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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싼 가격의 항공권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운 뒤 항공권을 찾으면 비싼 가격의 항공권만 검색되거든요. 몇몇 가격비교 사이트를 전전하면서 날짜를 하루 이틀 바꿔봐도 뾰족한 수가 없으니 비싼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이트마다, 여행사마다 같은 항공권을 조금씩 다른 가격에 팔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겠지만, 싼 가격의 항공권이 있는데도 검색하지 못해 사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다시 부산 출발 항공권입니다. 부산에는 미국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항공권이 비싼 직항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1회 경유 항공권의 경쟁이라면, 직항 노선이 없는 부산 출발은 비싼 1회 경유 항공권과 그보다 싼 2회 이상 경유 항공권의 경쟁이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비싼 1회 경유 항공권과 어쩌다 검색된, 싸지 않은 2회 이상 경유 항공권의 경쟁입니다. 싸고 좋은 항공권이 있어도 못 찾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고, 바꿔 말하면 부산 출발로도 상당수 미국 도시를 50만~60만 원대에 왕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극소수 도시만 싼 부산 출발, 미국 왕복 항공권
❶ 구글플라이트에서 부산 출발로 미국 도시별 최저가 왕복 항공권 가격을 살펴봅니다. 로스앤젤레스가 49만 원으로 꽤 싼 반면, 대다수 도시는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입니다.
❷ 사실 로스앤젤레스는 더 싼 항공권이 존재합니다. 중국남방항공의 선양 1회 경유 항공권이 왕복 41만 원입니다. 1회 경유라 어렵지 않게 싼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었던 겁니다.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하면 싼 가격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뉴욕도 최저가가 75만 원으로 표시돼 있네요.
❸ 스카이스캐너에서 뉴욕 항공권을 검색해봅니다. 12월 출발로 가장 싼 항공권을 찾기 위해 최저가 달력을 띄워봅니다.
❹ 부산 출발 날짜는 12월 3일이 가장 싸고, 뉴욕에서 돌아오는 날짜는 12월 8일이 가장 저렴해 54만 원입니다. 물론 이 가격은 최근 8일 내 검색 결과일 뿐입니다. 그동안 가격이 달라졌을 개연성이 꽤 있습니다.
❺ 실시간 검색을 해보니 54만 원은 보이지 않고 76만 원이 최저가입니다. 1회 경유이기는 한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일본 도쿄에서 공항 이동(하네다국제공항에서 나리타국제공항으로)도 해야 합니다. 살 만한 항공권이 아닌 거죠.
참고로 공항 이동이 있는 경우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아 위탁수하물을 찾아서 가야 합니다. 또한 항공사가 교통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항 간 이동하는 교통편도 스스로 알아보고 돈도 따로 내야 합니다. 매우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항공권인 셈입니다. 시내 관광이나 숙박 등을 위해 공항을 벗어날 계획이 있다면 모를까, 공항 이동이 포함된 항공권은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건 운이 좀 없는 경우입니다. 날짜만 잘 고르면 스카이스캐너에서는 몇몇 날짜에서 50만 원대 중후반에 1회 경유 부산-뉴욕 왕복 항공권을 찾을 수 있거든요.
결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몇몇 대도시 위주로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는데요. 이런 도시들은 모두 1회 경유로 갈 수 있으니, 1회 경유 항공권이 싼 가격의 주인공인 셈입니다. 반대로 1회 경유로 갈 수 없는 도시는 여지없이 가격이 비쌉니다. 항공권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경쟁이 결정하고, 직항이 경쟁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에 직항이 비싼 거죠. 부산 출발은 직항이 없으니 1회 경유가 직항과 비슷하다 볼 수 있고, 2회 경유에 비해 비싼 게 당연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부산 출발, 키웨스트 왕복 항공권
❻ 키웨스트는 플로리다키스제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섬입니다. 미국에서도 쉽게 가기 어려울 듯한 곳을 골라봤습니다. 키웨스트로 가는 항공권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가격비교 서비스 카약에서 제공하는 탐색도구 ‘익스플로어(Explore)’에서 살펴봅니다. 카약 Explore에서는 출발 날짜와 기간에 관계없이 목적지별로 최저가 왕복 항공권 가격을 지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가격들은 최근 카약에서 검색된 결과일 뿐입니다. 키웨스트에는 11/22(금)~29(금) 일정에 13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군요. 키웨스트를 왕복하는 항공권이 검색된 날짜 중에는 11/22(금)~29(금) 일정이 가장 싸고 가격은 130만 원이라는 겁니다. 만약 다른 날짜에 가고 싶다면 별수 없습니다. 그냥 검색해보는 수밖에요. 그래도 카약 Explore에서는 최저가 기대치를 얼마쯤으로 잡아야 하는지 감이 와 그 나름 유용합니다.
