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는 모처럼 스타 군단이 총출동한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중이다.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제목도 오션과 11명의 친구들이다. 야호, 11명씩이나! 나는 만사 제쳐놓고 이 영화를 개봉일에 봤다. 하지만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역시 스타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스토리가 약해”였다. 그리고 다른 몇 편의 영화를 떠올렸다. ‘위대한 탈출’ ‘황야의 7인’ ‘타워링’… 공교롭게도 모두 옛날 영화들이다. 그중에서도 ‘위대한 탈출’은 잊을 수 없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때 단골로 TV에서 방영해 준 ‘그때 그 영화’. 스티브 매퀸(사진), 찰슨 브론슨, 제임스 코번, 제임스 가너, 리처드 아텐보러…. 60, 70년대를 풍미했던 그 이름도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이 다 모였다. 영화는 2차 대전중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힌 미국인 포로(아마 리처드 아텐보러만 영국군 장교였을 것이다)들이 벌이는 대탈출을 그렸다. 스티브 매퀸은 아이디어 뱅크, 찰슨 브론슨은 땅굴파기의 귀재, 리처드 아텐보러는 총지휘자로서 각각의 능력을 발휘, 역사상 기록에 남을 대탈출을 시도한다. 이 스타들, 아니 포로들이 독일군을 멋지게 따돌리고 탈출하는 클라이맥스는 긴장감 100%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스타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각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 팀워크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단결은 단지 탈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위해 충실히 복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순간, 일개 관객인 내가 마치 영화감독이 되어 스타들을 ‘내 맘대로’ 조종한다는 착각에 빠졌다. 어릴 적부터 스타 중독증이 심했던 나는 늘 스타를 동경하면서도 그들의 아우라(분위기)에 기죽곤 했다. 하지만 ‘위대한 탈출’을 볼 때만큼은 내가 그들을 지배하는 야전사령관이 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건 과히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