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명 국회의원에 대한 세세한 정보와 성향을 정리해 놓은 동아일보사의 ‘국회의원 인물사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7대 국회의 특징이라면 기성 정치인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싶을 정도로 새 얼굴이 많다는 점. 전체 299명 가운데 초선의원이 무려 62%에 달하는 187명이며, 또한 시국사범과 노동운동가 출신 비율은 20%인 60여명에 이른다. 가히 제헌의회에 비견될 만한 혁신적인 세대교체였던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아직까지도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경력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신문 스크랩이나 의원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고 있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가 없어 아쉽다”고 토로한다.
무엇보다 국내 정치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검찰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특히 지난 4·15총선 직후 선거법 위반 등 정치권 관련 위법 사항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공안부로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극심한 정보 갈증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은 이에 따라 동아일보사가 펴낸 ‘인물사전’을 단체로 사 검찰총장 이하 각부 부장들과 공안부에 배포하기도 했다. 대검 안창호 공안기획관은 “현장 정치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여 쓴 때문인지 공정성과 객관성이 높다”며 “일선 공안부 검사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한 공안부 검사는 “특히 초선 국회의원의 경우 그들에 대한 최초의 논평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지켜봤으며 인물 촌평 부분은 암기할 정도로 숙독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물사전’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출간돼 곧바로 2쇄를 발행했고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편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한 직후에도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엘리트 그룹에 대한 인물사전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매일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동시에 출간해 자웅을 겨룬 바 있다. 권부에 새 인물이 많아질수록 인물사전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