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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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악행’ 속속들이 파 헤쳤죠”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입력2007-02-22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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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근리 사건 참상이 AP통신 기자에 의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한탄했다. “도대체 우리 언론은 뭘하고 있었는가”라고. 그러나 노근리는 결코 AP가 단독 발굴한 사건이 아니다. 이미 94년, 이 사건은 월간 ‘말’지에 원고지 100매 분량으로 기사화된 적이 있었다.

    당시 기사를 쓴 주인공은 최근 ‘노근리 그 후’(월간 ‘말’ 펴냄)를 펴낸 오연호씨(35). 지금도 말지의 취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건은 말지에 두 번 기사화된 것을 비롯, 몇차례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는데도 외국 유수 언론이 주목했다는 이유로 이제야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언론의 사대주의라고 할까요. 결국 노근리의 해방은 ‘외세에 의해’ 이루어진 셈입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노근리 진상의 거의 전부가 94년 자신이 쓴 기사에 이미 상세히 담았던 내용이지 만, ‘민간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발사를 명령했다’는 문서를 확인하고 당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병사의 증언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AP 측은 이 사건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게 오씨의 평이다.

    86년 연세대 총학생회 교육부장이었던 오씨는 중고생들에게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주인공. 그 중에서도 특히 “6·25 때 미군은 무수한 우리 동포를 죽였다”는 내용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1년간 옥살이를 했다. 88년 말지 기자가 된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미군이 한반도에서 행한 ‘악행’을 추적해 기사화했고 그렇게 10년간 그가 취재한 내용은 이번에 펴낸 책에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그가 ‘반미 기자’에서 ‘반미와 친미를 능숙히 배합하길 원하는 기자’로 바뀐 것은 미국연수를 통해서였다고.

    “현지에서 보고 배우며 미국이 지닌 ‘두 개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행을 저지른 장본인으로서의 ‘나쁜’ 얼굴 이면에,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보상을 하는 ‘선한’ 얼굴이 있었죠. 미국은 바로 그같은 ‘두 개의 얼굴’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하는 나라입니다.” 그의 화두는 여전히 ‘미국’이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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