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아크로리버하임) 재개발 사업지 모습. 11월 입주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홍중식 기자]
재개발·재건축 투자는 크게 조합원 입주권 매입과 재건축 일반분양 청약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보류지 입찰’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부동산시장 혼란기에 ‘아는 사람만 아는 로또’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입찰 정보도 오프라인으로 공유되는 경우가 많아 접근이 쉽지 않다.
재개발·재건축 투자 제3의 방법
이 밖에 준공 과정에서 관련법이 개정돼 생기는 잔여 물량도 보류지로 나온다. 조합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계약을 포기한 조합원의 매물이나 조합원의 개인사정으로 나오는 입주권 경매 매물 등을 거둬들였다 보류지로 내놓기도 한다.
보류지 입찰 공고는 완공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조합이 신문 등을 통해 한다. 입찰 시점은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라 사업지마다 다르다. 입찰 방법은 부동산 경매 방식과 동일하다. 입찰 당일 참가신청서와 입찰서, 입찰보증금(통상 5000만 원) 입금증빙서류, 입찰도장과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을 지참해 입찰 장소로 가 제출하면 된다. 입찰이 모두 완료되면 조합은 공고한 시간에 공개 개찰해 낙찰자를 발표한다. 낙찰자는 지정된 날짜에 낙찰가의 10%(보증금 제외)를 계약금으로 내고 1개월 뒤 중도금 30%, 나머지는 입주지정 기간 안에 치르면 된다.
보류지가 알짜 투자처로 손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입찰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분양은 1순위 청약통장이 있어야 청약할 수 있고, 조합원 매물은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이어야 향후 입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 보류지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조합원이 아니어도 입찰할 수 있다.
전매제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권은 전매제한에 걸려 등기 전까지 매도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보류지는 조합에서 내놓는 일종의 조합원권이기 때문에 낙찰받은 직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분양권과 마찬가지로 전매제한 적용을 받는 보류지 매물이라 해도 입찰이 입주를 코앞에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내 매도가 가능하다.
진입장벽 낮은 일종의 ‘갭투자’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서울숲리버뷰자이) 전경. [홍중식 기자]
조합원 매물이나 일반분양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매력이다. 최초 계약 시점에 낙찰가의 10%를 현금 일시납하고, 1개월 뒤 20~30% 중도금을 납부한 뒤 입주시점에 잔금을 치르면 된다. 결과적으로 낙찰받은 뒤 40%만 내고 완공시점에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일종의 ‘갭투자’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보류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조합에서 제시하는 ‘입찰 최저가’가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5월 24일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서울숲리버뷰자이) 주택재개발조합은 총 3가구를 보류지로 내놨다. 입찰 최저가는 전용 59㎡(8층) 9억 원, 전용 84㎡(18층) 11억 원, 전용 108㎡(20층) 16억 원이었다(표 참조). 이들 보류지의 낙찰가는 각각 9억6260만 원, 12억 원, 16억5490만 원. 현재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전용 59㎡ 10억5000만~11억5000만 원, 전용 84㎡ 12억5000만~14억 원, 전용 108㎡ 16억5000만~18억 원에 형성돼 있어 낙찰자는 1억~2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보류지 입찰 현장을 찾은 이들은 얼마나 됐을까. 해당 조합 관계자는 “입찰 당일 현장에 모인 매수 희망자는 30~40명으로 가구당 평균 10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장에서 낙찰가를 두고 눈치작전이 벌어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입찰 최저가에 대해서는 “입찰 날짜에 임박해 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했고,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의 시세를 종합해 책정한 것이다. 매수 희망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입찰 전 조합에서 예상한 가격대에 모두 낙찰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 금호15구역(e편한세상금호) 주택재개발조합도 전용 84㎡ 1가구에 대한 보류지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입찰 최저가는 7억500만 원이었으나 9억1200만 원에 낙찰됐다. 입찰 최저가보다 2억 원 이상 높은 가격이었지만 입찰 직전 실제 거래된 분양권이 9억1000만 원인 점이 반영된 것. 해당 아파트는 올해 3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현재 시세는 11억8000만~12억8000만 원으로 낙찰가보다 2억~3억 원 높게 형성돼 있다.
