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11월 6일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제16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담근 김치 8000kg은 복지 소외 가정 800세대에 전달됐다. [사진 제공 ·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웃과 함께하는 따스한 월동 준비
1 이번 행사에는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을 비롯해 김기정 수원시의원,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가수 윤태규 등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2, 3 어머니의 마음으로 김장을 하는 데 여념없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들. [이상윤, 박해윤 기자]
이날 아침 일찍부터, 정조의 효심과 애민정신이 깃든 화성행궁 광장은 주황색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로 가득 찼다. 김장 행사로 이웃에게 온정 넘치는 선물을 전하고자 수원, 화성 등 경기지역 회원들과 러시아, 몽골, 네팔 등지에서 온 다문화가정 주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가수 이승훈, 윤태규, 배우 최예진 등 각계각층 300여 명이 모였다.
행사에 참여한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여기는 축제의 현장”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배추 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위러브유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행사를 마련해줘 매우 고맙다. 회원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버무린 김치가 이웃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러브유의 김장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온 가수 윤태규 씨는 “올해 김치는 유난히 맛있다”며 “매년 보람찬 마음으로 행사에 온다. 작은 정성이지만 어려운 이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러브유에서 김장을 배운 이후 처갓집에서 김장할 때도 맹활약하고 있다. 아내와 장모님이 매우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봉사자들은 6개 줄로 길게 설치된 탁자 위에 정갈하게 놓인 절임 배추에 김칫소를 정성껏 넣은 뒤 배추 겉잎으로 김치를 깔끔하게 감싸, 미리 준비해놓은 새 밀폐용기에 차곡차곡 담았다. 밀폐용기마다 깨끗하고 두툼한 비닐을 씌워 김치를 받는 집집마다 위생적이면서도 깔끔하게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남성 회원들은 절임 배추와 김칫소를 부지런히 나르고, 정성스럽게 담근 김치로 채워진 밀폐용기들을 차곡차곡 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장길자 회장은 다문화가정 주부에게 김장 시범을 보이고, 김치를 찢어 곁에 있는 봉사자들의 입에 넣어줬다. 갓 버무린 김치를 맛본 사람마다 활짝 웃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마다 김장을 한다는 이숙민(45·여) 씨는 “김치를 사 먹어도 봤지만 직접 담근 김치는 정성이 들어가 맛이 다르다. 그래서 오늘도 성심껏 김장했다. 김치는 단번에 먹는 게 아니라 오래 두고 먹는 음식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난다. 이웃들이 맛있게 먹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느 김장이 그렇듯, 김칫소를 버무리는 동안은 허리 펼 짬이 나지 않았다. 허리가 쑤실 법도 하건만 봉사자들은 활짝 웃으며 “다 함께 모여 김장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에 정성 듬뿍 담아
1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들이 김치를 밀폐용기에 담고 있다. 2 장길자 회장(오른쪽)이 수원시청에 김장김치 3200kg을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의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응원했다. 3 국내산 재료를 사용해 이웃을 위해 담근 김장김치 빛깔이 곱다. 4 회원에게 손수 담근 김치를 먹여주는 장길자 회장. [이상윤, 사진 제공 ·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이들은 하나같이 “김장이 고생스럽긴 해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하니까 힘이 난다. 내 가족이 1년 내내 맛있게 먹는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꾸준히 행사에 참여해왔다는 백근향(54·여) 씨는 “김치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데도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우며 깊은 맛을 낸다. 마치 내색 않는 사랑으로 가정의 화목을 일구는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다”며 “오늘 김장 행사를 통해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역시 매해 김장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영란(46·여) 씨도 “위러브유 김치는 생굴뿐 아니라 생오징어도 듬뿍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며 “위러브유 김치를 받은 이웃들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 인사를 해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완성된 김치를 열심히 실어 나르던 김재윤(21·한국폴리텍제2대) 씨는 “어려운 분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니 보람이 크다”며 “이 김치가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한 분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 단풍이 깊어져 울긋불긋하게 물든 팔달산과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한국 전통 문화인 김장을 체험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웃을 생각하는 정성 어린 손길로 김장을 하며 국내 봉사자들과 한데 어우러졌다.
한국에 온 지 16년 됐다는 러시아 다문화가정 주부 아이귤 마가디예바(39) 씨는 “김치를 정말 좋아해 오늘 행사에 초청받았을 때 설레서 잠을 못 잤을 정도”라며 “한국에 와 여러 도움을 받았다. 한국은 정과 사랑이 있는 나라다. 오늘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네팔에서 온 룹 마야 구룽(34)씨는 “한국 김치는 정말 맛있다. 네 살배기 딸도 김치를 좋아한다. 딸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김장하겠다. 오늘 행사에 참여한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번 김장 행사는 화성행궁을 찾은 외국인과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기도 했다. 특히 한쪽에는 김장의 역사, 방법, 효능 등을 상세히 설명해놓은 패널이 전시돼 있어 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나는 시민들은 “이웃을 향한 진심이 느껴져 감동스럽다”고 말했다.
2시간 가까이 구슬땀을 흘린 봉사자들은 8000kg의 김장 김치를 완성해냈다. 행사장 여기저기에서는 마지막 배추를 버무린 후 “어머니의 사랑을 나눠요!” 하고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봉사자들의 얼굴에 즐거움과 뿌듯함이 한껏 묻어났다.
16회 동안 이웃과 나눈 김장 김치, 9만4300kg
‘제16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에 참석한 위러브유 회원들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윤]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는 2003년 서울 송파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위러브유는 이후 남산골 한옥마을, 분당 중앙공원 중앙광장, 서울시청광장 등지에서 행사를 개최하며 꾸준히 희망과 사랑을 이웃들과 나눠왔다. 올해까지 9만4300kg에 달하는 김치를 담가 9380세대에게 전달했다. 이와 더불어 울산,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각지 위러브유 지부도 김장 행사에 동참하며 따스한 온기를 지역사회에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