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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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요’아가씨들 “순이 사이트로 2차 가요”

술집 업주 등이 만든 구인·구직의 장 … 고단한 삶의 애환과 분노의 글 게시판에 가득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22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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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요’아가씨들 “순이 사이트로 2차 가요”
    인터넷을 통한 구인·구직이 활성화되면서 사이버 공간에 술집 아가씨 전문 구인· 구직 사이트인 속칭‘순이 사이트’까지 생겼다.‘순이’는 술집 아가씨들이 자신들을 지칭해 부르는 은어.

    칵테일바에서 일하는 순이는 ‘빠순이’, 다방에서 일하는 순이는 ‘오봉순이’ 등으로 불린다. 사이트 안에서 아가씨들은 서로 ‘순이 언니, 동생, 동기’로 통한다. 기준은 경력이 아니라 나이다.

    순이 사이트의 시조는 여성전문 포털사이트의 자유 게시판. 이곳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구인· 구직이 사이트측의 무단삭제 등 ‘방해’가 잇따르자 인터넷에 밝은 술집 업주들이 직접 사이트 제작에 나선 것이다. 현재 가동중인 5개 사이트 중 술집 업주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3개이고, 나머지는 순수한 ‘순이 네티즌’이 운영한다.

    이들 사이트가 직업소개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소개 수수료가 전혀 없다는 점. 자신의 경력과 외모를 스스로 밝히고 몸값을 제시해 구인 업소와 마음이 맞으면 그 업소로 간다. 대부분 순이들은 몸값을 비싸게 받기 위해 여러 구인업체와 접촉하고 사이트 내 ‘순이의 BBS’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예를 들면 ‘뺑끼(손님에게 합석 거부당하는 것) 당할까 걱정되는데 어떻게…’‘2차(인터넷상에서는 +@로 통한다) 강요하지 않는 곳이 어디 없나요?’와 같은 게 바로 그것. 이런 질문이 올라오면 수많은 고참 순이들이 ‘굴비’(리플)를 달아 각종 정보를 알려 준다. ‘뺑끼 무서워하면 수니 생활 그만둬’ ‘××가게는 +@ 절대 없다. 그러고는 마이낑 빨리 달라고 협박해 2차를 강요한다’ 등….



    ‘나가요’아가씨들 “순이 사이트로 2차 가요”
    사이트 내 순이의 게시판에는 아가씨 생활의 고단함과 애환이 그대로 묻어난다. 현재 가동중인 순이 사이트 중 가장 인기 있는 www.service×××. co.kr의 게시판에는 순이 언니, 동생들이 겪은 소설 같은 이야기가 그대로 올라와 있다. ‘지민’이란 순이 네티즌이 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죄가 이렇게 크다니’는 우리 시대 한 직업여성이 거쳐온 고난기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16세 때 가출해 ‘1종’(카페, 노래방, 바)을 거쳐 ‘2종’(단란주점), ‘3종’(룸살롱)까지 오게 된 인생 편력과 빚에 찌든 생활, 몇 번의 자살 시도, 그리고 막 스무 살이 된 지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 가게 입간판에 목 매달고 싶다는 이야기 등. 사연 중에는 자신이 술 팔고 몸 팔아 번 돈으로 교회 십일조를 내고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내용도 있다.

    순이 사이트 게시판에 나타난 순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마이낑. 부자가 되고 싶어 술 먹고 몸 팔지만 사치스런 생활 때문에 빚만 늘어간다는 한탄이 주류를 이룬다. 이중에는 돈을 모아 카페 주인이 된 성공담도 있다. 카페 주인이 되는 것은 모든 순이 네티즌들의 궁극적 목표이자 꿈이다.

    게시판의 하이라이트는 주인의 횡포와 짓궂은 손님에 대한 순이들의 비난과 욕설. “정말 억울해서, 몸도 아프고 해서 나가기 싫은 2차를 억지로 나갔는데…. 오늘 출근했더니 손님이 지갑에서 20만원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실장은 날 두둔하기는커녕 그놈 편만 드는 거예요. 뺑끼날까 무서워 아침까지 있어줬더니, 그것도 맞으면서 있었는데 도둑으로 몰다니 나쁜 ××. 우리 순이들을 이해해야 할 사람이 더 무시하는 것 같아요.”(딸기공주)

    하지만 순이 사이트의 가장 큰 문제는 미성년자들이 이곳을 통해 술집 세계에 첫발을 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6세, 18세 가출 소녀들의 구직 사연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 것.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윤락이나 미성년자 취업의 증거를 잡을 수 없어 사이트에 대한 단속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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