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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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병’ 심장질환

협심증 심근경색 등 겨울철에 많이 발병

  •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입력2007-02-22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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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병’ 심장질환
    얼마 전 탤런트 강남길씨가 협심증으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강씨는 평소 건강체질로 보여 그가 협심증에 걸렸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협심증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협심증이나 관상동맥질환 등 허혈성 심장질환들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잘 알 수 없고 정밀검사를 통해서만 발견된다. 그래서 ‘침묵의 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기는 메커니즘은 뭘까.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도 스스로 영양공급을 받아야 하는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심장에는 자체적으로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있는데, 이를 관상동맥이라 한다. 오래된 수도관이 녹슬면 내부가 좁아지고 결국 물이 나오지 않게 되는 것처럼, 관상동맥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관상동맥이 좁아진다. 여기에 혈관수축(경련), 혈전형성 등이 겹치면 심장근육에 산소나 영양분이 잘 공급되지 못해 심장근육이 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철에 허혈성심장질환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갑작스런 기온 강하로 전신혈관의 수축이 일어나 관상동맥 혈류저항과 확장기말 심실내압이 증가해 관상동맥내의 원활한 피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심장근육의 운동변화량에 따른 상대적 수요-공급량이 맞지 않게 되면 가슴이 아픈 증상인 흉통이 생기는데, 이를 협심증이라 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정도가 70%를 넘게 되면 환자 대부분이 운동할 때나 흥분했을 때 흉통을 느끼게 된다. 환자들은 “무거운 것에 눌리는 것 같다”거나 “가슴이 벌어지는 것 같다” “뽀개지는 듯하다”는 등으로 증상을 표현하며,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통증이 턱 밑이나 왼팔의 안쪽, 등과 어깨 등으로 퍼지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소화불량과 같은 오심(惡心), 구토 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심장근육의 수축력이 급격히 약해져 식은 땀을 흘리며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급사할 수도 있다. 대개 흉통은 휴식을 취하면 5~10분내에 저절로 가라앉는데, 20~30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위험하므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정기검진 등을 통해 발견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협심증은 심인성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가 혈관 내부로 터지면서 급성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혈관을 순간적으로 막아버리는 경우다. 관상동맥이 갑자기 폐쇄되어 심장근육의 일부 혹은 전부가 죽게 되는 상태를 급성 심근경색이라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운동부하 검사가 필수적이다. 심전도 전극을 몸에 붙인 상태로 운동을 하거나 약물을 투약하면서 증상과 혈압, 심전도 변화, 심장의 혈액공급 기능변화 등을 종합해 검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진단법은 관상동맥 상태를 직접 촬영하는 것. 이를 관상동맥조영술이라 한다. 서혜부나 손목의 동맥을 통해 가는 도관을 관상동맥까지 보내 조영제를 분사하면서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 여부와 그 정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함으로써 진단한다.

    “40대 아저씨들 급사 조심하세요”

    심장병 없어도 급사 잦아 … 90%가 남자


    사람이 죽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가 심장마비로 인한 심인성 급사가 원인이다. 심인성 급사란 증상발작 한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급사의 이유는 심장 박동이 너무 느려져 뛰지 않거나 심실빈맥 또는 세동으로 인해 심장이 정상적인 펌프 역할을 못해 마비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실세동이 발생하면 즉시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과 전기 쇼크로 심장을 살려줘야 한다. 심실빈맥이나 세동 발생 뒤 5분 이상 지나면 설사 심장을 소생시키더라도 뇌에 허혈성 손상을 가져와 ‘식물인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연세의료원 심장혈관센터가 지난 10여년간 다뤄온 급사 환자들의 임상례에 따르면 환자에게 구조적인 심장병이 없던 예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다. 서구에서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던 것과 크게 차이가 있다. 또한 서구의 경우 평균연령이 60대 중반 이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40대 중반으로 매우 젊다는 점도 특징이다. 급사 환자의 90%는 남자다.

    일단 증세를 경험한 환자는 전문가로부터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선택적으로 약물치료를 할 수 있지만 1980년대 개발된 이식형 제세동기를 시술한 경우 생존율을 높일 수 있어 최근 널리 시행되고 있다. 아직은 제세동기 자체가 비싸 대중화가 어렵지만 앞으로 많은 시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40대 이후 성인은 평소 건강진단을 통해 심장질환 유무를 유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집안에 원인을 모르는 심인성 급사가 많고, 심전도상 이상이 있는 경우는 적극적 예방치료를 통해 급사를 막아야 할 것이다.

    김성순/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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