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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오버하면 항공권이 싸진다
에티하드 서울-모스크바-서울 80만 원 - 구글 플라이트
에티하드항공의 러시아 모스크바 왕복 비수기 최저가는 80만 원입니다. 비수기 최저가치고는 별로 매력적인 가격이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에티하드 서울-아부다비-모스크바-서울 56만 원 - 구글 플라이트
하지만 모스크바로 가는 길 또는 모스크바에서 돌아오는 길에 경유지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면, 즉 아부다비에 스톱오버를 추가하면 마법처럼 항공권 가격이 싸집니다. 앞의 항공권과 이 항공권은 운임이 동일합니다. 아부다비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면 공항세도 추가로 더 물어야 하죠. 그런데 24만 원 이상 가격은 더 싸졌습니다. 같은 운임에 세금도 더 내는데 말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매우 복잡하게 계산되기 때문에 꽤 다양한 경우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게 왜 싸졌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모스크바에 다녀올 때 아부다비를 스톱오버하면 싸진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아부다비 스톱오버 2박 무료
참고로 에티하드항공은 2020년 7월 31일까지 아부다비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경우 고급 호텔 2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3월 31일까지였는데 넉 달 더 연장된 겁니다. 그래서인지 3월 이전 날짜에는 고급 호텔들에 이미 빈 방이 없습니다. 반면 4월 이후에는 아직도 ‘사진3’처럼 최고급 호텔에서 무료 2박을 할 수 있는 날짜가 많습니다. 조금 서두르면 더 좋은 호텔에 묵을 수 있는 거죠.
다시 항공권 이야기로 돌아와, 모스크바를 그냥 왕복하면 최저가가 80만 원인데 아부다비 고급 호텔에서 2박을 공짜로 묵으면 항공권이 24만 원 이상 싸집니다. 아부다비 스톱오버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또는 ‘도랑 치고 가재 잡고’의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런던 왕복 항공권을 20만 원 싸게 사는 방법
알리탈리아 비즈니스 서울-런던-서울 209만 원 - Matrix
이번에는 유럽을 왕복하는 비즈니스 항공권을 보겠습니다. 알리탈리아항공의 영국 런던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의 비수기 최저가는 209만 원입니다.
알리탈리아 비즈니스 서울-런던-로마-서울 189만 원 - Matrix
그런데 귀국길에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면 20만 원이나 싸집니다. 단지 런던 출발 일자를 조금 당겼을 뿐인데 말이죠. 역시 스톱오버가 부리는 마법입니다. 런던에서 귀국하는 길에 경유지인 로마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면 항공권 가격이 싸지는 겁니다. 이는 바로 런던의 비싼 공항세 때문입니다. 런던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항공권은 꽤 비싼 공항세를 물어야 합니다. 비즈니스는 더 비싸죠. 그런데 로마에 24시간 이상 체류하면 런던 출발 여정의 목적지가 서울이 아닌 로마가 됩니다.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여정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항세를 무는 거죠. 항공권이 싸지고 로마도 덤으로 여행하고. 역시 ‘꿩 먹고 알 먹고’입니다.
로마 왕복 항공권을 19만 원 싸게 사는 방법
알리탈리아 비즈니스 서울-로마-서울 204만 원 - Matrix
이번에는 로마 왕복 항공권을 싸게 사는 마법입니다. 알리탈리아항공 로마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의 비수기 최저가는 204만 원입니다.
알리탈리아 프리미엄 이코노미 서울-로마(비즈니스 런던 왕복)-서울 185만 원 - Matrix
그런데 로마에 도착한 다음 날 런던에 잠깐 다녀오면 19만 원이나 싸집니다. 그냥 비즈니스 타고 런던 잠깐 찍고 왔을 뿐인데 말이죠. 물론 비즈니스 탑승이니 로마와 런던 공항의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라운지나 비행기에서 맛있는 음식에 와인 또는 칵테일을 즐기고 오면 항공권이 싸지는 겁니다.
그뿐 아닙니다. 마일리지 적립도 더 많이 됩니다. 에티하드항공으로 적립하고 아시아나항공으로 활용하면 보너스 항공권으로 비즈니스를 타고 사이판을 왕복해도 남을 정도입니다. 이 사례가 좀 그렇기는 하네요. 로마 6일 체류인데 하루를 그렇게 쓰기는 아깝겠죠.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행자라면 좀 더 여유 있게 일정을 짜고 하루는 런던을 다녀오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이 항공권도 스톱오버의 마법이 작동합니다. 앞의 로마 왕복 항공권은 비싼 로마 운임을 사용한 것이고, 런던을 잠깐 다녀오는 항공권은 상대적으로 싼 런던 운임을 사용합니다. 원래는 목적지가 런던이고 로마는 스톱오버를 통해 덤으로 여행하는 겁니다.
