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국립극단]
당시 유럽인은 페스트 발병을 막고자 미신에 의존하거나 종교로 도피했다. 정작 중요한 의료환경이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등은 바꾸려 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유럽에는 치명적인 역병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처럼 빠른 시간에 전 유럽을 처참하게 강타하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경우는 드물었다. 페스트로 인한 인구 감소로 노동 가치는 상승한 반면, 종교 위상은 급격히 추락해 결과적으로 유럽은 새로운 변화 국면을 맞이한다. 이후 유럽은 3세기가 지나서야 발병 이전의 인구수를 만회할 수 있었다.
1939년 9월 탱크부대를 앞세운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신문사 기자 알베르 카뮈(1913~60)는 전쟁의 참상이 페스트의 참혹한 위력과 같다는 점을 깨닫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7년 만에 ‘페스트’를 출간한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페스트의 위력에 맞서 싸우는 것은 권력도, 종교도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인간애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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