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

상식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

    입력2007-03-26 11: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상식적 사고에서 벗어나라

    황소개구리의 감소 원인은 근친교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치품 수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쁘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사치품 수입은 합리적인 소비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덧붙인다.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많은 사치품(명품)의 수입은 국내 기업들을 긴장하게 한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은 사치품에 맞설 신제품을 만들어 경쟁을 하는 계기가 된다. 사치품 수입이 가져오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낸 셈이다. 긍정적 결과는 창의적 관점에서만 나올 수 있다.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창의적 생각이 필요하다. 다음 글도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은 어디일까? 해마다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내는 미국은 아니다. 실제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개도국들은 무역을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면서 선진국과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2조5600억 달러로 30년 새 25배로 커졌다. 중국이 공산체제이면서도 1990년대부터 시장경제와 자유로운 무역을 채택한 덕이다. 늘어난 경제규모만큼 국민의 삶도 나아졌다. 경제개방 뒤 무려 5억명의 중국인들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두려워하는 것은 때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다. 세계 자본이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개도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가 중국으로 공장 이전을 발표하자 영국인들은 ‘세계화가 내 밥줄을 끊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부를 선진국으로 이전한다는 60, 70년대식 주장이 아직도 횡행한다. 대표적인 게 “개도국이 미국 같은 거대국가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은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같은 링에 올라 권투를 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쌍방에 모두 이롭다. (…)

    - ‘자유무역은 개도국에 불리하다?’ 한국경제신문, 차기현 생활경제부 기자

    이 글은 상식적인 관점을 뒤집은 경우다. 자유무역은 개도국에도 이롭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자유무역은 선진국에만 이로운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논술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알고 있는 내용은 상식적인 관점으로 가득 차 있다. 상식적인 내용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가치로 간주된다. 수험생들에게 상식적인 사고로 가득한 논술답안의 제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논술 수험생들은 약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식적인 내용에 항상 ‘태클’을 걸어 자기만의 의견을 제시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고추가 든 매운 음식이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고 있다. 현재 고추 섭취와 암 발생의 관련성은 한국인들에게는 상식적인 생각으로 통한다. 그러나 논술 수험생이 이 상식에 자신만의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을까? ‘내 생각은 달라’라는 도전장을 내보자. 먼저 자신만의 관점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논리를 발굴해 보강해야 한다. 즉, 인터넷 등에서 고추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등을 조사해본다. 그 결과 오히려 그 나라들이 위암 발생률이 더 낮음을 확인하고, 나아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캅사이신’은 오히려 암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음을 알게 된다. 논술 수험생들은 이처럼 생각을 뒤집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을 얻을 수 있다.

    논술 수험생들은 상식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통합논술에서는 창의적인 견해가 중요하다. 사례를 들어보자. 생태계의 재앙으로 불릴 정도로 번성했던 황소개구리가 점차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학생들은 생태계의 위기를 느낀 사람들이 황소개구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 근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접 나서 홍보한 ‘황소개구리 사냥’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창의적인 답변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하지만 자연의 ‘보이지 않는 손’이 더 크게 작용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근친교배’에 있다”고 말했다. 심 박사의 말은 작은 저수지에 사는 황소개구리는 가까운 혈연끼리만 짝짓기를 계속해 유전자 구조가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황소개구리가 농약, 환경호르몬, 수질 오염 물질 등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높은 창의적인 의견임이 틀림없다.

    논술 수험생들이여, 상식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보자.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구체적인 논거를 확보해 주장을 강화해보자. 그 결과 논술 수험생들도 ‘사치품에서 긍정적 의미를, 매운 고추에서 암 예방을, 황소개구리 감소에서 자연의 원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창의력이 고득점으로 이끌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