❼ 2020년 2월에 키웨스트를 가고 싶다고 가정해보죠. 스카이스캐너에서 최저가 달력을 띄워보니 어떤 날짜에도 가격이 없습니다. 최근 8일간 아무도 부산에서 키웨스트로 가는 항공권을 스카이스캐너에서 검색하지 않은 겁니다. 그럼 할 수 없죠. 그냥 검색해봐야죠. 카약에서 최저가였던 일정이 금요일 출발이었으니 같은 금요일에 출발해 1주일 일정으로 검색해봅니다. 3회 경유에 30시간 넘게 걸리는 여정으로 최저가 174만 원입니다. 일단 3회 경유도 무시무시한데 가격도 너무 비쌉니다. 이건 그냥 스킵해야죠.
❽ 그럼 서울 출발은 어떨까요. 부산 출발로 검색했다 비싸면 서울 출발로 검색해보는 것은 대다수가 선택하는 차선책이죠. KTX나 리무진을 타고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것은 예측 가능한 비용과 시간만 들이면 되는 일이니까요. 부산 출발 검색과 같은 날짜인 2020년 2/14(금)~21(금) 일정으로 약 50만 원 싼 127만 원이네요. 스케줄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127만 원이라는 가격은 그럭저럭 희망을 줍니다.
❾ 키웨스트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마이애미가 있습니다. 부산을 서울로 바꾼 것처럼 키웨스트도 마이애미로 바꿔 검색하면 더 싼 항공권이 나올 개연성이 꽤 높거든요. 부산-서울 구간을 KTX나 리무진으로 해결하듯이, 키웨스트-마이애미 구간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역시 같은 2020년 2/14(금)~21(금) 일정으로 98만 원에 스케줄까지 그럭저럭 괜찮은 항공권이 검색됩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더 해본다면 다른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하루 이틀 날짜를 바꿔가며 찾아보는 것 정도죠.
❿ 그런데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63만 원이면 부산에서 키웨스트를 왕복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싸지만 별도의 부산-서울 이동과 키웨스트-마이애미 이동도 필요 없죠. 단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쉽게 검색되지 않아 그 존재를 몰랐을 뿐입니다. 이 항공권은 길을 알려주려고 일부러 다구간 검색이 가능하도록 해놓았습니다. ‘부산 → 키웨스트’를 ‘부산 → 상하이’와 ‘상하이 → 키웨스트’로 나눈 것으로, 강제로 상하이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검색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한 가지 단점은 경유 스케줄인데요. 상하이와 미국 내 경유지인 뉴욕(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EWR))에서 긴 대기 시간이 단점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경유지에 머무는 시간을 조정해 경유지도 여행하는 겁니다.
⓫ 출국 여정에서 상하이와 뉴욕에 머무는 시간을 일부러 더 길게 잡은 항공권입니다. 단순 경유에서 잠깐이라도 경유지를 여행할 수 있는 여정으로 바꾼 거죠. 귀국 여정은 마이애미에서 출발합니다. 마이애미가 훨씬 큰 도시라 그런지 연결 스케줄이 괜찮습니다. 여정의 끝에는 다시 상하이에 며칠 머물다 돌아옵니다. 참고로 이 항공권은 출국 여정과 귀국 여정 모두 상하이에 무비자로 갈 수 있습니다.
제3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중국을 경유하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합니다. 지역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상하이는 144시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144시간 비자 면제는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여정에서 144시간 비자 면제가 적용되는 지역을 경유할 때, 이 지역 외에 중국 내 다른 곳을 경유하지 않고 해당 지역 체류 기간이 144시간 이내(엄밀하게는 도착일 자정부터 144시간 이내)인 경우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는 조건입니다.
부산 출발, 미국 중소도시 왕복 항공권
⓬ 키웨스트는 플로리다키스제도 서쪽 끝에 위치해 쿠바 아바나를 마주 보고 있는 섬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산호초의 바다를 달리는 US-1번 국도로 플로리다 반도와 연결되는데,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오버시스 하이웨이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⓭ 로스앤젤레스 북쪽 샌타바버라와 남쪽 팜스프링스를 다른 여정으로 다녀오는 항공권입니다. 샌타바버라나 팜스프링스 모두 작은 도시지만 싼 가격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그 주변 상당수 도시는 유사한 여정으로 최저가 53만 원가량의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⓮ 보스턴 인, 스탬퍼드 아웃 항공권입니다. 보스턴과 그 주변 도시들도 유사한 여정으로 검색하면 57만 원쯤인 최저가 항공권을 찾을 수 있습니다.
⓯ ⓰ 스탬퍼드는 뉴욕에서 약 50마일 떨어진 코네티컷주의 도시로,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 내 ‘최고 부자’ 동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탬퍼드에서 아웃해 뉴욕을 경유한 뒤 상하이로 가는데, 스탬퍼드 → 뉴욕 구간은 기차(암트랙)를 탑승합니다. 뉴욕에서 출발하기 하루 전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가는 스케줄로, 결국 뉴욕에서 아웃하는 항공권인 셈입니다. 이렇게 항공권에 기차가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대부분 검색하지 못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