에어차이나 콜롬보 왕복
에어차이나 서울-청두-콜롬보-청두-서울 37만 원 - 스카이스캐너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공사)는 서울 출발, 스리랑카 콜롬보 왕복 항공권을 가장 싸게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방법으로 검색하면 에어차이나 항공권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8’처럼 다구간 검색을 해야 겨우 보이죠. 갈 때도, 올 때도 모두 중국 청두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해야 콜롬보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경유 스케줄 때문입니다. 청두에서 경유할 때 당일 연결은 비행기를 갈아탈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촉박하거든요. 비행 스케줄상 30분 만에 갈아타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합니다. MCT(Minimum Connection Time·최소연결시간)를 확보하지 못해 당일 연결 편을 탈 수 없는 겁니다. 24시간을 초과하는 연결 편은 스톱오버가 발생하기 때문에 왕복으로는 검색되지 않는 거고요. 결국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조건으로 다구간 검색을 할 수밖에 없죠.
참고로 이 항공권을 사용하면 에어차이나가 청두에서 무료로 호텔을 제공합니다. 갈 때, 올 때 모두 조식 포함 호텔 1박 및 공항과 호텔 간 교통편도 제공합니다. 물론 청두는 144시간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 도시입니다. 중국 비자를 받을 필요 없이 청두에서 스톱오버를 즐기면 되는 거죠. 쓰촨요리를 잘하는 맛집 몇 군데만 검색해 돌고 와도 좋지 않을까요.
아메리칸항공 남미 항공권, 무제한 스톱오버 무료
아메리칸항공 서울-시카고-뉴욕-부에노스아이레스//리마-뉴올리언스-서울 64만 원 - 구글 플라이트
이번에는 남미에 가는 척 미국을 항공으로 일주하는 항공권입니다. 아메리칸항공의 서울-시카고 왕복 비수기 최저가는 84만 원입니다. 서울-뉴올리언스 왕복 비수기 최저가는 118만 원이고요. 그런데 남미를 다녀오는 길에 스톱오버하면 64만 원으로 남미(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 페루 리마 아웃)와 미국(시카고, 뉴욕, 뉴올리언스)을 일주할 수 있습니다. 조금 비싼 동남아 왕복 항공권 가격으로 말이죠. 이 정도면 아메리칸항공도 땅 파서 장사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게 가능한 이유도 스톱오버 덕분입니다. 아메리칸항공 남미 운임의 무제한 스톱오버 무료 규정을 이용해 미국 곳곳을 덤으로 여행하는 거죠.
중국동방항공 비즈니스 중국 일주 항공권
중국동방항공 비즈니스 서울-상하이-톈진-쿤밍-서울 USD 329, 38만 원 - 힙멍크
비즈니스 중국 일주 항공권입니다. 전 구간 비즈니스로 상하이, 톈진, 쿤밍을 차례로 여행하고 돌아오는 항공권이 겨우 38만 원입니다. 역시 스톱오버의 마법인데요. 가까운(가깝기에 운임이 싼) 톈진을 목적지로 하고, 더 멀리 있는(멀기에 더 비싼) 쿤밍을 스톱오버하는 항공권입니다. 대한항공 쿤밍 왕복 최저가가 이코노미로 63만 원쯤 하는데, 절반 조금 넘는 가격이면 비즈니스로 중국을 일주할 수 있는 겁니다.
스톱오버의 마법을 몇 가지 사례로 살펴봤는데요.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스톱오버 때문에 이런 마법 같은 현상이 발생하니 말이죠.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항공권의 경우 제때 팔지 않으면 팔지 못하는 이른바 썩는(?) 상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성상 항공권은 매우 복잡한 가격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복잡한 가격 체계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가가 아닌 경쟁입니다. 이 속성들이 맞물리다 보니 항공사도 예측하지 못하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다양한 사례로 발견되는 겁니다. 여행자가 굳이 그 이유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행자는 잘 검색해 싸고 좋은 항공권을 찾아 여행을 가면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