 지목하고 이들의 도발적인 성정치학에 주목한다. 성적 금기에 도전하는 불량한 예술의 매력은 성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폭로하는 데 있다. 성기를 노출한 모델의 시선은 당당하게 관객을 응시한다. 이는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성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이중성의 가면을 벗겨버리는 비판과 성찰의 시선이다.

    1980년대 리얼리즘 미술운동 진영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성을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 각별한 성과를 남겼다. 특히 안창홍의 경우 성은 가족과 국가공동체 이데올로기로 은폐된 성의 정치학을 여실히 드러내는 첨예한 지점이다. 박불똥의 성은 상상과 사상의 금기를 해체하는 것이었고, 김난영은 소재를 남성의 성에서 여성의 그것으로 옮겨놓았다.

    2000년대 이후 성적인 표현은 한층 노골적으로 진화했다. 전지윤은 마우스 클릭으로 여성의 신체를 탐색하도록 한다. 채희석은 인터넷에서 포르노 이미지를 채집해 마우스로 덧칠한 도발적인 이미지들을 살포한다. 최경태는 원조교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2000년대 들어서 ‘여고생’ 시리즈를 발표해 작품을 압수당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금기를 위반한 예술에 대한 응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한국 사회는 성적 담론을 금기시하지만 성적 실천에서는 그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며칠 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06 국가별 연례보고서에서는 남한과 북한을 각각 ‘성매매 천국’ ‘인권지옥’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 국민의 아랫도리 단속을 하겠다고 나선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의 다양성 실현을 앞당겼을 뿐이다.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동성애나 원조교제, 포르노그래피 등을 다루고 있는 이 전시가 선정적인 성담론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성적 표현을 통해 기성의 고정관념과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깨는 불편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불량작품’을 통해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예술이란 ‘상처에 약을 바르고 치부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썩은 곳을 계속 찔러 아픔을 망각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아도르노의 지적을 되새기게 한다. 예술의 사회적 책무는 상생과 조화를 직조하기보다는 갈등과 마찰을 통해 성찰을 은유하는 데 있다. 그것은 때로 불량한 시선과 불온한 표현을 동반한다. 요컨대 예술의 불온함은 성찰을 야기한다. 4월8일까지, 듀플렉스, 02-548-8971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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