이 밖에 서울 시내 알짜 보류지도 상당수다. 5월 31일 진행된 동작구 흑석7구역(아크로리버하임) 보류지 입찰에는 총 10가구가 나왔다. 입찰 최저가는 전용 59㎡(2가구) 11억 원, 전용 72㎡(1가구) 11억5000만 원, 전용 84㎡(6가구) 13억3000만~13억5000만 원, 전용 113㎡(1가구) 18억9000만 원 등이다. 해당 아파트는 11월 입주를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강남권 보류지 입찰도 대기 중이다. 6~7월쯤 서초구 삼호가든 4차(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보류지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며 총 13가구가 매물로 나온다. 전용 59㎡ 5가구, 전용 84㎡ 2가구, 106㎡ 2가구, 110㎡ 2가구, 133㎡ 2가구 등으로, 입찰 최저가는 조합에서 아직 공고를 내지 않았다. 현재 매물로 나온 해당 아파트 조합원 물량은 전용 59㎡ 15억8000만~16억5000만 원, 전용 84㎡ 18억4000만~21억 원, 전용 133㎡ 25억5000만~26억 원 등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금 조달·시세 분석 등 꼼꼼히 따져야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 4차(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조감도. [사진 제공·대우건설]
따라서 보류지에 관심이 있다면 입찰에 나서기 최소 1주일 전 은행권 대출 여부를 직접 알아보는 것이 좋다. 결과적으로 최초 계약금인 낙찰가의 10%, 중도금인 낙찰가의 30%를 납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입찰에 응해야 한다. 만약 낙찰받았다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뒤늦게 계약을 포기할 경우 5000만 원가량의 입찰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렇게 낙찰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주인을 찾지 못한 보류지는 추후 재입찰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조합에서 책정하는 입찰 최저가가 시세 대비 얼마나 낮은지 따져봐야 한다. 시세와 거의 비슷하다면 굳이 입찰할 필요가 없다. 흑석7구역의 경우 조합에서 고지한 입찰 최저가가 시세와 거의 비슷하게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 관계자는 “입찰 최저가는 조합에서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를 탐문한 뒤 최근 한두 달 사이 나온 매물의 호가와 실거래가를 적절히 반영해 책정했다. 특히 1~2월 국토교통부 아파트 분양권 실거래 내용을 보면 전용 84㎡가 13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 실거래가가 등록되지 않았지만 가장 최근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서 14억 원에 거래를 성사했다고 한다. 따라서 13억3000만~13억5000만 원은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들의 말은 조금 달랐다.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은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개시 이전에 급매물로 나온 것들이 소화된 이후 최근에 나온 매물들은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 나온 전용 84㎡ 호가는 13억5000만 원보다 높지만 그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류지 입찰 최저가는 시세 수준이라 어느 정도에 낙찰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보류지 입찰을 관심 있게 보는 이들도 미리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통상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이뤄지는데, 보류지 역시 입주 시점에 잔금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세 임대를 통해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시점에 임대 매물이 쏟아져 전세가가 인근 아파트보다 1억~2억 원 싸게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완공된 아파트의 경우 원주민이 들어가 살기보다 임대로 내놓는 매물이 많아 향후 받을 수 있는 전세금을 최대한 낮게 설정하고 대출을 받아 계약해야 한다.
흑석7구역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 역시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전세 계약은 입주 예정 시기 6개월 전부터 서서히 이뤄진다. 현재 전용 85㎡의 전세가 평균은 8억 원인데 급매물의 경우 7억 원대도 있다. 통상 입주시점에 더 떨어지므로 11월 입주시점에는 좀 더 조정돼 7억 원대 매물이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매와 전세의 갭이 최소 5억 원인 상태라 갭투자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세 하락 시기, 낙찰가보다 떨어질 수도
서울 성동구 행당6구역(서울숲리버뷰자이) 보류지 입찰 당일 현장 모습. [인터넷 부동산 카페]
그러나 4월 이후 두 달 동안 부동산시장의 흐름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4월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 ‘똘똘한 한 채’ 붐을 일으키며 강세를 보이던 강남4구의 아파트들도 호가가 1억~2억 원씩 떨어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6월), 반포동 신반포래미안아이파크(8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12월) 등 강남4구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도 줄줄이 대기 중이라 인근 아파트 전세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부동산 시세가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문가의 의견도 적잖다. 이러한 시점에 보류지 낙찰 이후 입주시점에 낙찰가보다 낮은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부동산시장의 대세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보류지는 분양가보다 비싸지만 일반 매물보다 싼값에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런데 가격적인 면에서 실거래가와 비슷한 경우에는 특별한 매력이 없다고 판단된다. 일반분양은 건설사가, 보류지는 조합이 내놓는 물건으로 주체의 차이만 있을 뿐 낙찰자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류지 투자에 신중히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 국면에 있다면 굳이 비싸게 보류지를 잡을 필요가 없다.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가도 그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처지에서 보류지의 조망권, 일조권, 입지, 개발호재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실거래가와 분양가, 보류지 입찰 최저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