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에서 열린 제80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고부 16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이 수립됐다. 인천선발팀이 10년만에 종전 기록을 1초40이나 앞당긴 것이다. 육상계로선 대단한 경사였다.
더욱이 신기록을 작성한 계주팀에 한민희 한선희라는 쌍둥이 자매가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도 쌍둥이 육상유망주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육상이나 수영 등 개인종목에서 쌍둥이가 모두 선수로 나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쌍둥이 선수, 혹 은 얼굴이 쏙 빼닮은 형제선수에 얽힌 일화는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얼굴이 닮은 형제가 마라톤경주에서 교대로 뛰다 뒤늦게 탄로난 일이 최근 있었다.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90km 마라톤대회에서 서지오(21)라는 선수가 9위로 골인했다. 그는 600파운드의 상금과 입상트로피를 받았다. 그러나 한 선수가 서지오의 수상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주 내내 서지오가 자기를 앞지른 적이 없었는데 자기보다 순위가 높다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심판부가 조사에 나섰으나 특별한 부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한 신문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다. ‘빌드’라는 신문은 마라톤대회에서 노란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는 서지오의 사진 옆에 분홍색 손목시계를 왼손에 차고 달리는 또다른 서지오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서지오는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금이 탐이 나서 자신을 쏙 빼닮은 동생 아놀드(19)에게 똑같은 유니폼을 입혀 구간을 나눠 뛰었다는 것이다.
입상은 취소됐고 트로피는 회수됐다. 그러나 상금은 이미 다 써버린 뒤였다.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육상 여자 1600m 계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결승에 오른 푸에르토리코가 경기 직전 출전을 갑자기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동료 중에 부상선수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꼴찌가 겁나서도 아니었다. 자기팀이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결승에 진출하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안 코치가 내린 결정이었다.
푸에르토리코 계주팀의 2번 주자는 멀리뛰기에도 출전한 마렐린 헤수스였다. 그녀는 계주 예선전에 앞서 열린 멀리뛰기경기에서 다리를 다쳤다. 실력 발휘는 고사하고 완주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그녀는 혼자 고심하다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 쌍둥이 여동생 마가레트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동생은 언니보다는 못했지만 달리기에 꽤 소질이 있었다.
마렐린은 동생에게 자기 대신 국가대표로 계주 예선에 출전해 달라고 사정했다. 몇차례 거절하다 마가레트는 결국 언니의 청을 받아들여 2번주자로 뛰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푸에르토리코는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함께 뛴 선수들과 코치마저 감쪽같이 속았다.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 코치는 우연히 그 일을 알게 됐다. 코치는 국가의 명예와 스포츠맨십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