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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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방패 대신 창검 들고 필살기

이창호 9단(백) : 이세돌 9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7-29 1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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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부처, 방패 대신 창검 들고 필살기

    장면도.

    이세돌 9단의 바둑은 ‘전류(電流)’와 같다. 날카롭기가 비수 같으며, 빠르기가 바람 같고, 자유자재로운 운신이 구름 같다. 일단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대신 엷다. 이 엷음을 강렬한 공격과 섬광 같은 독수(毒手)로 커버한다. 영락없는 장창(長槍)이다.

    이창호 9단은 황금방패다. 스승 조훈현 9단 등의 ‘전류’들을 강태공 같은 느릿함과 기다림으로 제압하며 10년 세도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을 위시한 최철한 8단 같은 전천후 공격수들에게 이창호 ‘전가의 보도’가 점차 먹혀들지 않고 있다. 끝내기에서 곧잘 뒤집어지기까지 한다.

    우리 나이 서른 살. 이창호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어리고 팔팔한 후배기사들을 상대로 장기전을 마냥 도모할 수도 없다. 도전1국에서도 이창호 9단은 좋은 바둑을 한발 두발 물러서며 끝내기로 승부하려다 낭패를 보았다. 그러자 2국에서는 방패를 버리고 창을 들고 나왔다.

    돌부처, 방패 대신 창검 들고 필살기

    실전진행도.

    흑1로 버텼다. 이세돌식 강수다. 하중앙 흑대마를 돌보는 게 보통이겠지만 그런 밋밋한 수는 이세돌 사전에 없다. 흑1로써 불안한 아래위의 두 대마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다. 이 대목에서, 이창호 9단은 공격 나발을 절대 불지 않을 것으로 다들 내다보았다. 좌변에 적당히 말뚝을 치며 위협 사격만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백4·6으로 단호히 칼을 빼들었다. 백10의 파호도 이창호 9단의 바둑에서 보기 힘든 필살기다.

    막상 백이 잡겠다고 덤비자 다급해진 흑은 1 이하로 안간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었다. 흑13 때 백이 계속해서 15에 이어 끝장을 보고자 하는 건 흑A~백D까지 교환한 다음 흑E로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수가 골치 아프다. 물론 이렇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때쯤 슬며시 살려주며 백14·18로 좌변을 건설, 이창호 초식으로 돌아서 대세를 결정해버린다. 184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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