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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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눈으로 본 대중문화의 본질

  • 입력2004-10-22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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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눈으로 본 대중문화의 본질
    연예인들의 마약 문제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대중예술은 뽕 기운의 예술”이라고 불온한 발언을 한 학자가 있다. 경기대 박성봉 교수(다중매체영상학부). 그는 대중문화비평서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일빛)에서 “대중예술은 대체로 문화적(상업적이 아니라) 힘겨루기에서 밀려 변두리로 내쫓긴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힘겨루기에서 밀린 그들을 특징짓는 무언가 문화적으로 저급하고 통속적인 기운을 상정한다. 그것을 나는 ‘뽕의 기운’이라 부른다”고 적고 있다.

    그가 미학적 분석을 시도한 대중예술에는 로큰롤과 샹송, 트로트와 엔카, 재즈, 삼바, 보사노바, 레게, 탱고가 있다. 물론 문학, 영화, TV, 만화도 포함된다. 박교수는 우리에게 대중예술에 대한 시각을 ‘차원 이동’하라고 제안한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의 이중성에 대한 틀을 깨뜨리면 대중예술에도 아름다움과 감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의 예술’은 대중예술을 위한 적극적인 변론이다. 김용석의 ‘깊이와 넓이 4막16장’(휴머니스트)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문화 텍스트에 철학적 접근을 한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에서 우리는 섞임과 혼합의 21세기 문화 텍스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빠름의 광기에 저항하는 느림의 기만을 간파해야 한다. 이처럼 ‘깊이와 넓이 4막16장’은 문화의 범주를 일상으로 확대했다.

    이택광의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이후)는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한국문화를 바라본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을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에 국한할 이유는 없다. ‘아버지의 이미지’도 황수정의 마약과 정양, 김성주의 누드도 모두 환상이다. 그는 환상을 환상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도착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한국의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에 칼을 댄다. 세 책 모두 대중문화 혹은 일상을 분석의 텍스트로 삼고 있지만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제목의 야들야들함에 비하면 내용은 전문적이다. 이쯤 해서 세 저자의 공통점을 알아볼까. 그들은 모두 철학박사다. 각각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의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철학의 임무가 현실에 갇힌 대중을 미몽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면, 세 명의 철학자는 그 역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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