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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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혈액 유출’ 발표는 복지부의 물타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7-29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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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염 혈액 유출’ 발표는 복지부의 물타기?

    부적격, 오염 혈액 유출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의 에이즈와 간염 감염 혈액 대량 유출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배경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검찰 수사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복지부는 7월22일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시중에 유통이 금지된 에이즈, 간염 오염 혈액 1205건이 적십자 직원들의 실수로 수혈용과 혈액제제 원료로 공급됐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에이즈 양성 혈액이 유출된 경우는 47건으로, 실제 수혈에 사용된 혈액은 2건, 혈액제제의 원료로 사용된 혈액은 3건이다. 간염 감염 혈액 중 수혈용으로 공급된 경우는 205건, 약품 원료용으로 출고된 경우가 480건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오염 혈액이 흘러나가 실제 환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얼버무렸다.

    더욱이 복지부는 적십자사의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한편, 자신들의 관리 감독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자 문책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현재 건강관련 시민단체와 수혈 감염 피해자들의 고소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 적십자사에 대한 혈액관리·감독 부실과 수혈 사고 은폐 의혹 등의 혐의에 대해 복지부 장관과 해당 직원들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상태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계속된 ‘주간동아’의 ‘에이즈와 간염 오염 혈액 시중 유출’ 특종보도 시리즈와 시민단체의 항의에도 ‘오염, 부적격 혈액’의 시중 유통 실태조사를 거부해왔다. 오히려 복지부는 감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인 적십자사 혈액원에 자체 조사를 맡김으로써 ‘도둑에게 절도 혐의 수사를 맡겼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적십자사가 올 3월 발표한 결론이 2000년에서 2004년까지 수혈로 인한 감염자가 에이즈는 없고 간염 감염자만 8명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쉬쉬하며 숨겨오다 결과 자료를 입수한 주간동아의 보도(424호)가 있자 급하게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지난 6월14일부터 12일간 학계(진단검사의학회)와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전격 결과를 발표한 것. 내용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새 제도를 도입해 일부 잘못된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적십자사를 검찰에 고발했던 고소인들은 당장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소인 중 한 관계자는 “검찰이 김화중 전 복지부 장관과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뿐 아니라 복지부와 적십자사 임직원 20여명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자 미리 조사결과를 발표해 검찰 수사를 김빠지게 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를 앞두고 검찰과 복지부가 ‘서로 눈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적십자사의 내부 제보자들은 “검찰이 김근태 의원의 복지부 장관 임명 이후 수사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적십자사를 압수 수색하겠다고 해 수색 대상과 자료를 일일이 가르쳐줬는데 복지부의 조사와 함께 없던 일이 돼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복지부의 발표 후 검찰 주변에서는 오염 혈액 유출과 관련 적십자사 직원 일부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상태다.

    한편 이번 조사를 맡은 진단검사의학회는 평소 적십자사에 정책적 조언을 했던 단체이며, 적십자사 소속 의사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의사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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