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노조연맹 노조원들이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시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까르푸 15차례 협상에도 해결 기미 없어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이하 서비스노조연맹) 이상규 정책국장의 말이다. “주말이면 더 바빠지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에게 주5일제 실시는 노동 강도 강화, 불안정한 휴식,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임금 삭감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파견사원, 주부사원, 아르바이트 청소년,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유난히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도소매음식숙박업, 즉 민간서비스산업은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산업군이기도 하다. 민간서비스 업종 근로 조건의 특징은 주말 휴무가 없고, 교대 근무를 하며, 임금에서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소비자 편익을 명분으로 다양한 행사•변형 근로 등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 유통업체의 상황이 가장 열악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연중무휴 영업을 하고 있다. 손님도 주말에 더 많이 몰린다. 때문에 주5일제 실시 전, 직원들은 일요일 대신 평일 중 하루를 대체 휴무하고 토요일은 전원이 4시간을 ‘추가’ 근무하는 형태로 일해왔다. 이 추가 근무는 사실상의 ‘정규 근무 시간’인 만큼 그에 대한 수당은 ‘고정급’으로 인식돼왔다. 그런데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이 수당의 지급 여부가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은 “토요 연장근무가 없어졌으니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나, 근로자 측은 “사실상 급여 개념인 만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서비스노조연맹 김형근 위원장은 “말이 수당이지 그 돈은 월급 개념에 가깝다. 상여금, 퇴직금 정산 때도 모두 포함되는 돈이다. 주5일제 실시의 핵심 요건은 ‘노동조건 저하 없는 근무시간 단축’ 아닌가. 그런데 주5일제가 됐으니 수당을 못 주겠다고 하면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느냐”고 반문했다. 이렇다 보니 각 백화점, 할인점은 요즘 수당과 연장근무 시간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현대백화점은 그중 협상이 가장 ‘잘된’ 경우로 꼽힌다. 근무시간은 주5일제, 즉 주당 40시간으로 줄이면서 이전 토요 연장근무 수당을 기본급화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대형 할인매장의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내기 힘들다.롯데미도파노조원들이 정기휴점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6월 주5일제 근무를 이슈로 쟁의를 한 현대백화점노조원들.
전국에 직영점만 204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피자헛의 직원 수는 6300여명에 이른다. 이중 1300여명만이 정규직이다. 한국피자헛 이유한 노조위원장은 “한 매장에 정규직원 수는 4~8명에 불과하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근태가 불규칙하고 정규직 수가 적다 보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휴일에도 언제 호출이 있을지 몰라 늘 휴대전화를 켜놓아야 하고, 쉬는 요일도 들쭉날쭉하다. 한마디로 휴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쉬는 날도 불러내기 일쑤 ‘무늬만 주5일’
6월 주5일제 근무를 이슈로 쟁의를 한 현대백화점노조원들.
예를 들어 주5일 근무라 해놓고 어떤 때는 두 주 내리 일하게 스케줄을 짠 뒤 제멋대로 나흘을 몰아서 쉬게 하면 누가 견뎌내겠나. 게다가 우리는 하루 종일 몸 놀려 일하는 육체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서비스노조연맹은 ‘영업시간 제한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근 위원장은 “대형 유통서비스업의 영업시간을 제한해 노동자에게는 쉴 시간을, 고객에겐 서비스의 질 보장을, 재래시장에는 활성화의 기회를, 자본에는 공정한 경쟁조건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영업, 연중무휴, 사계절 행사’가 일상이 된 우리 민간서비스업계에도 ‘휴식의 날’은 올 것인가. “주 1회 정기 휴점이 있던 시절이 그립다”는 한 백화점 베테랑 판매사원의 넋두리가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