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에 진출한 2012년, 매주 차트가 발표될 때마다 음악 기자들은 마치 스포츠 기자들처럼 결과를 보도했다. 빌보드가 그토록 관심을 끈 적은 없었다. ‘강남스타일’은 비록 핫100 2위가 한계였지만 충분히 대단한 결과였다.
이런 회고가 무색할 만큼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轉 Tear’)는 ‘강남스타일’을 능가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발매 첫 주 빌보드200(앨범차트) 1위와 핫100(싱글차트) 10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비영어권 언어로 된 음반으로는 팝페라 그룹 일 디보의 ‘Ancora’에 이어 12년 만의 1위라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이를 능가한다. 일 디보의 앨범은 ‘아메리칸 아이돌’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사이먼 카월이 제작하고 소니뮤직을 통해 배급됐다. 즉 미국 자본과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음반이다.
반면 ‘轉 Tear’는 철저히 한국 자본에 의해 제작됐다. 모든 멤버가 한국인임은 물론이고, 프로듀싱을 포함한 제작 과정 일체가 한국 시스템을 거쳤다. 제품에 비유하자면 ‘Ancora’가 해외 재료를 조합해 미국에서 만든 ‘made in USA’라면 ‘轉 Tear’는 말 그대로 ‘made in Korea’다.
방탄소년단 ‘빌보드200’ 1위. [빌보드 캡처]
반면 이 앨범의 첫 싱글 ‘Fake Love’는 핫100 10위로 데뷔했다. 50여 개국에서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한 이 곡이 정상으로 단숨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는 빌보드200과 핫100의 집계 기준 차이 때문이다. 앨범차트가 음반 판매량, 다운로드 횟수, 스트리밍 기록의 총합인 반면, 싱글차트는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횟수와 에어플레이라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온디맨드 음원 다운로드 횟수, 유튜브 조회 수의 집계로 이뤄진다. 요컨대 방송이라는 올드 미디어가 하나의 변수가 된다.
방탄소년단 인기의 근거가 아직은 뉴 미디어 기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건 한계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직 본격적인 미국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투어와 방송 활동이 이어질수록 올드 미디어를 통해서도 그들의 영역은 확산될 것이다. 여전히 치고 나갈 부분은 많다. 패러다임 시프트의 첨병으로 그들은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이다. 그들에게 보낼 찬사를, 아직은 아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